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픽션, 시나리오를 소설화하다

생생한 묘사와 거침없는 대사, 빠른 이야기 전개

2013-03-28     이애리 기자

<악마>와 <내가 죽였다>에서 사용한 대사들과 묘사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일반 소설들이 절제된, 정제된 표현을 선호한다면, <악마>와 <내가 죽였다>는 다소 거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걸러지지 않은 대사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단문 위주의 묘사는 한 편의 영화의 장면이 지나가는 듯하다. 자! 이제 글을 통하여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 ‘내가 죽였다’
나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안민정 작가의 첫 소설 ‘내가 죽였다’는 주인공의 살인죄를 입증해야 하는 형사이자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시나리오 작가 안민정 작가의 첫 책 ‘내가 죽였다’는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하여 자신의 살인죄를 입증해야 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이다.

‘내가 만약 3개월 후에 죽는다면, 가장 나쁜 놈 한 놈만 죽이고 죽으면 어떨까?’
소설 ‘내가 죽였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발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스릴러적 요소 즉, 미궁에 빠진 사건을 실낱같은 단서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재미 외에 ‘내가 죽였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동기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형사라는 직업 속에서 느끼는 ‘나쁜 놈을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현실’과 ‘자신을 기다리는 죽음’ 사이에서 갖는 형사 손기철의 갈등은 이내 자신을 살인자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완전범죄를 꿈꾸었지만, 엉뚱하게도 잊고 지내왔던 자신의 아들이 범인으로 잡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죽인 건 나인데, 왜 내 아들이 범인이라는 걸까?”
자신의 아들이 용의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 살인자 손기철은 아버지 손기철이 되어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죄를 증명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렇듯 소설 <내가 죽였다>는 가족의 의미를 잃고 지내온 한 형사가 자신이 빠진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