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미생물 이용 천연발효 레티놀 대량생산 기술 개발

주름개선 화장품의 원료인 레티놀의 국산화로 연 1,300억 원의 경제효과

2013-04-05     조서연 기자

주름개선 화장품 원료인 ‘레티놀’ 대량생산 기술 개발

기능성화장품에는 크게 주름개선 기능과 미백 기능으로 나뉜다. 미백 기능을 갖는 물질은 다양하나 상대적으로 주름개선의 기능을 갖는 물질은 제한적이어서 레티놀(retinol)은 화장품 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레티놀은 복잡한 화학합성 기술로만 생산되고 있어 자연친화적이고 인체에 보다 안전한 생물학적 생산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시스템합성농생명공학사업단(단장 국립경상대학교 이상열 교수)의 김선원 교수 연구팀(국립경상대학교 생화학과)에 의해 세계 최초 ‘미생물 이용 천연발효 레티놀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선원 교수는 “레티놀은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A의 한 종류로 현존하는 물질 중 주름개선기능에 가장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어,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각광 받고 있다”고 말하며, “그러나 레티놀은 자연계에서 동물에만 존재하는 기능성 물질인 반면 레티놀의 원료가 되는 베타-카로틴(β-carotene, 비타민A 전구물질)은 식물에만 존재하는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티놀은 식물을 주식으로 하는 초식동물이 섭취하여 만들게 되고, 육식동물들은 이러한 초식동물들을 먹이로 해 비타민A인 레티놀을 보충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전한다. 따라서 레티놀의 생산물질인 베타-카로틴과 레티놀의 생합성 경로가 각각 식물과 동물로 나뉘어져 있어, 자연 상태에서 레티놀을 일괄적으로 생합성하는 것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대사재설계, Metabolic pathway redesign)을 이용하여 식물과 동물에 각각 나뉘어져 있던 레티놀 생산과정을 하나의 미생물에 통합함으로써, 레티놀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Microbial cell factory)’ 개발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기술은 레티놀뿐만 아니라 항염, 항산화 및 항노화의 효능이 있는 레티날(Retinal), 레티노인산(Retinoic acid) 및 레티닐 에스터(Retinyl ester)와 같은 레티노이드의 생리활성 맞춤형 생산에도 적용이 가능해 기능성 화장품은 물론 건강 기능식품, 사료 첨가제 및 의료용 제제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 전한다.
 

연간 1,3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 기대

미생물은 대사활성이 매우 높은 생명체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유용물질 및 발효식품 생산에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미생물을 레티놀 생산 세포공장으로 개발해 값이 저렴한 탄소원인 포도당으로부터 고부가 기능성 물질인 레티놀을 대량생산하는 것은 화장품을 비롯해 전반적인 생명공학 산업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름개선 화장품의 생산액은 2007년 2,200억 원에서 2011년 3,231억 원 규모로 연평균 약 9.4%의 시장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레티놀 성분을 함유하는 복합기능성 화장품의 생산액까지 포함하면 시장성이 매우 큰 분야이다. 김 교수는 “현재 화학성 레티놀은 전량 수입되고 있어 1g에 약 15만 원을 호가하는 반면, 이번 기술을 통해 개발된 레티놀의 생산비는 1g에 4,000원 수준으로 예측되어 매우 저렴하다”고 말하며, 실용화가 이루어질 경우 화장품·식품·의약품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5건의 국내외 특허 출원 및 등록을 완료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주름개선 화장품의 원료인 레티놀의 국산화 및 수출을 통해 연간 1,3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레티놀 생산기술, 공익목적으로의 활용

이번 기술 개발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은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김선원 교수를 비롯해 그의 연구팀원인 윤상활 박사(BK21 농생명산업 글로벌인재 육성사업단 겸임교수), 장희정(박사과정), 하보경(석사과정) 류희경 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건국대학교 생명공학과 오덕근 교수가 협력해 일궈낸 것이다. 이들은 이공계 기피현상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국가과학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오로지 연구에 매진해왔다. 

레티놀 생산기술은 화장품 분야에서 매우 큰 상업적 의미를 갖고있지만, 상업적인 의미 이외에도 빈곤국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공익목적으로도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아동들은 동물성식품 섭취 부족에 따른 레티놀 결핍으로 매년 25만 명 이상이 야맹증이나 실명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하며, “미생물 발효기술을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진 고품질의 안전한 레티놀을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밥에 뿌려 먹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더욱 더 경제적인 레티놀 생산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