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총리 지명부터 삐걱
오는 25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취임식 열려
제18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김진선 위원장은 1월2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브링핑을 갖고 2월25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리는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계획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취임식에는 총 6만 명을 초청하되, 이 중 3만 명은 일반국민의 신청을 받아 선정하기로 했다. 그는 “취임식을 비롯한 취임행사는 국민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 계획”이라며 “박 당선이 평소 갖고 있는 국정철학과 비전이 잘 담겨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취임식 참석 신청 일반 국민 10만 명 넘어설 듯
김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국민대통합의 의미를 살려 시대 간,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국민을 종전보다 대폭 늘려 특별히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의 취임식 참석신청은 1월21부터 인수위 홈페이지를 통해 27일까지 접수될 예정이었는데, 신청 개시 이틀 만에 6만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는 “23일 오전 9시 현재 일반국민의 취임식 참석 신청이 6만건을 돌파했다”며 “이대로라면 10만 명 정도가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취임준비위는 취임식 준비에 대기업·중견기업을 배제하고 중소기업 위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는 매출액 300억 원 이하, 상시 근로자 300명 미만의 행사 대행사가 대상이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을 참여시켜오던 관행을 깨고 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새 정부가 지향하는 취지에 맞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참여 기회를 부여했고 기획사에 중소기업의 하나인 ‘연하나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의 틀을 취임식에서부터 담아내겠다는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면서 “무대장치, 장식물 등 여러 분야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체에 별도로 발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식에는 주한 외교사절을 외국 정부 대표로 초청하되, 경축사절의 파견을 요청하는 국가가 있다면 개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국이 고위 경축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의 초청과 참석은 관행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초청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준비위에 따르면 이번 취임식은 정부예산으로 책정된 31억 원 범위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첫 총리 김용준 후보자 자진 사퇴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됐으나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1월29일 저녁에 전격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낸 발표문에서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 실패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에게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의 초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인 1948년 한민당의 반대로 이윤영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김 후보자 사퇴로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초대 내각의 장관 후보자 및 청와대 비서실 인선 작업 등도 늦어지는 등 새 정부 출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특히 이른바 ‘깜깜이 인사’로 인한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면서 향후 인선 과정에서 검증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1월24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부터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야당과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겪어야 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즉각 해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오늘 오후(1월29일) 박 당선인과 면담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오후 6시 8분쯤 통의동 집무실에서 저와 만나 발표문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윤 대변인을 통해 밝힌 발표문에서 언론의 검증에 대해 “이 기회에 언론기관에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 인사청문회가 입법 취지대로 운영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깜깜이 인사’가 부른 낙마사태
김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낙마하면서 당선인의 인사 검증 방식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인수위 안팎에선 “사적 검증 체계의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인사에 있어서 철통보안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인수위 고위 인사들과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들조차 어떤 과정을 거쳐 인물을 발탁하고 검증하는지 알 수 없으며 측근들조차 인사에 관해선 깜깜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사와 검증 과정은 베일에 가려 있다. 이는 인사 청탁을 막고 하마평에 따른 혼선을 줄이면서, 인사권을 극대화하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공적 검증 시스템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며 부실 검증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박 당선인이 지난 1월24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뒤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증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잇따랐다.
김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재산·병역 등 기초 검증만 거쳤어도 거를 수 있는 의혹들을 사적인 검증에 의존하다 보니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선인의 측근 인사조차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 발표 전까지 “기본적인 검증은 다 하지 않았겠느냐”라면서도 “청문회에서 세금 문제는 좀 없었으면 좋겠는데”라며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였다.
사적 검증 시스템은 부실 인사를 계속 낳을 가능성을 안고 있고, 그 책임도 박 당선인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이후 단행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청년특별위원회 윤상규·하지원 위원, 김용준 후보자 인선 등은 모두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협의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역시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진사퇴 말고는 해법이 없어 사실상 낙마한 상태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당장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른 각 부처 장관 인선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박 당선인은 애초 김 후보자로부터 3배수의 장관 후보자를 제청받아, 이르면 다음주 초까지 인선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새 총리를 다시 찾아야 해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인수위 일각에선 “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인선을 다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결정되는 대로 말하겠다”고 말했다.
인사검증 시스템 허점은 어디에
김 후보자 낙마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참모진을 우선적으로 구성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들의 인사 검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 당선인의 개인적인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인사가 커다란 허점을 보인 만큼 국가 검증 시스템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 박 당선인에게는 ‘인사검증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전 보좌관 등 최측근들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박 당선인 홀로 인사 검증과 최종 결정을 내린 셈이다.
보안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과 측근에 의존하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치밀한 검증 자체가 애초부터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선인 비서실에 인사검증팀을 둘 법적인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은 비서실에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뒀다. 당시 법적으로는 당선인 비서실이 인사 검증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 조항이 없어 다소 논란도 일어났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법적인 논란을 벗어나면서도 인사 검증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청와대 참모진을 우선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내각 인선에 앞서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문재인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보좌관을 먼저 내정했고 이들이 인사 추천·검증 작업을 맡았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기초자료에다 평판도 조사 등 이른바 다면 평가식 인사 검증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비서실장을 먼저 뽑았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비서실장은 인사청문회를 안 받아 빠르게 인선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이들에게 인사 검증을 맡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후보군에 대한 지적도 비슷한다. 박 당선인은 당대표나 비대위원장 시절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인사를 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나 이제는 박 당선인 본인의 생각에다 국가의 검증 시스템이 겸비돼야 인사상 드러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1999년부터 공무원, 사회 각 분야 전문가 등 21만여 명의 인재 정보를 모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 아들들의 병역 면제나 재산 문제 등은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다. 박 당선인이 검증을 통해 이를 인지하고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상황 인식에 대한 책임은 근본적으로 박 당선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