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시민이 아끼는 도립 의정부병원으로 거듭나겠다”

직원 의식전환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로 지역주민 신뢰회복 ‘역점’

2012-12-10     서동삼 부국장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신임 허봉렬 병원장은 지난 11월13일 취임 후 여러 가지 구상으로 마음이 무거울 듯 한데 사실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오자마자 도립병원으로서 경기도 감사를 끝낸 데다 여러 가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표현대로 좋은 징조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만 70세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건강미와 생기가 넘쳐있는 허 병원장과 인터뷰는 그래서 1시간 내내 유쾌하게 진행됐다. 신임 병원장으로서 소감과 포부, 진료철학,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의정부 대표 브랜드, “의사로서 마지막 봉사라 생각”

“이 병원에 오게 된 것은 여기가 어려워서 의사로서 마지막 봉사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와서 보니까 하면 할 것 같습니다. 가능성을 봤습니다.” 최근 업무파악을 끝낸 허 병원장의 취임 소감은 간단명료했다.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선봉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베어있었다. 58년 역사를 지닌 의정부의 대표 브랜드로서 의정부병원은 위치도 좋고, 의료장비도 최신기종을 도입해 공사가 곧 끝난다. 허 병원장은 “내가 여기 오자마자 며칠 전 새로운 의료장비를 구입하도록 경기도와 보건복지부에서 40억 원의 매칭펀드(중앙정부의 예산지원자금)가 내려왔다”며 환한 웃음을 지은 뒤 “경기도나 보건복지부도 긍정적이어서 고가의 첨단의료장비가 도입되면 시민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정부병원은 그동안 직원 250여 명(의료진 22명, 간호사 95명 포함)이 열악한 환경에서 경영상태가 악화돼 봉급도 제때 못 받는 등 사기가 저하된 상태였다. 허 병원장은 먼저 사기진작 방안으로 밀린 봉급을 해결해 주었다. 병원 직원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사람들 치료해주니까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고 격려하면서 직원들의 정신 상태를 부정적인 정서에서 긍정적 마인드로 바꾸는데 앞장서고 있다. “걷기나 등산 등 신체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이 단력되 듯 마음도 마찬가지로 단련해야 합니다. 병원은 의료봉사기관입니다. 남을 도우면 기분이 좋아지는 헬퍼스하이(helper's high)는 단순한 기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봉사가 우리의 정신과 신체에 주는 긍정적인 효능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입증돼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행복하면 환자가 행복하고, 환자가 행복하면 병원도 잘 된다는 것이 허 병원장의 지론이다. 지금까지 40여 년 의사생활을 통해 체득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런 걸 연구해서 강의도 많이 했다는 허 병원장은 “이런 운동을 6개월쯤 하면 병원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 병원장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1일1선(1日1善)’운동을 전개하고, 12월15일 세미나도 개최한다. 

“저소득·취약계층 위한 최고 병원 되겠다”고가 첨단의료장비 도입 ‘고무적’

허 병원장은 임기 2년의 경영방침을 밝히면서 “의정부병원은 의정부 지역 유일의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없도록 하겠다”며 최우선 순위를 저소득계층을 위한 최고의 병원을 만드는데 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 병원장은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무너져 차상위계층으로 전락하면 건강에 직접 문제가 생긴다”며 “이런 악순환을 끊어줄 수 있는 병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마인드로 다가가 질도 높고, 시설도 좋은 그런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환자를 대하는 직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적 자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그의 이런 뜻을 전해들은 동료의사나 은퇴한 명의, 서울대병원 제자들까지 나서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고 한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에서 첨단의료장비도 중요하다. 허 병원장은 20억 원이 넘는 첨단 MRI기계와 CT 128채널을 비롯해 내시경, 유방촬영기, 골밀도 측정기, 뇌혈류측정기, 복부 초음파기, 쇄석기 등을 조만간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이 겪고 있는 운영난 타계 방안에 대해서도 허 병원장은 “직원들의 의식을 전환하고, 의료진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특히 지역주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정부병원 이전 논란과 관련해서는 오래 돼서 새로 신축하기가 힘들다고 즉답을 피한 뒤 다른 곳으로 부지를 마련해 이전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추진하겠다며 향후 과제로 남겨뒀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허 병원장은 진료서비스 외에도 대민봉사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경기도립 의료원 6개 병원 중 유일하게 의정부병원에 있는 ‘정신과’가 운영하는 정신보건센터, 알콜상담센터, 여성학교폭력지원센터, 가정간호사업, 아동전문심리치유센터, 중증장애인전문 치과진료사업, 저소득층 진료비 지원사업, 무료이동진료사업, 한의과 설치를 통한 양한방 협진진료체제 운영, 보호자 없는 병실 및 완화의료병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죽기 전까지 현역으로 뛰고파”

경북 청도 출신인 허 병원장은 지난 1967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 석사·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허 병원장은 한국 최초로 가정의학과를 서울대병원에 개설해 30여 년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주임교수를 역임하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가정의학의 정착을 위해 헌신해 왔다. 배출한 제자만도 300여 명이 넘는다. 2007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로 퇴직한 뒤 지난 4년간 국립암센터 초빙의(건강검진 및 진료)를 거쳐 의정부병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45년 의사생활을 돌이켜보며 너무 좋은 병원에서만 근무해왔다고 자평한 허 병원장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치료하는 것이 복을 받는다는 성경말씀에 따라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늘 친구들에게 “죽는 날까지 항상 현역으로 뛸거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허 병원장은 “그동안 의학공부만 매진해 왔는데 지금부터는 병원경영을 하고 싶다”면서 나름대로 준비된 병원장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즉 온라인 MBA과정, 의료경영고위과정, 공공의료정책과정 등 병원 경영과 관련된 대학교 과정을 수료하며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웠다고 한다.

지금까지 의사로서 지켜온 진료철학을 묻자, 허 병원장은 “부자,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진료의 형평성을 유지하며 누구든지 원하는 진료를 마음껏 받고, 몸과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그런 의사를 목표로 생활해 왔다”고 말했다. 허 병원장에겐 프론티어 정신이 강하다. 매년 5월15일은 변화하는 현 세계에서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국제연합이 제정한 ‘세계가정의 날’이다. 한국에서는 허 병원장이 지난 1995년부터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건강가족운동’을 주도해왔다. 또한 1995년 17도 이상 술에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도 허 병원장이 당시 보건복지부에 보내 채택되면서 주류업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허 병원장은 또 금주·금연운동 외에도 해외에서 의료봉사활동도 활발히 했다. 7년 전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온가족이 세례를 받고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허 병원장은 성경 말씀처럼 항상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건강관리 역시 집 근처 용산 가족공원에서 걷고, 근력운동도 하고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며, 특히 건강은 절제 등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원들 회식 때도 술은 안하고 금연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