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생활서비스

2006-03-07     글/ 김대의 부장
생활서비스의 중심 ‘동네 편의점’ 대활약
택배, 공공요금 등 차별화 전략으로 인기몰이
국내 첫 선을 보인지 올해로 17년째인 편의점. 전국 1만여개 점포에서 하루 드나드는 인구가 500만명이다. 지난해 4조6,000억원대의 시장 규모는 올해는 15%나 성장한 5조3,000억원대(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추정치). 성장률은 백화점(3%), 할인점(11%)을 웃돈다. 편의점의 성장은 훼밀리마트, GS25, 바이더웨이 등 국내 대기업 편의점업체의 공격경영 영향도 있지만 수년간 공을 들여온 ‘차별화’ 전략이 서서히 뿌리를 내린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편의점은 이제 더 이상 음료수, 과자, 생활용품만을 구입하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편의점의 변신이 눈부시다. 택배, 공공요금 수납, 대여 서비스는 기본이고 이제는 보험가입까지 편의점을 통해서 가능하다. 단순히 생필품을 사는 공간에서 벗어나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이런 생활서비스들은 편의점이 보유한 가장 큰 차별화된 상품이자 경쟁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편의점에서 제공되고 있는 각종 부가 서비스는 40가지가 넘고 있다.
국내에서는 97년 2월 LG25(현 GS25)가 공공요금 수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생활편의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수많은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각 업체들은 2~3명의 서비스 전담 MD들을 두고 수시로 아이디어를 짜내는 등 편의점에서 생활서비스는 이제 상품 이상의 주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소매점포와 달리 편의점이 고객의 생활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은 차별화된 업태에 기반을 두고 있다.
24시간 운영이라는 독보적인 차별성과 방대한 전국 네트워크가 생활편의 서비스 개발 및 확산의 주요 동력이다. 예를 들어 ATM이나 택배서비스 등 전문업체가 엄연히 존재하는 서비스가 편의점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생활서비스가 매출구성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 GS25의 경우 5~10%선에 그치고 있으며 바이더웨이의 경우 2% 수준이다. 그럼에도 생활편의 서비스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GS25 비식품팀 김경환 차장은 “부가매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식품, 생활용품 구입 등으로 매출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택가, 학원가 등 입지의 특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후 저마다 차별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인 매출 연계, 즉 수익성 증대를 위해서다. 물론 편리함을 추구하는 업태 본연의 의무가 서비스 제공의 기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생활편의 서비스는 정보기술(IT)와 만나 더욱 첨단 자동화되는 추세다.


40여종 생활서비스로 수익성 증대
편의점의 다양한 서비스 중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기능이 우선 돋보인다.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 3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전기, 가스, 통신, 보험료, CATV 시청료, 신문대금 등을 편의점에서 납부할 수 있다. 24시간 수납이 가능하고 은행처럼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 POS시스템을 이용한 ‘바코드 온라인’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요금과 사용자 정보를 포함하는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시키면 데이터가 각 업체 시스템과 전산호스트로 곧바로 전달돼 요금 납부가 이뤄진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중소 규모의 편의점이 시행하기에는 다소 무리인 편이라 대형 편의점업체인 3곳만이 시행하고 있다.
이미 거의 모든 업체에서 시행중인 ATM/CD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현금인출, 계좌이체, 무통장입금 등 은행 업무가 가능한 은행 현금지급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각종 대여서비스도 시행중이다. 그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이 점포 내 자리 잡고 있는 DVD 코너. 지역 비디오 대여점의 폐점현상과 맞물려 주택가 중심으로 편의점 내 DVD 코너는 안방극장을 즐기기 원하는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DVD 대여 코너로 인해 스낵, 음료 등의 매출이 덩달아 신장하고 있다.
GS25는 현재 100여 점포에서 DVD 대여를 실시하고 있으며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훼미리마트 역시 DVD 대여를 통해 술, 스낵 등의 매출 신장에 노력하고 있다.
타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할인, 포인트 서비스도 활발하다. GS25는 KB카드사와 손잡고 지난 2월 1일부터 KB카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하는 ‘포인트 결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KB카드 포인트를 5,000점 이상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GS25 전점에서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훼미리마트는 SK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Ting, TTL, UTO 등 SK제휴 카드 중 하나를 제시하면 상품구매액의 15%를 할인받을 수 있다. OK캐쉬백 적립도 가능하다. 구매 금액의 1%를 캐쉬백 포인트로 적립 받을 수 있다. 또한 훼미리마트와 OK캐쉬백이 제휴해 만든 자체 마일리지 카드로 구매금액의 2%를 적립받아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바이더웨이 역시 KTF와 의 제휴를 통해 상품구매액의 일부를 할인받을 수 있다.
또한 GS25, 훼미리마트, 바이더웨이 3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e-CVSnet이라는 업체를 통해 대한통운에 의뢰하고 있다. 2000년 5월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는 개별업체 단독으로 전국적 네트워크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인식한 3사가 힘을 합친 것이다. 3사가 연합함으로써 약 5천개 점포에 이르는 전국 점포망과 물류망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편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은 각각 현대택배를 통해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화 서비스 개발 경쟁 치열
한편 공통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각 편의점 업체마다 독특한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25의 경우 국내 최초로 2월부터 GS25 100개점과 GS수퍼마켓, GS마트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보험 판매를 시작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은 20~30대 남성고객이 전체 이용고객의 70% 수준으로 가장 높고 또한 남성 고객의 60% 이상이 회사원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과 운전자 보험, 상해에 대비한 입원비 보험을 판매하기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GS25와 별도로 우체국내 편의점 브랜드인 ‘POSTAL GS25’도 운영중이다. 광화문과 북인천점 우체국내에 자리 잡고 있는 ‘포스탈 GS25’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면서 밤에도 소포, 등기 등 우체국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우표, 엽서, 봉투, 소포용박스 등 우편관련 상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훼미리마트는 매장에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KT 네스팟 서비스를 대표 생활서비스로 꼽는다. 노트북 사용자 증가로 인해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점포를 KT 네스팟존으로 지정, 노트북과 PDA로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U프린트 서비스도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는 부분.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토지(임야)대장, 일반 건축물 대장 등 6종의 부동산 관련 서류를 서울지역 100개 점포에서 출력 받을 수 있으며 주민등록 등·초본 및 각종 증명서역시 (서울 3개 점포) 발급 받을 수 있다. 훼미리마트 홍보실 서원덕 과장은 “훼미리마트는 단지 상품만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서 생활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 소위 ‘우리 동네 리빙스테이션’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만의 신선한 패스트푸드와 생활편의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 확대해 가고 있다”면서 “특히 ‘차별화’상품으로 맛과 품질을 특화시킨 PB, NPB 상품을 매월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더웨이 역시 최근 신규 서비스 상품으로 CashGate 서비스, T-money 서비스, 키오스크(KIOSK) 서비스 상품들을 선보였다.
CashGate 서비스는 겟앤푸드, 파란 등의 온라인 게임, 인터넷 컨텐츠, 전화카드 등을 충전하는 서비스. 요즘 선불형 지급 수단의 서비스 상품 시장 확대에 따라 도입하게 되었고, 현재 게임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키오스크(KIOSK) 서비스는 CMS 쿠폰, 발권 예매 서비스, 모바일 컨텐츠 다운로드, 택배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단말기 이다. 이는 2월 초 수도권 매장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하여, 향후 지역별 정보와 같은 고객 접점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실행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지난해 말부터 KTF와 유통망 공동사업과 관련한 업무 제휴계약을 체결해 바이더웨이 안에 숍인숍 형태로 휴대폰 단말기 판매대를 설치해 핸드폰 구매도 가능하게 했다.
GS25 김일진 대리는 “좁은 공간에서 최대의 효율을 가져오는 서비스 시스템이 최근 편의점업계의 최대화두”라면서 “진정한 ‘거리의 정보, 생활기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올해 1만개 돌파
편의점이 국내 도입 18년째인 올해 기념비적인 1만호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계의 유통시장 지배력이 더욱 세지는 것은 물론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 빅3의 무한경쟁도 격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5만여개의 편의점이 있는 일본을 감안하면 2만호점까지는 계속 성장가도를 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5년말 기준 국내 8개 편의점사(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씨스페이스, 조이마트, OK마트)의 가맹점수는 9,030개. 올해 개점 예정중인 점포가 1,500개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만호점 돌파는 확실하다. 지난 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서울 올림픽선수촌에 국내 첫 편의점 1호점을 연 이래 18년만의 일이다.
89년 7개로 시작한 편의점수는 93년 1,296개를 기록하며 1,000점포 시대로 넘어갔고, 90년대중반 2,000호 시기를 거쳐 3,870개(2001년), 5,680개(2002년), 7,200개(2003년), 8,247개(2004년) 등 2000년 들어서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했다. 특히 훼미리마트가 2003년 10월 업계 최초로 2,000호점을 돌파함에 따라 현재 편의점 업계 모두가 브레이크 없는 외형확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1만호점을 맞이하는 올해, 편의점계의 주도권다툼이 어느 해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선봉은 업계 1위인 훼미리마트가 맡았다. 지난해 385개를 늘려 3,150호점을 기록, 업계 첫 3,000점포 시대를 연 훼미리마트는 올해도 450개를 추가 개점해 3,6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13.3% 신장한 1조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50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GS25는 2003년부터 훼미리마트에 선두 자리를 내준 탓에 절치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올해 300~400개의 문을 새로 열어 1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몇 년간 비수익 점포를 폐점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였던 롯데 계열의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말로 재정비 작업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공격적 투자로 선두 따라잡기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1,250개의 점포에 300~350개를 신규 확충할 예정이다. 이밖에 4~5위인 바이더웨이(140개)와 미니스톱(120개)도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