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신학과 영성 가르치는 명문 신학대학교 만들 터”

개교 60주년 맞아 ‘제2의 창학’ 선언,‘내적 변화’와 ‘외적 성장’ 시동

2012-11-09     취재_서동삼 수석 부국장

대한민국 엘리트들의 전략적 중심지인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복판에 위치한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이하 침신대)를 방문해보면 ‘우리나라에 이런 대학교가 다 있었던가?’라는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름다운 캠퍼스에 학생들이 웃으면서 방문객들에게 즐겁게 인사하는 모습만 보아도 다른 학교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지난 7월 제13대 총장으로 선임된 신임 배국원 총장은 전교생의 3분의 1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신앙과 학문을 연마하고 있는 침신대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고자 ‘제2의 창학’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인터뷰를 통해 신임 총장으로서의 포부와 학교 발전방향 등을 들어봤다

“우리 대학을 더욱 젊고 활기차게 변화시키는 것이 제 사명”

침신대는 대전 중부권의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것도 하나님의 섭리일까? 신임 배국원 총장은 “우리 학교가 위치한 유성구 하기동은 그 이름부터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곧잘 농담하곤 한다”면서 “곧 선비들의 마을(유성) 아랫 기초(하기)에 위치한 우리 대학교는 학문의 기초인 신학을 배우기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의 장소에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침신대에 오려면 ‘만족함을 아는’ 지족역에서 내려야 하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라고도 했다. 배 총장은 본격 인터뷰에 앞서 총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드린다고 하자 “부족하기 그지없는 저에게 이 귀중한 사명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면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수많은 목사님, 교직원, 학생, 성도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신임 총장으로서 포부도 남다를 터인데 향후 4년 임기중 어떤 점에 역점을 두고 학교발전을 이끌지 궁금했다.

배 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학교가 정말 신학교다운 특성을 개발하고 정립하는 일”이라며 “우리 학교만의 교육적 개성이 분명히 확립될 때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여하신 교육이념에 충실한 학생들을 배출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교육이념인 ‘진리, 중생, 자유’를 복음과 기독교 교리에 입각해 ‘학문성, 영성, 인성’의 세가지 가치관으로 해석해 학생들이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배 총장은 이어 “학교를 교육중심으로 전환하는 발상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모든 행정을 철저히 학생중심, 특히 교육중심으로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교육방침을 밝힌 신임 총장의 리더십에 지역공동체와 교단에서도 각별한 주목을 하고 있다. 선교사들이 떠나고 처음으로 한국인 학장이 취임했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 학교는 40년 동안 같은 세대의 총장들이 학교를 이끌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배 총장은 첫 번째 세대교체 총장이 되는 셈이다. “그런 배경 때문에 제가 올해로 60이 되었지만 교단 목회자들은 ‘젊은’ 총장이 당선되었다고 생각하시고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를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우리 대학을 더욱 젊고 활기차게 변화시켜야 하는 것도 제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두천 캠퍼스 이전? 원칙만 세웠을 뿐 구체적 계획 없어”

마침 내후년이면 침신대가 개교 60주년을 맞는다. 배 총장은 시간이 멀지 않았다며 허리띠가 너무 느슨해졌다면 다시 조여 매겠다고 했다. 마치 ‘제2의 창학’을 준비하듯 힘차게 재도약할 수 있는 청사진을 물었다. “2014년 개교 60주년을 맞아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60주년 쥬빌리를 맞아 처음 설립될 때의 감동과 열성으로 다시 한번 무장해 학교를 새롭게 창학하는 기본정신을 되살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배 총장이 추구하는 침신대의 미래는 내적 변화와 외적 성장,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내적 변화는 공동체 화합과 단결, 신학교 정체성 정립, 학생복지 및 멘토링 시스템 구축, 각 학과 특성화 개발, 교수충원 및 연구업적 향상, 창조적이고 효율적 행정개선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차세대 종합정보시스템(BIPS)에 대해서는 기존의 홈페이지 기능 뿐만 아니라 학사정보, 강의과목, 웹메일, 개인정보 등을 한꺼번에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기능을 갖췄다며 포탈시스템 구축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두 번째로 외적 성장은 학교의 지경을 넓히는 일이다. 수도권에 대학원 대학교를 설립해 수도권 진출이라는 교단의 꿈을 이루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사이버 캠퍼스 개념을 공격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동두천캠퍼스 건립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분명히 얘기할 구체적 내용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초기에 계획된 것은 교육관 1동을 건립해 학부 기독교교육과와 신학대학원 일부를 2014년부터 모집한다는 정도였습니다. 이후 점차적으로 건물과 정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원칙만 세웠을 뿐 구체적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사전환경성검토, 교육환경평가 등에 관한 도시관리계획 용역을 의뢰한 보고서가 연말쯤 나올 때까지 시간을 갖고 학교와 교단을 망라해 동두천 캠퍼스 문제에 관한 열린 토론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SBC 산하 6개 신학교와의 관계 정립에 대해서 배 총장은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수많은 졸업생들이 SBC 소속 6개 신학교로 진학해 세계적 수준의 신학교육을 받는 등 저희 학교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면서 “향후 우리 학교와 6개 신학교 간의 다양한 협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위기일수록 앞장서서 훌륭한 사역자 배출할 때”

요즘 한국 교회가 위기라고 한다. 배 총장은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한국교회는 지금 분명히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관련된 모든 소문과 문제의 근원에는 신뢰 상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실망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위기’란 위험하긴 하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국교회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역량과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학교가 앞장서서 인간의 위기를 하나님의 기회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훌륭한 일꾼들을 배출해 낼 때입니다.” 배 총장은 이어 “저의 꿈은 우리 대학교를 아시아와 세계에서도 인정할 만큼 참된 신학과 영성을 가르치는 명문 신학대학교로 만드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선지학교로서의 본연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일은 우리 학교의 사명일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시장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대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배 총장은 기독교 신앙이 돈독한 침례교 가정에서 태어나 고교시절 기독교 복음 사역자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먼저 신학을 위한 철학적 기초를 쌓기 위해 연세대 철학과에 입학했고, 제대 후 미국 켄터키 소재 Southern Baptist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침례교의 복음적인 신학을 배운 다음, Harvard 대학교에 진학, 종교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은 인간의 종교성을 ‘신앙’(faith)이라고 규정한 Wilfred Smith 교수의 사상을 분석하고 비판한 것으로 Homo Fidei(신앙적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종교학 총서로 출판된 바 있다. 지난 1990년부터 침신대 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신학과 학과장, 교무처장, 학생실천처장, 대원학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