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의 변화 속에 녹슬지 않는 특수지 소재 기업으로 거듭날 터

겁 없이 도전하고, 뚝심으로 경영하는 여성 CEO

2013-03-29     이준동 차장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말 ‘도전’.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평화로운 삶을 뒤로한 채 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터. (주)산옥스의 이옥순 대표는 1994년 3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가족을 뒤로한 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오랜 시간 그려 왔던 꿈을 이룬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한국이 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꿈을 30대 아줌마가 되어서야 이룬 거죠.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혈혈단신으로 현해탄을 건넌 이옥순 대표는 비로소 세상과 마주했다. 사람을 상대함에 있어서 유난히 두려움이 없던 그녀는 현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됐고 일본의 문화에도 적응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허물어야 하는 숙제였다. 처음 8개월 동안은 하루 10시간씩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나간 일본의 모습은 선진국 그 자체였다. 눈부신 경제성장은 체계적인 질서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일본인들의 삶의 태도는 이 대표를 매료시켰고 아이들을 일본에 데려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뚝심 있게 다가가 문을 열고, 신뢰를 쌓다
1995년 설립해 연매출 20억 엔을 달성하는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주)산옥스는 특수지와 산업소재, 비철금속, 특수지 소재 전문 공급 기업이다. 2002년 법인화를 통해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주식회사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산옥스를 이끄는 이옥순 대표는 “산옥스의 성공은 특수지 분야를 특화시켜 차별화 시킨 것이 주요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일본에 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이 대표는 어학연수 기간 중 주말마다 전시회와 박람회를 돌아다녔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차에 특수. 고급용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종이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직접 발로 뛰며 거래처를 찾아다녔다. 사실 이 대표는 지독한 행동파다. ‘말보다는 실천’이라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책상에 앉아서 사업이 잘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뉴오타니 호텔, 도큐핸즈, 다카시마야 백화점 등 일본에서도 대기업으로 손꼽히는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산옥스를 알아봐준 것은 아니다.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지만, 그렇다고 기가 죽을 그녀도 아니었다. 끈질기게 찾아갔고 기회가 생기면 최선을 다했고 계약이 체결되면 “당신의 열정에 우리가 졌다”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다. 그렇게 산옥스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템이 친환경적이고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좋은 호응을 얻으며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이 대표가 여성 CEO로서 산옥스를 건실하게 꾸려가고 있지만 사실 일본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일본 사회 깊숙이 들여다보면 한국보다 더 보수적인 면모가 많고, 더욱이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혼자 기업을 일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옥스의 성공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
특수지라는 분야의 선택도 탁월했지만 무엇보다 이 대표의 성실함과 신뢰를 주는 경영은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클레임 대응과 납기일은 반드시 지켜왔습니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일본의 대일본인쇄를 포함한 중대형인쇄사들은 물론 일본의 대기업들과의 거래도 가능했습니다. 성실거래와 납기일 준수라는 기본에 충실했기에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인생살이에 있어서 신뢰가 중요한 것은 물론 대인관계나 비즈니스에 있어서 신뢰의 중요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무역업 경영에 있어서 수입처와 판매처 양쪽의 신뢰를 얻는 것은 중요한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대표는 “절대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먼저 상대방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되죠. 신뢰를 얻기 위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한번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 단 하루의 날짜도 어기지 않고 납기일을 목숨처럼 지켰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들 역시 산옥스와의 거래에서 절대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군요”라고 말했다. 산옥스와 상호간의 신뢰를 이어가고 있는 거래 업체들의 대부분은 상장회사들이다. 튼튼한 업계와 20여 년 가까이 일해오고 있기에 그동안 거래처와 자금회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 적은 거의 없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다 보니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이 대표다.
“위기를 기회삼아 전화위복(轉禍爲福)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 회사 발전의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산옥스는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한국과 연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지사인 산옥스 코리아를 설립했다. 부품, 소재 사업에 종사하며 일본과 한국의 격차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소재 전문분야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크게 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기초가 튼튼해 기초를 바탕으로 계속 발전시키는데 비해 한국은 기초산업 자체가 미약합니다. 특수제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선진 기술을 한국에 소개하고 제조업을 키우는 것이 제 숙원사업입니다. 또한 산옥스 코리아를 통해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 있는 한국 상품을 들여와 일본에 소개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무역 역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
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보급화로 특수지 소제가 쇠퇴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이는 특수지 업계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 대표는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변화하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대지진 이후 특수지 산업의 불황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특수지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수지 사업이 성공하면서 이 대표는 자연스레 잉크에 눈이 갔다. 인쇄에 있어서 종이가 가면 잉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 일찍이 한국의 유명 잉크제조업체와 손잡고 일본에 한국 잉크를 납품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지부진했다. 지진 발생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인쇄 공장으로 한국산 잉크를 납품하게 되며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지진특수를 누리기도 잠시 일본의 특수지 관련 기업들은 지진의 피해를 빠른 속도로 극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 특수지 소제업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게 복구되었습니다. 원료 부족 및 물류 마비 등으로 대공황상태에 빠져있던 특수지 업계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라며 “산옥스는 이렇게 무섭도록 놀라운 일본의 모습을 본받아 또 다른 변화와 요구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도 변치 않는 가치를 비즈니스 가치를 지키는 한편 빠른 변화를 리드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취재_이준동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