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집주인, 세입자는 보증금 떼일까 덜덜
집값 내리는데 전세값 치솟아, 부동산 시장 정상화 시급
1998년 경제 위기 이후 2002년부터 주택 매매가가 상승하고 주택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멈췄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나타난 전세가격 상승은 최근 통화 공급의 축소와 은행의 대출 긴축으로 더욱 심화되고 주택 공급까지 원활하지 않아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직장이 A씨는 요즘 전세보증금을 떼일까봐 밤잠을 설친다. 지난 2011년 4월 4억짜리 큰 저당권이 설정된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를 3억 7,000만 원에 전세로 얻었지만 집주인이 당시 집값이 10억을 웃돌아 전세금과 근저당금액을 빼도 2억 원의 지급여력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8억 원으로 떨어지면서 A씨의 집은 깡통전세가 될지 모를 위기에 놓였다. A씨는 “올해 4월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나가려고 하는데 집주인은 다른 전세계약자가 나타나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세입자 절반 ‘전세보증금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
집값은 내리는데 전세값은 치솟으면서 세입자 2명 중 1명은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까 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 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 전세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전세가격 상승의 영향과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집값하락과 전세금 상승으로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이 ‘그렇다(51.7%)’고 답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집값 추가하락 시 보증금의 피해가 우려 된다’는 답변도 33.5%에 달한 반면 ‘불안하지 않다’는 답변이 14.8%에 그쳤다. 대한 상공회의소는 “현재 보증금과 대출금 비중이 높아 경매처분 시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큰 주택이 수도권에만 19만 가구에 달한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계속 오를 전망이고 전세물건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보증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끼는 세입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세입자 5명 중 1명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보증보험 가입’ 등 임차보증금 손실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응답자는 21.3%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상공회의소는 최근 전세값 급등의 영향으로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계액이 집값의 70%를 상회하는 경우, 전세계약 체결 시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통해 대출여부와 규모를 확인하고 확정일자, 전세권 등기 등의 보증금 보장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값의 하방압력이 있고 주택구매 여력을 갖춘 사람들까지 전세 거주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전세난을 해소하고 자금력이 약한 세입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주택거래가 살아나고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등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서민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집 마련 지원정책 여전히 부족해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의 경제적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부동산투기가 사라져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한다’는 답변은 33.7%에 그친 반면, ‘전세난을 유발하고 내수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답변은 2배에 달하는 66.3%가 나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고 전세가격의 안정을 위해 내집 마련 지원의 확대를 바라며 현행 내집마련 지원정책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세입자들은 ‘도심지내 30평대(공급면적 99~131㎡) 아파트’구입을 가장 많이 꼽았고 선호하는 주택형태는 아파트(58.8%), 단독주택(17.0%), 연립주택(16.6%) 순으로 선호입지는 도심지(43.5%), 신도시(29.8%), 전원주택(22.4%)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 상공회의소는 “새 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한 만큼 이번 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중과제, 분양가상한제 등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는 것에 더해 임대사업자의 전세부담을 낮추고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폐지와 양도세, 비과세 등의 시행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우스푸어의 위험이 렌트푸어에게 전가 될 가능성 높아져
이런 가운데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전월세시장의 전망과 리스트’에서 2009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상대적인 전세가격 상승은 과거추세를 고려할 때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산연은 전세가격의 상승에 따라 하우스푸어의 위험이 임대보증금을 매개로 렌트푸어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으며 이러한 가구가 수도권에 약 19만 가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전세임차가구의 위험이 월세임차가구 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65~7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현재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2~4년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로의 수요분산을 유인하나 주택가격 하락 심리 유지로 임차시장 잔류, 민간 가계위주의 공급체계 및 수익형 임대 선호 등으로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세와 매매가격의 탈동조화, 타지주택소유가구의 임대주택 거주 등으로 빠른 전세가율 상승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이 위험 헷징수단(위험분산수단)으로 활용되는 국내 전월세 시장에서 임차인에게 가장 큰 위험은 자산의 35%에 해당하는 보증금의 미반환 위험이며 전세가율 상승에 따라 보증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전세가구의 위험이 월세가구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을 임대료로 환산할 때 활용되는 비율로 보증금 비중이 작거나 클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 전세계약의 위험 프리미엄이 월세보다 3~4% 높다. 또한 주택담보 가구는 전국에 515만 가구, 수도권에 약 330만 가구가 있으며 이중 수도권에 전세임대하는 가구는 약 54만 가구에 이른다. 보증금 포함 LTV가 70%를 초과하는 가구는 19만 가구로 추정되며 이 주택들에 후순위 임차한 경우, 임대인 부실에 따른 경매 시 전세보증금의 20% 내외의 손실이 예상된다.
임대와 임차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보증금 중심의 지원에서 월세지원으로 확대하고 매매전환 유인책을 지속함으로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공공임태주택 재고 확대로 시장조절의 기능 확보, 공급변동성이 큰 민간 가계의 임대 공급의 안정적 체제 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 가계 임대 공급 의존도가 80%에 달해 민간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보증, 보험을 통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위험 헷징제도 확대와 임대료 산출에 있어 중요한 전월세 전환율 등의 국가공인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 실효성 글쎄…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취득세 감면 법안이 통과되며 어떠한 효과를 거둘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부동산 취득세 감면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취득세 감면안이 실제로 시장에 적용되면 취득세 감면 기간의 연내 추가 연장,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조치 등 실수요자의 구매 능력을 높이고 주택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요자들의 체감 세금감면액이 그리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주택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