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친디아 열풍

2006-03-15     글/ 김정숙 기자
세계 경제 뒤흔드는 폭풍의 눈 ‘친디아’
경제 급성장세로 다보스 포럼 등 세계경제 주목받아
최근 주목할 만한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China)과 인도(India)의 앞뒤 글자를 붙여 만든 합성어인 친디아가 세계경제시장에서 인기단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풍부한 노동력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경제성장률도 높은 편에 해당한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의 시장과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인도는 영어권이라는 언어적 이점과 탄탄한 정보기술(IT) 및 생명공학기술(BT)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05년도 세계경제를 전망한 ‘2005 세계 대전망 The World in 2005’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가 바로 ‘친디아’이다. 2000년대를 전후해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경제 4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에 이어 등장하였다. 친디아는 중국(China)의 앞글자와 인도(India)의 뒷글자를 합성한 것으로, 브릭스 4국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과 인도 두 나라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는 뜻으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중국과 인도는 2003년 이후 각각 9%와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경제규모는 2008년이면 유럽 전체를, 2020년이면 미국을 앞설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인도 역시 2020년 무렵이면 세계 5위 안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친디아는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두 나라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부르는 개념이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는 세계 인구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인적 자원이 아주 풍부하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인도는 제조업은 뒤떨어지지만 첨단 서비스 분야인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세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두 나라가 경쟁하지 않고 상대국의 장점을 살리면서 상호보완 할 수 있는 협력체제를 갖출 경우, 친디아가 세계경제에 미칠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의심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는 게 현 상황이다.


중국·인도가 세계 경제 ‘주빈’으로 등극
친디아 열풍은 1월말 열렸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번 포럼은 ‘친디아(Chindia.China+India)주 초강세, 일본주 약세’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만큼 중국과 인도의 높아진 경제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무대였다. 두 나라는 올해 포럼의 주제를 석권하며 참석자들과 언론을 몰고 다녔다. 반면 10여 년 긴 불황 터널에서 벗어난 일본은 친디아에 밀리는 형세였다.
올해 포럼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89개국에서 2300여 명의 각계 지도자가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참가했다.
중국의 행보는 단연 돋보였다. 포럼 첫날 “2007년부터 ‘글로벌 산업 정상회의’를 베이징에서 개최키로 했다”고 발표하는 등 이슈를 선점해 나갔다. 중국은행은 개막일인 1월25일 현지에서 “중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선언했으며, 이는 바로 서방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PwC의 설문조사도 중국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포럼 개막에 맞춰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5개국 1410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78%가 비즈니스에서 중국을 가장 중요한 나라로 꼽았다. 포럼 설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도 “중국의 부상이 모두를 위한 기회가 되고,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주빈임을 확인했다.
인도도 큰 관심을 끌었다. 포럼의 244개 행사 가운데 인도 관련이 12개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인도 정부도 파견 인원을 지난해 30명에서 80여 명으로 늘렸다. 인도 정부 관리들은 '인도 시장을 믿고 투자하라'며 외국 기업인들에게 공격적인 세일즈 활동을 펼쳤다.
반면 일본은 ‘찬밥 신세’가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1월30일자에서 “올 다보스 포럼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 성과와 경제회복 등을 설파했으나 회의장은 썰렁했다”며 “일본의 존재감은 희박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울러 2006년 세계 경제 전망 분과회의에서 “일본 경제는 회복세에 있기는 하지만 이제 세계 경제 기여도는 작다”는 지적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세계정상들 잇따라 인도방문
한편 인도의 위상을 보여주듯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의 인도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이 지난 1월 26일 인도 공화국의 날, 주빈으로 초청된 데 이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호주 총리도 이달 인도를 방문하고 3월 초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 온다.
바야흐로 ‘인도의 계절’이다. 다보스포럼에서도 인도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친디아’의 등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상정한 6개 주제 중 하나일 만큼 인도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관심은 뜨겁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도기업연합(CII)의 주최로 ‘세계속의 인도(India Everywhere)’ 프로젝트가 열린다. 작년 참여 인원의 두 배가 넘는 115명의 의원들도 참석하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행사 기간 중 열리는 210개의 세션 가운데 57개 가량이 인도를 주제로 하거나 인도인이 연사로 나선다. 치담바람 재무부 장관과 카말 나드 무역 장관 등 인도 정계의 핵심 인사들과 포춘이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30개 기업의 CEO들도 참석할 만큼 관심이 높다.
행사의 공동 주최자인 무케시 암바니는 “친디아의 등장은 외발로 건던 세계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제 세계 각국은 중국, 인도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바니는 “인도는 더 이상 변방 국가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이미 세계 경제 혁신의 파트너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다보스포럼은 인도에 이정표를 제시해 줬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로서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인정과 함께 존경받을 만한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줬기 때문이다. 작년 인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6.9%를 뛰어 넘어 7.5%에 이른 것도 ‘세계속의 인도’캠페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도의 유력 일간지인 힌두스탄 타임스는 최근 인도경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뭄바이에서 초호화 회의를 개최했다. 구치와 겐조, 지미추, 알타가마, 빌라 모다 등 내로라하는 세계 명품 회사들의 대표가 참석해 인도 명품 시장의 전망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지난달 인도 방문에 샤넬과 루이뷔통, 까르띠에 등 66개 명품 회사의 대표들이 함께 참여했다. 그들은 인도가 명품 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인도 부유층들의 구매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확실히 인도는 세계 패션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인도 디자이너들 역시 밀라노와 파리, 뉴욕, 모스크바 등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고 있다.
뉴스위크가 ‘이 시대에 주목해야 할 100인’으로 선정한 람찬드란, 샌디에고 두뇌인지센터장은 여전히 인도 여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뿌리가 인도에 있다고 생각하고 인도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인도가 세계 과학과 기술의 중심부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32살에 인도로 되돌아와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명한 과학자 마셸카는 “인도는 연구 활동을 하기에 기반이 잘 갖춰졌고 그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타타펀더멘탈연구소(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를 비롯해 인도에는 15~20여개의 세계 정상급 연구소들이 있다. 델리에는 이를 뒷받침할 우수 인재를 보유한 정상급 대학도 많다. 이들 대학은 부문별로 세계 1위의 학과가 있는 학교들이다.


친디아 열풍 왜?
20년 전만 해도 중국과 인도는 가난한 농업국이었다. 양쪽 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하루 1달러 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인도 인구의 3분의 1은 여전히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데 중국은 13%만 그렇다. 중국의 수출은 연간 6,000억 달러로 인도의 6배다. 인도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딘 이유로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여성 인구의 반 이상이 문맹이며 부패와 규제가 심한 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연 7% 안팎을 기록했다. 인도가 중국이 이룩한 20년 고도성장을 재현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지금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그 기간동안 어딜 가나 ‘인도’를 만날 수 있었다. 인도는 이곳에서 ‘새로운 중국’으로 불리었다. 포럼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다보스에서는 중국에 관한 얘기로 넘쳤다. 올해에는 인도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의 강점도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도는 ‘신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기술 산업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매년 두 자리에 가까운 성장을 지속 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2~3%대 성장률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0% 가까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해 세계 4대 경 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진두진휘하고 있는 쩡 페 이옌 부총리는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 27년간 중국 경제가 연평 균 9.6% 성장했다”며 “중국 내 상품가격의 95%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등 시장경 제가 뿌리를 확고하게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쩡 페이옌 부총리는 또 “1인당 GDP를 2010년에 2000년 수준의 두 배로 늘리고 GDP 생산단위당 에너지 소비를 5년 내에 20% 줄이는 한편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전력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이다.
주민 중국은행 부행장은 “3년 전만 해도 미국 일본 유럽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었지만 이제 더이상 이들은 성장엔진이 아니다”며 “중국이 이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주민 부행장은 “일본 경제가 최근 회복은 하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일본 경제 회복은 수출만 하고 수입은 하지 않음으로써 달성한 대차대조표상 회복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 편집인은 “중국의 급부상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지각변동이자 혁명”이라고 중국의 발전상을 묘사했다. 청쓰웨이 중국 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중국 경제가 연 10%의 고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설문조사(45개국 1410명의 대기업 CEO 대상) 결과 응답자 중 78%가 중국을 시장투자 기회가 가장 큰 국가로 꼽았다.
그동안 중국에 가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인도 경제도 90년대 이후 과감한 경제개방개혁 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제임스 호그 편집장은 “인도는 이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률, 교역규모 확대, 삶의 질 개선 을 통해 경제대국의 길을 가고 있다”며 “앞으로 25년 내 인도 경제가 중국 경제와 동일한 반열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트럭생산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은 “중국은 하드웨어를 만들고, 인도는 소프트웨어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과거 이야기”라며 “인도는 이제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발전 급급 중국 ‘환경문제’ 눈뜨나

지난 9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이 뒤늦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환경보호에 역점을 두겠다고 나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각급 지방정부의 환경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환경보호 임무와 실행목표를 설정해 이를 정기적으로 심사,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과학적 발전관 실현을 위한 환경보호 강화 결정’을 공표했다. 이 결정에 따르면 국무원은 지방정부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환경보호 법집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환경관련 기구들과 연대해 전국적 감시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정책적인 실수로 환경사고를 일으킨 공무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환경보호를 고려한 국민경제 산출방식을 연구해 자원소비와 환경손실 등을 경제발전 평가항목에 넣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식수 오염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식수원에 폐수나 농업용수를 무단으로 방류하는 것을 한층 엄격하게 금지할 방침이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성장만능주의 대신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려는 후진타오 행정부가 정책우선순위에 있어 도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11월 쑹화강 벤젠 유출사고와 같은 환경재난과 공해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앞뒤 재지 않고 치달리는 성장제일주의가 생태계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음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해문제는 단순히 국내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이슈라는 점에서 중국의 이 같은 변화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2025년경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장들이 뿜어대는 스모그와 공해물질들은 이미 인근의 홍콩, 한국,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더 악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다짐’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 같은 반(反)공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 실업과 세수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지방공무원들의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국가환경보호총국은 이와 같은 규정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나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문제 자문기관인 ‘시노스피어’의 헨리 드브랜치 사무총장은 “중국정부가 광범위하고 강력한 내용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환경문제보다 경제발전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