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박재삼 문학제가 7월 7∼8일 노산공원 일대서 열린다
5회 박재삼문학상, 제13회 청소년문학상, 사천지역 학생·일반 백일장, 학생·일반 박재삼 시암송대회 등 문학의 향기가 여름을 물들여...
2017-07-04
“몸으로, 사내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萬(만)갈래…”
-박재삼 ‘내 사랑은‘ 중에서
고향 삼천포 바다를 노래한 한국 서정시의 큰 획을 그은 故 박재삼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추모하고, 계승하기 위한 ‘박재삼 문학제‘가 오는 7월 7∼8일 이틀간 시인의 고향에서 열려 남해안의 끝자락 삼천포바다를 온통 ‘서정의 향기’로 물들일 것으로 보인다.
사천시가 주최하고 사천지역 문학단체 및 문인들이 주관하는 ‘박재삼 문학제‘는 올해로 벌써 19회째를 맞고 있다. 올해는 특히 다채로운 프로그램들과 전국 문인들의 참여로 그 어느 해보다 ‘문학의 잔치다운 잔치’가 될 것이라고 주관 측은 밝히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장 김경 시인은 “올해가 박재삼 시인이 작고하신지 20주기가 되는 의미있는 해이다. 특히 공주에 있던 박재삼시인의 유택을 사천으로 모셔오기 위해 지역문인들과 사천시가 뜻을 모았으나 아쉽게도 유족측의 유지를 받들어 서울근교로 모시게 됐다. 20주기를 맞아 차분하고 꼼꼼하게 문학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사천시가 주최하고, 박재삼문학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올해 행사는 박재삼시인의 “유년의 추억 중심으로” 개최되는 세미나를 특히 주목할 만하며 ‘박재삼문학상 작품집 발간’ 과 사천 서예협회와 사천서각협회의 우정작품전시는 박재삼문학제를 찾아오는 타지역 문인들에게 사천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시행사로는 지역문인들의 ‘시 다포전’과 ‘시인의 손’ 핸드프린팅이 있으며 1회 수상자 이시영 시인, 2회 이상국 시인 등 전국 유명 시인들의 손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충북 홍성군 결성향교의 함께너머<<김해자 시인과 함께∼ 문학토크콘서트>>가 ‘박재삼 문학제‘ 기간에 마련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박재삼 시암송대회’는 특히 올해는 일반부와 학생부로 분리해 개최되기에 시상 영역이 확장 됐으며 이번 문학제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또한 전국에서 박재삼 시인과 인연이 깊은 여러 문학인들이 참여해 어느 해보다 시인의 문학세계와 함께 간단치 않은 깊은 인연을 소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박재삼 시인은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자랐으며, 1953년 '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았고,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 ‘정적‘ 등이 추천돼 등단했다. 현대문학신인상, 문교부 문예상, 인촌상, 한국시협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평화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조연현문학상, 제6회 올해의 애서가상 등을 수상했고, 은관문화훈장(1997)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춘향이 마음' '천년의 바람' '뜨거운 달' 등 15권의 시집과 '아름다운 삶의 무늬' 등 9권의 수필집, 구리고 다수의 시선집을 펴냈다. 시인의 시는 가난과 설움에서 우러나온 정서를 아름답게 다듬은 언어 속에 담고,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혈압·뇌졸중·위궤양 등 병마에 시달리다 1997년 64세로 타계했다.
제5회 박재삼문학상에는 이정록 시인의'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창비가 선정 됐다.
박재삼문학상 심사소감
이하석 · 김명인(글)
박재삼 시인은 세상살이의 정한(情恨)을 절제된 문맥으로 되살려낸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다. 그는 풍경과 언어가 시적 비유로 통합돼 새롭게 확장된다는 사실을 우리말의 창조적 활용이나 전통시학의 재발견을 토대로 실현해보였다. 우리 삶의 근원적인 서정을 시의 진수(眞髓)로 삼았던 시인을 기려서 제정된 문학상이라면 모름지기 그의 시세계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후배를 가려내어 수상자의 반열에 세워야 하는 것. 이런 기준들이 자연스럽게 심사의 준칙이 됐다.
예심을 통해 넘겨진 열권의 시집을 장시간에 걸쳐 재론한 결과 심사위원들은 이정록 시인의'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이 앞에 열거한 박재삼문학상의 암묵적인 기준에 부응하는 후보작이라 결론지었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은 시인의 표현대로‘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들’의 환한 표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간의 방심 위에 얹히는 영롱한 시의 모습이기도 했다.
첫 시집'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이래로 이정록 시인은 시가 생의 허기 속에서만 똬리 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무르녹는 풍상을 통해서도 흘러넘친다는 것을 수많은 가편(佳篇)으로 증명해 보였다. 때로는 능청스럽기조차 한 그의 물활론적 세계관은 우리 서정시의 또 다른 중심과 만나려는 시도로서도 충분히 개성적이다. 특히 수상작이 된 시집에서도 이러한 성취는 두드러지는 바, 일찍이 박재삼 시인이 추구한 해맑고도 아련한 살림의 시학을 정통으로 이어받고 있다 하겠다.
심사위원들은 이정록의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을 제5회 박재삼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천거하면서 어느 심사 자리보다 마땅한 수상자를 결정하게 된 기쁨을 함께 누렸다. 수상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시세계가 한층 빛나는 진경에 닿아가길 빌어본다.
이정록의 당선소감 중에서
이정록
‘눈물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시다.’ 가끔 이 말을 읊조릴 때면 잘 여문 눈물의 시인 박재삼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서러움도 잘 익으면 수정처럼 단단한 천의무봉이 된다는 것을 당신의 명편들은 또렷하게 가르쳐 줬지요.
제 시는 지금, 서 말 눈물 중에 몇 알을 꿰었을까요? 앞으로 제가“여울 바닥”의“잠 안자는 조약돌”이 될 테니, 맑은 햇빛에 저를 꺼내어 비쳐주시지요.“가다가 볼에도 대어/눈물 적셔”주시지요. 당신의 뜨건 눈물을 말려 드리는 조약돌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꿰다가 남긴 수정눈물은 지극정성으로 제가 다시 잇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