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조선의 풍운아 민영익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운미 회상록’

민영익을 ‘회상록’ 형식으로 제시해 역사소설 쓰기의 전범을 제시한다

2017-07-04     신혜영 기자

   
▲ 저자 김원우 | 출판사 글항아리
일본 문화에 대한 고찰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간 『일본 탐독』, 소설 쓰기의 지침을 제시한 『작가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에 소설가 김원우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1977년 등단이래 쉼 없이 작품을 발표해온 그가 『부부의 초상』을 발표한 지 4년 만이다.

그의 소설 문장은 이제 한국어의 개별 장르이자 계보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 삶의 세부를 켜고 전망의 허실을 가늠하는 상징에 이르고 있다. 치렁치렁한 만연체 문장은 그의 특장인데, 사라져가는 우리말과 방언들을 풍부하게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소설이라 불리는 장르가 갖는 이른바 ‘현대성’과는 사뭇 거리가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특징은 계속해서 그의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자 그의 소설이 “우리말의 맛깔스러운 잔칫상”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번 작품은 조금 독특하다. 역사소설인 만큼 철저한 자료 조사가 근간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사관과 주인공을 형상화하는 글 솜씨가 민영익이란 인물을 재탄생시킨다.
 
소설은 『망명객 민씨 일대기』를 펼쳐놓고, 마지막 장에서 이 작품을 쓴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논하는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니까 『운미 회상록』 자체가 바로 『망명객 민씨 일대기』인 셈인데, 마지막장 ‘33장 정서자의 첨언’에서 제삼자인 ‘나’가 『망명객 민씨 일대기』를 얻어 읽고 이에 대해 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의 군데군데에서 작가는 운미 민영익의 사유를 빌려 몇몇 제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운다. 먼저 ‘입양’제도다. 운미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중전 민비의 친정집 민승호의 양자로 입양되었기에 그에 대한 의식이 없을 수 없었다. “죽기 전에 봉제사할 후손 하나만큼은 먼 친척에게서라도 ‘꾸어서’ 앉혀야” 하기 때문에 억지스러운 대 이어가기가 계속되는데, 여기에는 “현족 내지 친족에 대한 일방적인 자부심이라는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운미의 비판이다. “오로지 대만 잇고 양부모의 제사만 때맞춰 모셔달라는 식이니 너무 강압적인 형틀”이라는 것이다.
 
특히 형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회상록’을 표방한 이 소설은 기왕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낸 세상과 여러 제도의 허물을 굽어 살피는 미덕을 지닌다.
 
한편 그저 역사소설의 범주에만 가둘 수 없는 다채로움을 지니기도 한다. 즉 성장소설, 풍속소설, 심리소설, 탐험소설, 환상소설, 사실寫實소설, 추리소설의 미덕이 골고루 배어 있어 기존의 소설 형식을 해체하는 서사 기록물이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