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열’ 통해 당은 물론 군에도 ‘김정은 사람’ 속속 배치 중
평양에서 시작돼 지방으로 확산 중…상장으로 강등됐던 김격식 복권
지난 11월20일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이후 당, 정, 군에 대한 전방위적 인물검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직위에 오른 뒤 당, 내각, 군의 순서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충성도와 비리 등에 대한 검열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평양에서 시작돼 현재 지방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검열결과에 따라 해당 인사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며, 직위를 그대로 두고 계급을 강등하거나 심할 경우 인물을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인물검증을 대규모 숙청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 규모나 범위가 제한적인 것을 볼 때 리더십 교체에 따른 ‘김정은의 사람들로 교체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으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군에 대한 인사검열은 이미 10월부터 본격화 됐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0월6일 개성공단 인근에서 근무하던 북한군 병사가 상관을 사살하고 귀순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 이후 현영철 총참모장이 차수에서 대장으로, 최부일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대장에서 상장으로, 그리고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장에서 중장으로 1~2단계씩 계급이 강등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사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계급 강등과 숙청은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강등된 인사들은 여전히 김정은을 수행하게 되고, 이는 계속해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일정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원래 계급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인사조치의 결과 군보다 당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미 숙청된 이영호 전 총참모장보다 현영철의 서열이 뒤로 밀리는 등 군보다 당 위주로 배치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사상검열을 담당하는 국가보위부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상장으로 강등됐던 김격식 전 북한군 4군단장이 대장으로 다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최근 김정은이 인민군 기마중대 방문 때 동석한 김격식이 상장이 아닌 대장 계급장을 단 사실을 미뤄볼 때 계급복귀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대장의 복권 배경은 아직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격식은 2009년 2월 인민군 총참모장에서 해임된 뒤 서해 5도를 담당하는 4군단장에 임명됐다. 그러다 올해 초 군단장 해임과 함께 강등설이 제기된 바 있다. 올해 5월 통일부가 펴낸 ‘북한 주요 인사 인물정보’에도 김격식의 계급은 상장이었다. 이에 한 북한 전문가는 연평도 포격 도발 실패의 책임을 물어 강등되면서 철도성 부국장으로 좌천됐다가 이번에 복권된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