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사퇴에 정계은퇴 배수진 친 박근혜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퇴 이후 중도층 끌어안기 부심
지난 11월25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후보등록을 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 등록에 즈음한 입장’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여정을 마감하려 한다”며 사실상 정치적 배수진을 쳤다. 박 후보는 “IMF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 인생의 대부분은 국민과 함께 동행하며 살아온 삶이었다”며 “그리고 오늘 제가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서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국민 여러분의 힘 덕분”이라고 소회를 드러냈다.
朴, 비례대표 사퇴 그리고 후보등록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제가 18대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쳐 지난 반 세기 동안 이루지 못한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책임 있는 변화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5년 저의 정치 인생을 돌이켜보면 국민 여러분이 힘이 되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위기와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항상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를 믿고 저의 힘이 돼 줬다. 그 동안 보내주신 마음의 지지와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저는 이번 대선이 그 큰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위기의 나라를 구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고 계신 변화를 만들어내며 우리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는 100% 대한민국을 이뤄 국민 여러분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가 이날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지난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26번을 배정받은 이운용 씨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다.
기자회견 직후 박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서병수 중앙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과 조윤선 대변인이 이날 오전 10시45분경 대리인 자격으로 선관위를 방문해 후보등록 서류를 접수했다.
한편 지난 11월25일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대선후보로 등록해 놓고도 국회의원직만은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안 대변인 “대선에 패배한 뒤에도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더 나아가 대선 이후 당권을 장악해 이른바 ‘노빠세력’의 생명연장을 기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브리핑으로 풀이된다.
사퇴한 안 전 후보 지지층 어떻게 끌어안을까
박 후보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사퇴 이후 중도층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안 전 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중도 및 무당파의 향방에 따라 대선의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은 박 후보의 취약 지지층으로 분류돼 왔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보다는 보수층 결집과 호남 및 충청권 표심 흡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만큼 박 후보 역시 이를 좌시할 수만은 없게 됐다.
11월24일 새누리당에 입당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결집도 필요하지만 중도 및 중간층의 결합도 매우 중요하다”며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안 전 후보를 지지해 왔던 세력 가운데 적어도 25%~30% 정도는 문 후보 쪽으로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는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시시각각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박 후보 측 선대위는 나머지 상당수는 무당파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보수성향의 유권자는 박 후보의 지지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안 전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정치쇄신’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3일 이상일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당이 국회의원 특권폐지 방안을 발표하고, 6월분 세비반납 등으로 의원들의 내려놓기에 물꼬를 냈던 점을 거론하며 “박 후보는 대선 기간 정치쇄신의 의지와 구상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 후보는 올해 초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강력한 당 쇄신 정책을 펼쳐 4.11총선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이에 선대위는 이념적으로 중도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정책공약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박 후보 캠프 측은 이른바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로 불리는 가계부채 및 사교육비 부담 줄이기, 일자리 확충 등 10대 공약을 통해 중도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與, 안철수 전 후보 사퇴민주당 책임론 부각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의 사퇴선언 다음날 민주통합당 문 후보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다. 안 전 후보의 사퇴원인을 민주통합당과 문 후보의 ‘구태’로 몰며, 우여곡절 끝에 야권단일 후보로 부상한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막아보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안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포문은 박근혜 후보가 직접 열었다. 박 후보는 11월24일 오전 동대문구 전농동 노숙인 보호기관인 ‘다일공동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과는 문 후보와 민주당 구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 후보는 그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도 “안철수 현상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 열망의 표현이었고, 안 후보는 그 열망에 따라 험난한 정치판에 뛰어들었는데 이런 국민의 열망은 민주당과 문 후보의 약속위반과 노련한 협상수법으로 좌절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안 대변인은 “우리는 안철수 현상을 통해 나타난 많은 국민의 바람을 존중하며 안 후보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 했던 분들의 실망과 허탈감을 이해한다”며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정치쇄신을 바라는 열망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안 후보가 민주당의 구태정치 프레임에 걸리면서 그가 주장했던 새 정치도 퇴색했다”면서 “통 큰 형님의 모습은 오히려 안 후보가 보이면서 문 후보를 더욱 째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임을 강조하며 안 후보 지지층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사퇴 과정을 지켜본 안 후보 지지층이 뜻대로 따라줄지 불투명하다”며 “문 후보는 손을 벌리기 전에 과감한 정치쇄신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