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 부실자료 등으로 결국 무산

청와대와 합의한 제3의 장소에서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수색 진행

2012-11-12     정대근 기자

지난 11월12일 오후 2시,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후 사저 부지 부정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웅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이헌상 특검 파견검사를 비롯해 특별수사관 서형석, 권영빈 변호사 등 특검 수사팀 5명이 진행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임의제출 형식을 빌려 청와대 경호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사저부지 매입계약 자료 확보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연수원은 청와대와 특검팀이 사전에 협의한 제3의 장소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팀은 청와대가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가져온 자료가 부실하다고 판단해 압수수색 개시 1시간여 만에 ‘집행불능’을 선언하고 영장집행을 중단했다.

현장에서 철수하던 특검팀은 “청와대가 임의로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특검팀이 요구한 자료를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옮겨 임의제출 형식으로 영장을 집행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애초에 특검팀이 요구했던 자료는 계약서, 회계문건 등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관련 자료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작성한 6억 원의 차용증 원본 파일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검팀에 부실자료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특검팀은 “왜 미리 요구한 자료를 가져오지 않았느냐”며 청와대에 대한 직접적인 영장집행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군사, 공무상 비밀기관인 경우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동의 없이는 원천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없다.

이로써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특검팀은 앞서 시형 씨가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특검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사할린 유전과 관련해 특검팀이 제3의 장소에 청와대 컴퓨터를 옮겨놓고 자료를 임의 제출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지 않은 ‘협조’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