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극복한 감동과 희망 스토리

“온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는데 공헌하겠다”

2013-06-07     정유경 기자

5월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가 성황리에 개막했다. 이 대회는 26개국 300여 명의 여성발명가와 국내 120개 여성 기업이 참여했다. 대회에 출시된 상품들은 실생활 과정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기술이 융합돼 만들어진 특허 상품으로 참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가 있다. 청각장애 2급으로 타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산업용 온풍기를 개발해 금상을 수상한 이화숙 세광그린스타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청각장애는 숭고한 사명을 부여받은 큰 선물입니다”

선한 눈매에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넉넉한 웃음. 이화숙 대표의 첫 인상이다. 그녀는 청각장애를 가진 발명가로써 최근 에너지 이용 대체 비율을 99% 이상 극대화시킨 ‘그린스타하트방열기’를 개발했다. 자신의 제품으로 환경이 정화되고 더불어 사람들도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그녀는 단순히 본인과 주변사람들을 위해 발명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본인에겐 부여받은 사명감이 있다는 것이다.

“제 사명은 절망 속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만큼 값진 삶이 없어요. 비록 기능적으로 귀는 불편하지만 정신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건강하기에 장애가 부끄럽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공직자 집안에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자란 이 대표. 하지만 그녀는 10살 때 예기치 못한 급성 뇌막염에 시달리면서 청각장애인이 됐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죽음의 길을 몇 번이나 넘나들 정도로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때는 모든 게 부정적이었어요. 부모님 속도 참 많이 썩였죠.”

그런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이 찾아왔다. 신앙을 통해 주어진 환경을 다르게 보게 된 것이다. 그녀는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을 알게 됐다”며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진 장애로 하여금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더 큰 영광을 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두 번의 수술 끝에 어느 정도 청각을 회복했고 현재는 최신의료기의 도움으로 듣고 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딸의 희귀병을 통해 연구개발에 나서

이 대표는 큰 딸이 알 수 없는 희귀병을 앓게 되면서 환경오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와 관련 공부를 하던 그녀는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각종 희귀병과 연관이 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어떻게 하면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을지 연구에 들어갔다.

“화석연료를 과다 사용할 경우 그로 인한 환경오염은 결국 우리에게 미치게 돼있어요. 희귀병의 발생 원인이지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을지 연구한 것이 오늘날 친환경 신재생 대체에너지 분야에요.”

그녀는 끼니조차 잊은 채 공장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며 연구에 몰두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법도 한데 그녀는 21세기를 내다보며 오직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인내했다. 그렇게 거듭 연구한 것이 제품 개발 및 특허에 성공하는 신화를 가져왔다.

“제가 개발한 제품이 사회에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기쁘죠. 그 생각으로 임하면 힘든 순간도 극복해낼 수 있었어요.”

그녀가 개발한 그린스타하트발열관은 자체 개발한 열 전달시스템과 열매를 적용해 파이프나 배관 등에서 발생하는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이자 열기기 기구다. 이 기술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시험연구 결과 기존의 것보다 약 40% 열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 대표는 “타 기존 열기기 제품보다 35~50%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열을 데워주는 모든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며 기후 온난화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절감 효과와 과소비 현상을 막고 대기오염 및 천연환경 파괴의 주원인인 화석연료(가스·기름) 등의 과소비도 줄일 수 있다. 

이 대표는 “개발품이 앞으로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농어촌 경제에도 이익을 가져다주리라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가장 빠른 에너지 절약 및 환경 보호를 위해 고효율 열매체 방열기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분명한 목적과 비전을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이 대표는 현재 특허 2건과 디자인 1건이 특허청에 정식 등록돼 있으며 작년엔 산업용 온풍기 개발에 성공해 특허출원을 했지만 아직 등록은 안 된 상태다.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학 관련 서적을 손에 놓지 않은 그녀는 작년에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일반인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입교했다. 전국 646명의 치열한 경쟁자 중 102명이 1차 합격을 했는데 그 중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이 대표뿐이었다.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투자하겠다는 이들을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어요. 그런 와중에 한 컨설턴트의 소개로 창업사관학교를 알게 됐죠.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입교는 저에게 해당이 안 됐지만 특허 및 기술을 갖고 지원하게 됐어요.”

창업사관학교에선 그녀가 가진 기술의 가치와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학교는 이 대표가 새로운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지도를 아끼지 않았고 이 대표는 비록 남들보다 잘 듣진 못하지만 놓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담당 교수에게 문의하는 등 배움의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녀가 이토록 열정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했다. 그녀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창조의 원동력”이라며 “분명한 목적과 비전을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금 우리 사회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각도 뚜렷해 정부나 각종 사회단체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는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과 시설 확충에 치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에너지를 통한 화석 연료의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것 또한 게을리 해선 안 된다”며 “에너지 효율향상 및 고효율 에너지 기기개발이 선행돼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소비를 대폭 줄여 화석 연료 과다사용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너지 사업은 작은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소자본을 갖고 사업하기란 불가능하다”며 “미래 기술에 대한 참신한 분이 이 사업에 동참하신다면 저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녀는 “화석연료를 줄여서 오염된 환경이 정화되고 각종 희귀병 발생빈도를 낮추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나아가 개발품이 에너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돼서 온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힐링을 넘어 공생과 상생이 화두인 요즘, 자연과 인류를 사랑하는 그녀가 지금처럼 고통 받는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