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구두’라 불리던 고급 수제화, 제2의 전성기 꿈꾸다

성수동수제화타운, 장인의 수제화를 합리적 가격에

2013-04-11     송재호 이사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라는 현빈의 대사다. 장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은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이 베여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고 세월이 흐를수록 멋이 난다. 이태리 장인이 만든 수제화는 명품구두로 불리며 오랜 시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인들의 수제화도 그 품질만큼은 이태리 명품구두에 못지않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구두산업은 큰 호황을 누렸다. 특히 1970년대 초부터 수제화 공방이 밀집해 있던 성수동은 수제화 산업의 메카였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그 명맥을 잃지 않고 이어온 장인들이 있다. 이들이 성수동 수제화 산업의 부활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장인이 만든 고품질 수제화 합리적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곳

수제화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살롱구두’라 불리는 고급구두였다. 고급 사교 모임장이었던 ‘살롱(salon)’에서 신는 구두라는 의미로 당시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여성들이 즐겨 신으며 명품구두로 인식되었다. 이후 대량생산되는 기성화가 보급되면서 살롱구두는 설 자리를 잃어갔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구두를 만들어온 장인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성수동 구두거리다.
성수동에는 600여 개의 구두제조 업체가 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수제화의 약 80%,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되는 구두의 약 8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여전히 우리나라 구두 산업의 중심지인 성수동이 최근  서울시가 구두장인, 공장의 명맥을 잇기 위해 내놓은 ‘성수동 구두 제화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데 힘입어 ‘한국 수제화의 메카’를 꿈꾸고 있다.
SSST(주)는 성수동 수제화 타운에 위치한 수제화 제조업체들의 모임인 ‘서울성동제화협회’의 병설 기업이다. ‘Seoul Sung-Su Sujehwa Town(서울성수수제화타운)’의 앞 글자를 따온 SSST는 제화업체들의 자생력을 키우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웃을 수 있는 이상적인 생산, 유통, 소비를 지향하기 위해 오픈한 공동매장이다.
이세형 대표는 “SSST는 숙련된 수제화 장인기술을 보유한 성수동 일대의 제화업체들이 모여 만든 수제화 공동매장 기업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곳은 2011년 6월 설립 이후 꾸준히 매출이 증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1년 12월에는 행정안전부 인증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2012년에는 주식회사로 법인화해 매장을 확장하며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SSST의 경쟁력은 백화점에 납품하는 브랜드 수준의 고품질 제화의 유통마진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올해 SSST의 목표는 지난해 보다 수십 배 성장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온라인사업 정착과 도매거래의 활성화와 대리점 모집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2곳의 직영매장에 더해 올해 초 3, 4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대리점 모집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지금은 소매위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차후 도매 형태로도 운영하기 위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공동매장의 확대가 필요한 만큼 관계 기관들과의 협조에 많은 힘을 쏟을 것입니다.”


“성수동 구두 거리가 새롭게 부흥할 수 있도록”
SSST의 수장으로서 혁신경영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는 국내 제일의 수제화 메카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는 “SSST는 지난 2009년 11월 설립된 서울시 비영리 단체인 서울성동제화협회의 공동매장분과에 속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동제화협회는 수제화장인기업연합회로 볼 수 있다. 산하에 공동매장분과, 교육분과, 회원협력분과, 지역사회공헌분과를 두고 국내 수제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공동매장분과인 SSST는 2011년 소액 공동출자의 형태로 탄생해 현재 25개의 회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인증한 서울시 성동구 우수 마을기업으로서 중소기업청과 서울시 산업통상진흥원, 디자인재단 등과 함께 성수수제화타운의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청 산하 공기업인 중소기업유통센터의 공동브랜드 지원 사업 대상자이기도 하다.

“수익의 일부를 성동제화협회 교육분과에 투입해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라고 전한 이 대표는 “성동제화협회는 수제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과의 경우 한국제화디자인패턴연구소를 두고 한양여대와 산학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11년 상반기 18명의 수료생 중 9명이 성수동 현장에 취업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성수동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이들의 대부분은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다. 이들의 연령은 40~50대로 자신들의 기술을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청년실업률이 높아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오늘날에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구두를 만드는 일은 청년층에게는 직업적 메리트를, 장인들에게는 후진 양성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물려주고 수제화 산업의 명성을 이어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제조업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할 터


중소제조업은 뿌리 산업으로 한국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다. 이 중 하나가 수제화 산업이다. 수제화 산업의 부흥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의 효과를 유발하는 등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이 대표는 국내 수제화 제조의 메카인 성수동이 다시 빛을 발함으로써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성수수제화타운을 성수역과 주위에 조성한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발맞춰 생산과 유통, 생산자와 소비가 공존하는 성수수제화타운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성수수제화타운을 찾는 이들은 늘어가고 있다. 각종 매스컴과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도 한몫했다. 착한 가격으로 젊은 층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는 어릴 적 손수 신발을 만들어 주던 구둣방 주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350여 개의 수제화 제조업체에서 만든 다양한 구두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S도 확실하다. 매장 근처에 구두 공장이 위치해 수리가 빠르고 기존의 기성화가 불편한 이들은 구두 디자인을 선택하면 자신의 발에 맞는 구두를 제작해 택배로 받아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성수수제화타운의 수제화 산업이 다시 부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노동집약적 산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랍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