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작가 차홍규의 흑백논리에 대한 반문

'절합'과 '상생'의 길을 찾아서

2017-11-02     이은진 기자

(시사매거진235호_이은진 기자)
하이브리드 작가 차홍규의 흑백논리에 대한 반문
···'절합'과 '상생'의 길을 찾아서
낙엽 구르는 소리가 어여쁘게도 쓸쓸하게도 들리는 가을날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우리의 사회는 양쪽으로의 구분과 경계의 벽을 더욱 두껍게 쌓아만 가고, 인간은 순수함을 잃어가는 듯하다. 어느 때보다 ‘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끝으로 대치한 흑과 백을 절단하는 것이 아닌 그 사이에 번진 회색빛과 붉고, 노랗고, 푸른 모든 빛깔의 색상이 펼쳐지고 합해져야만 한다. 취재_이은진 기자

“물질주의는 분명히 우리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했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정신세계가 사회의 각종 문제들을 야기한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답을 모색하고자 한다.”

여의도에서 차홍규 작가의 세라모아트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미적 감흥 에 앞서 철학적인 사색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그의 작품은 하이브리드 미술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재료와 기법의 제약을 받지 않고, 금속공예, 조각, 회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빚어졌다. 그런데 작품의 표현기법은 다양하지만 작품을 통해 말하는 작가의 생각에는 일관된 맥이 있었다. 특히 청동으로 빚은 입체 작품들은 물질주의에서 비롯된 인간의 욕망, 허상, 위선을 낱낱이 까발렸다. 자신의 얼굴을 웃는 표정과 찌그러진 형태의 각각 조각품으로 빚어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의 내면과 그 본성을 감추며 살아가는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냈다. ‘위기에 처한 지구 시리즈’에서는 강렬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지구를 뜻하는 반원형의 청동조각, 그 표면에 빨대를 꽂고 양분을 빨아먹으며 매달린 인간들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자연을 끊임없이 개발한 끝에, 대규모 원전 사고와 같은 재앙을 만들고 그것이 결국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악순환임을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이야 말로 지구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물질주의와 인간의 욕심에 대해 경계하는 작가 차홍규. 그는 실생활에서도 자연을 병들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비누나 치약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진 그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하이브리드 작가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배경은. 
작가가 작품을 표현하는데 있어 재료나 기법의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성격에 맞게 나무, 돌, 금속, 흙 등 다양한 재료로 여러 가지로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또한 제작기법에서도 작품에 걸맞게 조각기법, 회화기법, 공예기법 등을 능숙하게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래서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1년 과정의 직업훈련원을 전전하며 가술을 배웠다. 덕분에 도장 기능사, 금속 및 귀금속 가공기능사, 목공예, 도자공예, 용접 기능사 등 자격증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작품 작업에 영감이 된 것이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나 작가들은 생활이 영감이다. 생활 속에서 영감이 떠오르고 그 영감을 마음속에 담아두거나, 아님 사진을 찍거나 스케치 하는 등 한참을 씨름하기도 한다. 모든 영감이 다 작품으로 되지는 않겠지만 불교 의 용어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곳곳마다 부처 일마다 불공)’ 처럼 처처영감 사사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강조한 ‘절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품을 크게 평면 작품과 입체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평면 작품의 제목은 절합(節合)으로 분절(分節)된 것을 결합(結合)하자는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를 보면 남북갈등은 어쩔 수 없었다하더라도 동서갈등, 이념갈등, 빈부갈등 등 여러 가지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발전적인 비판 속에 조화를 이루는 상생의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작품이다.

“차홍규 교수는 미술이라는 형식을 빌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미술가로, 그의 작품들은 중국 현대 미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한중 문화교류의 선도자이며 미술계의 한류 스타이다.” 
- 장씬선 / 前주한 중국대사

중국 미술계와의 인연이 독특하다. 한중 문화교류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중국 북경 칭화대 미대에서 정교수로 일하며 느낀 점이 사회주의 국가의 예술은 구소련의 영향을 받아 특히 사실적 묘사에 대한 기초가 단단하다는 것이다. 이점은 북한이나 중국이나 예외가 아니다. 즉 하드웨어는 대단히 우수하지만 응용력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소프트웨어가 대단히 취약한 것이 사회주의 예술의 특징이다. 칭화대 교수 시절, 학과에 상관없이 소프트웨어가 약한 중국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을 구상 단계부터 같이 상의하고 졸업전을 도와주는 수업을 진행했다. 이제는 정년퇴임하고 한중미술협회장을 하며 양국의 문화교류에 앞장서고자 한다. 그런데 요즘 한중관계에 어려움이 많다. 물론 중국이 G2의 대국인데도 사드 문제를 가지고 이처럼 집요하게 이웃나라를 괴롭히는 것은 잘못이지만  중국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하여 무역보복을 자행하였던 국가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주년을 맞은 시사매거진과 독자들에게 한 마디.
척박한 우리 언론의 풍토에서 20년을 꾸준히 이어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여러 임직원들이 일심 단결하여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며 또한 이러한 20년은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시사매거진을 사랑하고 아껴주며 애독해준 독자 분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제 20년이지만 앞으로 30년, 50년, 100년을 기다리며 시사매거진에 대한 격려와 사랑을 보내주길 바란다. 한층 수준 높은 내용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날카로운 채찍과 함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아낌없는 격려를 부탁드리며 독자 분들의 가정에 건강한 웃음이 만발하시길 기원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