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시대 필수인 잠수의학, 국내에서는 아직도 황무지

이유 없이 시름시름, 나도 혹시 잠수병?

2013-05-08     김태인 차장

지난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에서 해군의 초계함(PCC-772:천안함)이 침몰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건장한 장병 40여 명이 목숨을 거두었으며 6명이 실종이 되었다. 그 중 천안함의 실종 승조원 구조작업에 투입된 해군 UDT 소속 고 한주호 준위의 사망소식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더했다. 특히 사망원인이 ‘잠수병’으로 밝혀지면서 ‘잠수병’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국내 민간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잠수병 치료 전문 클리닉을 갖추고 있는 통영세계로병원의 김희덕 원장을 만나 잠수병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보았다.

 

예고없이 다가와 목숨을 위협하는 잠수병 

흔히 케이슨 병(Cassion Disease) 또는 벤즈(Bends)라고 불리는 감압병은 잠수사 등 바다 아래에서 일을 하거나 레저를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걸리는 질병이다. 잠수시 인체의 질소 흡수는 수심과 해저체류시간, 수온, 육체적 활동, 연령, 비만, 과로, 수면부족, 음주, 불량한 혈액순환 등에 따라 다르고 수압이 증가되면 폐 속의 질소 부분압도 증가하여 질소는 조직 속에 녹으면서 서서히 포화되며, 이미 인체에 용해된 질소의 부분압과 일치할 때까지 계속 용해하게 된다. 그리고 질소가 인체에 포화되는 시간은 각 조직에 따라 다르다. 이렇게 질소의 부분압이 수압보다 배가 차이 날 때는 기화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액화 상태로 남게 된다. 이때 액화되어 있던 질소는 수압이 감소할수록 기화되기 시작하고, 이때 천천히 상승하지 않으면 질소는 기포를 형성하여 혈관의 혈액 흐름을 막아 감압병을 일으킨다.

해군 군의관으로 11년간 근무하다 2002년에 예편한 김 원장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만 했다. 부산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1회 졸업생인 그는 잠수생리학의 대가인 박양생 고신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나서부터 잠수의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 잠수의학은 미개척 분야라서 김 원장은 우선 외과 의사가 되었다. 1991년 군의관으로 입대하고 해군에 배치 받으면서 그는 다시 잠수의학에 접할 수 있게 되었다. 1993년 미국 덴버에서 열린 잠수의학학회에 참석했다가 국내 해군의 잠수병 치료 방법이 선진국에 비해 20~30년 정도 뒤쳐진다는 사실을 알고 장기 군의관을 신청, 잠수병에 대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게 되었다. 

“잠수병(감압병)은 물 속에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갑자기 이동할 때 걸리는 병입니다. 잠수를 하게 되면 기압이 높아지면서 질소가 통상 공기 중에 포함된 비율보다 높게 몸속에 녹아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물밑은 10m당 1기압씩 증가합니다. 사람이 수중에 있다가 물위로 올라오면 과포화된 질소가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때 질소가 빠져나갈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물위로 나오면 질소가 몸속에 축적되면서 잠수병 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잠수병의 증상은 상승 중이거나 상승 후에 나타나는데 보통 상승 후 24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잠수병 증상을 무시하거나 잠수 이외의 원인 때문에 아픈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도 잠수병 증상이 나타나고 12시간 이내에 전문가를 찾는 비율이 50%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잠수병, 예방만 잘하면 된다

최근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어 스쿠버다이빙 인구도 15만 명 정도로 급증하면서 잠수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잠수병 예방을 위해서는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주말을 이용한 다이빙은 무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동해안이나 제주도에 갔다가 주말 연속으로 다이빙을 하고는 일요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경우, 잠수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잠수병은 기압이 낮아지면서 걸리는 병인데 비행기를 타면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충분한 휴식이 없는 연속 다이빙도 체내에 녹아든 질소 등이 빠질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위험하다. 체내에 질소가 남는 부위는 관절, 피부 등 인체 조직 어디에나 가능하다. 잠수병 증상은 단순하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부터 수십 개의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느낌이 나거나 피부 알레르기 반응, 호흡곤란 등 다양하며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고압산소치료, 수가 현실화나 정부지원 필요

잠수병 치료에는 바다 밑과 같은 압력을 만들어주는 고압 챔버가 필수적이다. 고압산소를 이용한 고압 챔버를 통해 압력을 가한 뒤 산소와 공기를 이용해서 혈액에 녹아들었던 질소를 서서히 빼내고 깨끗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고압산소치료는 챔버의 압력을 최소 2기압 이상 높여 고농도의 산소를 호흡하게 해 저산소증을 개선한다. 특히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질소가 기포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잠수병의 경우엔 고압으로 기포 덩어리를 없애 치료한다. 고농도의 산소가 새로운 혈관이 자라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상처 치료에 적합하다. 때문에 고압산소치료는 잠수병뿐만 아니라 산소의 공급으로 증세가 호전될 수 있는 각종 질병의 치료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당뇨병으로 인해 발가락과 다리에서 괴사(壞死·생체 조직 일부가 죽는 것)현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이를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 중에 당이 많아져 말초 혈관까지 영양소와 산소 공급이 안 되므로 발가락 등 끝부분의 조직이 죽어 수술로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압 챔버 안에서는 산소가 혈액뿐 아니라 조직액에 직접 녹아들어가 영양소를 옮겨주므로 말단 조직이 죽는 것을 막고 되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쉽게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경우에도 산소의 공급을 늘려주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서 상처를 아물게 한다. 산소를 싫어하는 균(혐기성 세균)에 감염된 경우엔 고압으로 몸에 산소를 흡수시켜 치료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지 접합, 창상, 화상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유럽의 경우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화상센터에 고압산소치료센터가 같이 있을 정도로 전신화상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화상으로 괴사된 피부조직의 재생 속도를 배로 높일 수 있고 화상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의료수가는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고압산소치료를 두세 시간 받으면 일본은 150만 원, 필리핀은 300만 원, 호주도 300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국내엔 의료수가가 3만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챔버 운영에 드는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원가에 못미쳐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이 설치 운영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국내최초민간 잠수병 클리닉 전문병원

현재 고압챔버를 이용하고 있는 곳은 제주의료원, 전남 완도군 한국해양기술, 강원 강릉시 폴리텍 대학, 전남 여수시와 경남 거제시 잠수기조합, 사천시 등 대당 10억씩 하는 장비 때문에 대부분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잠수병으로 환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벽에도 헬기로 이송되어 오는 환자가 다반사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고압챔버 시설을 확충해 주어야 됩니다.” 

김 원장은 매년 1,000명의 환자를 고압 챔버를 이용해서 치료하고 있다. 그 중 연간 200여 명은 당뇨병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다. 이처럼 그는 잠수의학뿐 아니라 고압 챔버를 이용한 고압의학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통영을 중심으로 서해안, 동해안, 제주도를 연결하는 다이빙 응급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잠수의학회를 만들어 학문적 성과로도 축적하고 싶습니다.” 현재 그는 잠수병 등에 대한 정보와 긴급 연락처를 알리는 ‘잠수응급구급망’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www.denkorea.co.kr)도 운영하고 있다.

잠수의학의 황무지에서 고압산소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오로지 사명감 하나만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통영세계로병원의 김희덕 원장. 인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중앙아프리카로 건너가 많은 생명을 구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처럼 김희덕 원장이야 말로 이시대의 진정한 슈바이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