부동산 시장 3ㆍ30대책 이제 약발 받나

2006-05-06     글/신혜영 기자
서울은 안정세, 수도권은 판교 효과로 상승세
서울은 안정세, 수도권은 판교 효과로 상승세
대표적 인기지역인 서울 강남권 및 양천구 목동 아파트시장에서 최근 매수세가 짙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올 들어 지속돼 온 가파른 아파트 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정부가 투기지역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매입에 대한 은행대출을 봉쇄하면서 매수자들의 매수여력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이들 지역에서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싼 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매수자들은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매물이 달리던 상황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반면 다주택자들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양도세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도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하락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전문가들과 중개업소들은 투기지역 내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현저히 위축된 만큼 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등 고가 아파트시장에는 짙은 관망세가 깔려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사자’ 문의가 자취를 감춘 채 급매물이 나와도 소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중심이 매도자에서 매수자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목동 월촌공인 대표는 “3·30대책 전에는 매물이 없어 난리를 쳤는데 이젠 값을 내려 물건을 내놔도 매매가 안된다”면서 “12억원하던 35평형 호가가 10억7,500만원까지 내렸지만 수요자들은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일단 매수세는 완전히 관망세로 돌아섰다”면서 “그러나 언제 사는 게 좋겠느냐는 문의는 줄을 잇고 있어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요즘 보유자금만으로 아파트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대출길이 막히자 매수대기자들도 그렇지만 은행은 초주검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남권에 속하는 서초·송파구 일부 단지에서도 급매물은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방배동 타워공인사장은 “시세 11억6,000만원 하던 래미안타워 47평형이 11억원에 나와 있다”며 “대출과 전세를 끼고 구입했던 주인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싸게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수문의는 없는 상태다.
신천동 J공인 사장은 “매수자가 없어 중개업소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며 “장미아파트 28평형이 시세보다 5,000만원정도 낮은 7억원선에 나와 있지만 찾는 문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매수자 “더 떨어지면 산다”
이렇게 매수세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은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 매수자들은 재건축 단지에서 일고 있는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인기지역 고가아파트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배동 타워공인 관계자는 “시세를 떠보는 문의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값이 더 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의 추세로 가면 시장은 더욱 가라앉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잠실동 반석공인측은 “매수 실종에 따른 거래공백이 장기화되면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단기대출을 장기대출로 바꾸는 편법까지 적극 막고 있는 만큼 매수세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양도세를 강화한 8·31대책과 대출을 규제한 3·30대책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식고 있다”며 “금리마저 상승하면 집값이 큰 폭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몰아치는 부동산대책
한편 6월부터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들이 줄줄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부동산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올 들어 실거래가 신고제와 취득ㆍ등록세의 실거래가 과세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어 6월 실거래가 부동산 등기제, 7월 기반시설부담금제, 8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 시행 등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6월초 실시되는 실거래가 등기제는 실제 거래가격을 부동산등기부 등본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실거래가격이 그대로 공개돼 주택 매매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에는 ‘8ㆍ31 대책’의 핵심인 보유세 강화방안을 반영한 재산세 납부고지서가 주택소유자들에게 날아든다. 서울 강남권의 상당수 아파트 및 주상복합의 경우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50%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60평을 넘는 모든 건물에 땅값과 건물 연면적을 연계해 산정한 기반시설 소요액의 최대 20%까지를 부담금으로 물리는 기반시설부담금제도 7월부터 본격 시행돼 신축 아파트 등의 건물 소유자나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8월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제는 ‘3ㆍ30대책’의 핵심으로 법 시행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분부터 개발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은마ㆍ고덕 주공ㆍ잠실 주공 5단지ㆍ둔촌 주공 등 웬만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됐다.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는 12월에 주택소유자들이 자진 신고ㆍ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 종부세 부과 대상자와 세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 재산세보다 부동산시장에 훨씬 큰 충격을 줄 것이 확실시된다. 공시가격기준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부과되는데다, 세금 납부 상한선도 전년의 300%까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부과기준도 인별 합산에서 부부합산으로 바뀌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집마련정보사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 보유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백만~수천만원에 이르는 종부세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 부담마저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유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재건축 ‘이상무’
3·30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의 초기 단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가 많은 경기 의왕·광명·남양주 등 서울 외곽 수도권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3·30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4월 첫째주 0.53%에서 둘째주 0.99%로 0.46%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이 4월 첫째주 0.7%에서 둘째 주 0.19%로 대폭 둔화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이전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무려 5.7%를 기록한 의왕시에서는 내손동 포일주공 1·2단지,대우사원조합아파트 등이 주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내손동 대웅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가격도 급등해 3·30대책 발표 이후 포일주공 단지의 경우 평형별로 3,000만~4,000만원씩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주를 시작한 단지가 많은 곳도 강세다. 광명시에서는 하안주공 1단지,철산주공 2·3단지 등 이주 중인 단지들의 가격이 상승세다. 철산주공 2단지 가격은 지난 한 주 사이 평형별로 500만~1,000만원 가량 올라 15평형은 3억2,000만~3억4,000만원 선,17평형은 3억7,000만~3억8,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수원시에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권선주공1~3단지 가격이 오름세다. 권선주공 1단지 34평형 가격은 지난 두 달 사이 2억5,700만원에서 2억6,200만원 대로 500만원 가량 올랐다.
과천은 중앙동 주공10단지 40평형이 지난해 말 10억원 선에서 현재 12억~13억원 선으로 오르는 등 강세가 뚜렷하다.
한편 정부의 3.30대책 등 집중적인 포화를 맞고 있는 재건축사업이 내외우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롯데건설 등 그동안 재건축 과열수주의 선두주자로 꼽혀왔던 건설사들이 초긴장상태에 빠져들면서 업무를 중지한데다 조합내분까지 겹쳐 갈수록 첩첩산중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 따라서 재건축사업은 한동안 냉각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부적 재건축여건악화에 이어 조합내 내분이 발생, 곳곳에서 사업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조합원들 간 갈등이 경기 과천ㆍ의왕ㆍ수원 등 수도권은 물론 대구 달서 성당 등지에서도 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 조합원 평형배정과 조합장 해임 등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과천주공3단지 경우엔 최근 법원이 재건축 총회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뒤숭숭한 분위기다. 수원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여상원)가 양 모씨 등 조합원 31명이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
재판부는 “재건축조합이 2004년 12월 27일 임시총회와 2005년 4월 24일 정기총회에서결의한 시공사와의 공사 본계약 체결 동의 및 관리처분계획안 인준은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사금액을 증액하고 조합원 평형배정 방법을 바꾼 재건축 결의사항 및 관리처분계획안 인준 등 임시총회는 의결정족수 규정(조합원 5분의 4이상 동의)에 미달돼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할 중대한 하자”라고 못 박았다. 또 정기총회도 의결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법원이 요구하는 의결정족수 동의를 충족하기 위해조합원을 상대로 추가 동의서를 받는 중이고 판결문을 받는 대로 곧바로 항소할 것”이라며 “공사중지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닌 만큼 진행 중인 공사와 입주 일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소송 당사자와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 달서 성당주공아파트 1.2단지(3,466세대)도 조합원들 간의 내부 갈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현재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는 이 단지는 일부 조합원들이 추가부담금 등에 불만을 품고 조합원 분양계약을 저지하고 나섰으며, 조합장은 명예훼손 등으로 이들을 맞고소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3?30대책 후 달라진 분양시장
확실히 분양시장 분위기가 판교 분양과 3ㆍ30대책이 나온 3월 이후 확 달라졌다.
일단 판교 분양가 진통을 겪은 성남시청 선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용인지역에선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인 GS성복자이 분양가가 평당 1,4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자 '용인시도 성남시처럼 분양가를 낮추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천안시나 원주시도 최근 분양가가 급상승하자 주민들 중심으로 분양가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한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양가를 일부 낮추면 승인이 났지만 요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당 구청이 주민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면 서 “승인 요청 분양가에서 평당 100만원 이상 낮추라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귀띔했다. 고분양가를 책정해 분양을 시작한 곳은 실수요자들이 철저히 외면했다.
판교 분양에서는 ‘서민들에게 싸게 공급 하겠다’는 애초 취지가 변색하면서 전체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았고, 임대 보증금이 비싼 민간임대 아파트 일부 평형은 수도권 1순위에서 미달사태를 면치 못했다. 또 3ㆍ30대책 담보대출제한조치가 분양시장에 직격탄이 되면서 지방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말 대구 수성구에서 평당 750만~920만원에 분양된 수성 아이파크는 청약률이 50%에도 못 미치고 계약률도 저조하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400만원에도 못 미치는데 지나친 고분양가로 실수요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거품 요인을 낮추고 실수요자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 일부 업체들은 투자 수요가 크게 줄자 초기 계약금을 줄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계약 이전 사전 광고비를 대폭 줄이고 마이너스옵션 등으로 분양가 부담을 낮추는 등 실수요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투자 수요가 더 줄어들면 분양가를 인근 시세보다 낮추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용 임대주택 100만가구 첫 돌파

전국의 사업용 임대주택이 처음으로 1백만 가구를 돌파했다.
건설교통부는 2005년 말 현재 전국 임대주택이 1백1만4천3백62가구로 2004년(91만3천6백8가구)보다 1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1994년 11월 임대사업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임대주택 물량이 1백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유 주체별로는 주택을 직접 짓는 건설임대사업자가 79만8천7백99가구를 보유하고 있고, 집을 사서 전문적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매입임대사업자가 21만5천5백63가구를 보유했다. 매입임대사업자는 총 2만9천3백65명으로 1년 전에 비해 4,260명이 늘었고 이들은 1인당 7.34가구의 집을 이용해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7.17가구에서 소폭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50만7천76가구, 경기 10만2천5백 가구, 인천 1만7천9백45가구로 수도권 임대주택이 전체 가구수의 60%를 차지했다. 지방에서는 광주(8만4천4백63가구)와 부산(5만1백1가구)이 많았다. 1인당 임대가구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으로 임대사업자 1인당 18.96가구를 기록했으며 광주(14.03가구), 전북(11.15가구), 충북(10.27가구), 충남(9.83가구) 순이었다. 서울의 임대사업자는 9,827명(보유주택 7만5천7백48가구)으로 20%가량 증가했다. 건설임대사업자 중 20가구 이상을 짓는 주택건설사업자의 물량은 70만8천4백80가구, 건축주나 토지소유자가 건축법의 허가를 얻어 20가구 미만을 지어 임대하는 건축법허가자(6,128명)의 보유주택은 9만3백19가구였다.
건교부 관계자는 “8·31 부동산종합대책에 따른 양도세 및 보유세 중과조치를 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전환한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