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과 장작불을 이용해 전통 그대로의 맛을 담다

직접 벌목한 나무의 강한 화력으로 사골의 잡냄새를 잡아

2012-12-11     취재_조서연 기자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에 위치한 식품제조사 홍제원은 지름 1m의 대형 무쇠가마솥에 직접 벌목한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해 강한 화력으로 사골의 잡냄새를 잡았다.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수한 진국으로 정직한 맛을 내는 홍제원의 사골은 깔끔하기 때문에 국물이 식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사골을 우려낸 국물에 고기를 넣어 끓인 사골곰탕, 도가니탕, 곰탕, 설렁탕 등 사골 국물은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온 한국 특유의 전통 보양식으로 꼽힌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골 국물에 밥을 말아 시원한 깍두기와 함께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면 지친 몸도 금세 원기를 회복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속이 허한 쌀쌀한 겨울철 날씨에 유독 사골 국물 생각이 간절해진다. 회복기의 환자나 몸이 허할 때 ‘진국’을 내어 먹으면 금방이라도 힘이 솟는다는 말처럼 일반적으로 사골은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오래 끓여야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 끓이게 되면 인(p)의 용출량이 증가하면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장시간 푹 고아낸 진국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하여 특별한 방법으로 사골을 고아내는 진주의 식품제조사 홍제원 김남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가마솥에 장작불로 잡냄새를 잡다

사골은 다른 음식에 비해 많은 정성을 요하는 까다로운 음식이다. 콜라겐과 단백질,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영양식품으로 허약한 아이들이나 임산부, 수유부, 노년층의 원기회복에 효과적이며 여름에는 더위를 견디게 해줄 뿐 아니라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사골에 함유되어 있는 양질의 칼슘은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에 좋으며 성장기의 어린이나 빈혈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단백질, 지방, 비타민B1, 비타민B2, 콜라겐 등의 영양소는 수유에 도움을 주며, 칼슘, 철, 황, 마그네슘, 칼륨 등 무기질은 남성의 스태미나를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렇듯 건강 보양식이라 불리는 사골은 요리를 하는데 있어 많은 정성을 요하는 까다로운 음식으로 가정에서 직접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에 소비자들에 전통 방식으로 사골을 우려내 양질의 식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홍제원의 김남기 대표는 “나무보일러 사우나를 개업하면서 벌목 허가를 받은 산주들의 요청을 받아 벌목 일을 대행해주고 참나무, 밤나무, 아카시아 등 벌목한 나무를 사우나의 열원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가스 대신 나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에 식품제조사인 홍제원을 차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토대로 한국인의 보양식이라 불리는 사골을 전통방식 그대로 끓이고자 하였다고 덧붙였다.

전통방식 그대로 우려내는 홍제원의 사골국물

홍제원(洪濟院)은 조선 시대, 중국 사신들이 서울의 성안에 들어오기 전 임시로 묵던 공관(公館)을 일컫는 것으로 김 대표는 사신들이 묵었던 홍제원처럼 귀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신념으로 이름을 홍제원이라 지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념을 갖고 식품 사업에 임하는 김 대표는 “홍제원의 사골 국물은 소의 경우 12시간, 돼지의 경우 8시간 정도 끓여 낸다.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 끓여 뽀얀 국물을 내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뭉근한 불에 오래 끓이면 잡냄새가 나기 쉬워 불필요한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력만 좋다면 결코 오래 끓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름 1m의 대형 무쇠가마솥에 직접 벌목한 장작을 이용해 국물을 우려내는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홍제원은 국물을 내는데 사골과 고기, 물 이외에는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지만 가스불이 아닌 장작으로 끓이기 때문에 화력이 좋아 잡냄새가 나지 않고 깔끔하기 때문에 국물이 식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진국을 느끼기 위해서는 국물이 약간 식었을 때 맛봐야 한다. 너무 뜨거울 때 먹을 경우 맛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국물이 식었을 때에도 그 맛이 변하지 않아야 진짜 진국이다”라고 말하며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뽀얗게 우러난 하얀 사골 국물을 진국이라 여기거나, 조미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의 경우 진짜 진국을 알아보지 못해 안타까운 점도 있다. 그러나 홍제원의 사골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들은 진짜를 알아봐주시고 또 다시 찾아주신다”고 전했다.

음식의 맛에 정직함을 더하다

이처럼 전통방식으로 끓여 낸 홍제원의 사골 국물은 포장과정을 거쳐 도가니탕, 곰탕, 돼지국밥용으로 제공된다. 고기는 별도로 포장해 판매하기 때문에 주방장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포장되어 판매되는 홍제원표 사골은 특별한 조리방법 없이 데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1인 가구 혹은 맞벌이 가구 등 요리에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렵거나 번거로움으로 인스턴트식품이 잦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에 편법을 쓰지 않고 먹는 것에는 정직함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하는 김 대표는 “홍제원의 사골은 특별한 음식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상들의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데 있어서 비법을 찾고 싶다”고 전해 그의 요식업에 대한 건설적인 철학을 엿볼수 있었다. 또한 땔감을 사용하는 동종업체들이 벌목한 나무가 아닌 건축물에서 나온 폐목재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어 환경오염 측면에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진주시 봉곡동에 국물나라 본점인 ‘가마국밥’에 납품을 하고 있으며,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개인 판매도 행해지고 있으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정성으로 끓여낸 전통방식의 사골 국물 맛을 볼 수 있도록 홍제원을 이전해 확장 중에 있으며, 판매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인터넷판매도 예정 중에 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사업이라 함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지만, 홍제원에서 만들어내는 사골은 사업의 수완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홍제원의 뜻처럼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음식을 고객들에게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