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로드FC, 환상적 매치업으로 ‘별들의 전쟁’ 예고
‘공존’을 모토로 아시아 격투기 시장이 누렸던 과거 영광 재현할 터
아시아 격투기 팬들의 이목이 원주로 쏠리기 시작했다. 오는 6월22일 로드FC(정문홍 대표) 제12회 대회가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역대 최강의 대진과 국제적 수준의 경기진행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로드FC는 전 대회의 여세를 몰아 이번 대회를 ‘꿈의 무대’로 격상시킬 계획이다.
격투기 시장의 메카인 일본시장이 침체하면서 아시아 격투기 시장은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전통 있는 몇몇 단체들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며 생존에 안간힘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아시아 격투기 시장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한국은 격투기 시장에서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프라이드와 K-1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한국에서는 유사 단체가 생겨났지만 경험 미숙과 석연치 않은 대회 운영으로 단명했다. 하지만 2010년 로드FC가 출범하면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로드FC는 대회 수익이 전무한 상황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뛰어난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하면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멜빈 맨호프, 미노와 맨, 요아킴 한센, 밥샵, 쿠메 다카스케, 데니스 강, 제프 몬슨, 소쿠주, 무랏 카잔 등 열 한 번의 대회를 치르면서 로드FC의 케이지를 거친 선수들의 면면이 이를 말해준다. 선수들의 러브콜도 쇄도하기 시작했다.
먼저 일본 격투기 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렸을 때 활동한 선수들이 대거 로드FC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로드FC의 수준 높은 대회운영과 선수 관리에 깊은 감명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로드FC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입소문은 점차 세계시장에 전해지기 시작해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의사를 전해왔다. 무엇보다 이제 로드FC는 마땅히 뛸 만한 대회가 없던 아시아권 선수들이 꼭 오르고 싶은 꿈의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종합격투기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로드FC에 힘입어 당당히 주연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제12회 로드FC 챔피언십, ‘별들의 전쟁’ 예고
지난 4월 열렸던 제11회는 최강의 매치업으로 대회 개막 직전부터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 말을 일축이라도 하듯 월드 클래스급의 경기가 이어졌다. 매경기 명승부가 펼쳐지자 팬들은 열광했다. 6월 열릴 제12회 대회도 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대회는 ‘별들의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경기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총 12경기가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선 전·현 챔피언의 경기가 4경기나 포진돼 있다. 싱가폴의 ONE FC, 홍콩의 LFC, 일본의 판크라스, 딥, CMA, 글래디에이터 등 유명 클럽에 소속돼 있으면서 현재 챔피언이거나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했던 선수만 6명이다. ONE FC 밴텀급 챔피언인 김수철, LFC 전 월터급 챔피언 배명호, 판크라스 미들급 챔피언 카와무라 료, CMA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오츠카 다후미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선수들이 로드FC 케이지에 올라 경합을 벌인다.
이중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판크라스 미들급 챔피언 카와무라 료다. 2006년 네오블러드 토너먼트 라이트 헤비급에서 우승한 바 있는 카와무라 료는 현역선수로서는 이례적으로 판크라스의 대표직을 역임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제9회 대회에서 판크라스 소속인 토류의 코너맨으로 방문하면서 로드FC와 인연을 맺었다. 빈틈없는 대회운영에 감탄해 로드FC와 협력을 모색해 온 그는 그 결실로 자신이 직접 케이지에서 경기를 갖게 됐다.
그가 맞설 상대는 1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복귀하는 이둘희 선수다. 이 선수는 강력한 타격과 뛰어난 주짓수 실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난 선수다. 카와무라 료는 이에 맞서 자신의 특기인 타격과 그래플링으로 제압하겠다고 장담했다. 카와무라 료와 이둘희 선수의 시합은 한일전임과 동시에 판크라스와 글래디에이터 양 단체의 챔피언으로서 벌이는 자존심 대결로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성부 대진은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화제거리다. 여성 파이터들의 대결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건 이번 제12회 대회가 처음이다. 로드FC측은 “여성부 경기가 단지 대중들의 눈요기를 위한 대진카드가 아니다”라면서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를 기용해 진정성과 내실을 동시에 갖춘 여성 종합격투기 리그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출전하는 선수는 요시다 마사코와 셀리나 하가다. 2003년 12월 스맥걸 아마추어 대회에서 데뷔한 요시다 마사코 선수는 이종격투기 팬들 사이에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여성 선수다. 그녀의 전적은 2013년 5월 현재까지 37전 16승 16패 5무. 한편 셀리나 하가는 4승 11패로 전적은 부진하지만 최근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다. ‘헬보이’ 요아킴 한센의 연인이기도 한 셀리나는 한센과 고강도 훈련을 소화하며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3번째 승리는 일본 선수를 상대로 거둬 요시다 마사코와의 경기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특히 셀리나 하가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출생 후 6주 만에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국인으로, 그녀는 한 언론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어릴 적 입양돼 한국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나를 낳아준 부모에 대해 궁금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로드FC의 모토는 ‘공존’이다. 이 같은 모토 하에 아시아의 모든 단체들과 교류하며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갔다. 이 같은 노력은 환상적인 매치업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로드FC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아시아 격투기 시장 재건과 세계적 수준의 메이저 대회 도약을 목표로 매진하겠다는 각오다. 로드FC 황영호 본부장의 말이다.
“지난 2010년 로드FC가 출범할 때 ‘공존’을 모토로 내걸었습니다. 우리는 거대 자본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격투기가 좋고 격투기를 삶의 전부로 여겨온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스러져가는 국내 및 아시아 격투기 시장을 재건하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노력이 조금씩 현실화 돼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과거 아시아 격투기 시장이 누렸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함께 노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