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이라크 추가 파병, 찬반여론 팽팽!

2003-11-21     시사매거진
UN결의 찬성속에 내린 결정… 터키등 아랍권 태도변경에 우려되는 반대여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국을 하루 앞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이라크 추가 파병을 전격 결정한 것은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우선 1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이라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됨에 따라 국내의 파병반대 여론은 잠재울 명분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노 대통령 지지층에선 파병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지만 유엔의 깃발 아래 파병을 하는 것인 만큼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파병이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고,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도 이상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는 파병결정의 타이밍을 놓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신의 재신임 문제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과감히 이라크 파병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면의 반전을 꽤했을 수도 있다. 파병이 현실화되면 재신임 문제는 그 뒷전으로 밀려날 개연성이 있게 때문이다. 또 보수층을 중심으로 노 대통령의 파병결정을 옹호하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이 일 것이라는 것도 계산에 넣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의 지지층에선 재신임 문제로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라크 파병문제로 다시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은 경우에 따라선 지지층과 비판층의 지지를 모두 확보할 공산도 없지 않다.
물론 청와대 내에서는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등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이라크 파병이 내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 지지층을 자극, 악영향을 지킨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15일 일시 귀국한 한승주(韓昇洲) 주미 한국 대사로부터 이라크 파병 결정 지연에 따른 워싱턴의 ‘냉기류’를 전해들은 것도 파병을 조기 결정하는 쪽으로 급선회한 배경이 됐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으로 새로운 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것보다는 만약 파병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잃게될 유무형의 불이익이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신용평가 회사들이 국가등급을 낮출 경우 경제적 불이익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 결정을 내림으로써 미국에 상당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파병의 발표 시기는 당초 20일 APEC회의에서 부시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이후에 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이럴 경우 “미국의 압력을 받아 마지못해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독자적인 결정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게 청와대 내부의 평가다.

청와대 일부참모 “派兵땐 사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일체의 추론을 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가운데, 청와대의 일부 참모들이 전투병 파병 불가를 주장하거나, 전투병을 파병하면 사퇴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파병 불가피론을 주장했던 청와대 외교?국방라인과 비판의 각을 세우고 있어, 파병을 둘러싼 청와대 내부의 파열이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여기에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통합신당마저 추가 파병에 찬성하는 일부 각료와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을 지목하며 강도 높은 비판과 징계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여권 내 불협화음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주현(朴珠賢) 청와대 국민참여 수석은 21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청와대 내에 전투병 파병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며 “책임지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진퇴 자유는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수석은 그러나 “전투병을 파병하면 내가 사퇴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참모들 간에 의견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현재 결정된 것은 비전투병조차도 파병하지 않겠다는 가능성만 배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 운동가들이 청와대가 모든 것을 결정해 놓고 국민들을 기만하려 한다“는 비난에 대한 해명이었다.
박 수석은 정부 내 외교?국방라인을 향해 ‘관성적’이란는 비판도 했다. 박 수석은 “외교?국방 담당자들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나 그것을 일부 파괴했을 때의 두려움이 있는 것 같지만, 이제는 좀 달리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혹시 관성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닌지, 그게 올바른 것인지 고민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병에 부정적이었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 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는 국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문제를 풀어 가야 할 때가 아니냐”며 참모 간 이견표출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386참모들 중에는 “전투병을 파병하면 노무현 정부의 근본이 부정되는 것이므로,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통합신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 내에 전투병 파병을 부추기는 기류가 있다”며 “이런 기류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며 19일부터 사흘째 단식 항의에 돌입한 임종석(任鐘晳) 의원도 “대통령이 개인 의견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외교.국방 라인의 강경한 입장의 사람들이 익명으로 언론에 계속해 정보를 흘리고 전투병 파병을 기정 사실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이런 사람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이라크의 평화.재건 지원에 적극 참여한다는 원칙 아래 비전투병 위주의 참여에 대해 적극 검토키로 했다.

독자적 작전 가능한 '종합부대' 유력
국방부는 최근 청와대에 △폴란드형 사단(3000여명) △독자적인 작전수행 부대 (6000~7000명) △완전 편제된 1개사단(1만~1만2천명) 등 세 가지 파병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주둔중인 미군의 전력을 대체해 치안유지와 전후 재건임무를 원활히 수행하려면 스스로 부대를 방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종합부대’를 편성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따라서 파병부대는 특공여단이나 특수전사령부 등 특수부대와 보병외에 이라크 전후 복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병부대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약 10개의 야전 공병단(각1000명) 가운데 1,2개를 파병할 여우가 있다. 이와 함께 K-200 장갑차 등으로 무장한 기계화 보병대대를 파병하는 한편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이미 활동 중인 건설 위로 지원단의 이동 배치도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규모는 폴란드형 사단을 모델로 모술 등 북부지역의 넓은 작전 지역을 맡기 위해 6000~7000명 수준의 ‘준(準)사단’을 보내고 나머지 2000~3000명의 병력을 다국적군으로 채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군 일각에선 현지 안전문제와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의무, 헌병, 수송, 통신 등 각종 군수 지원을 망라해 완전히 편제된 1개 사단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형 사단의 경우 20여 개국 7000여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부대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고 지휘 통제에도 어려움을 격고 있어 한국군 독자 사단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파견 부대 구성과 훈련일정 등이 확정되면 모체 부대를 지정한 뒤 파병 희망자를 가족 동의를 전제로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 병력은 전군을 상대로 모집할 계획이다.
내달까지 구성이 완료되는 파병 부대는 12월부터 2개월간 현지 적응훈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전사 교육단에서 이뤄지는 적응훈련은 현지 문화와 언어, 정세를 비롯해 지형지물, 기후정보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특히 치안유지 임무를 맡게 되는 전투병의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테러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 북부 기역이 바그다드 등 미군이 주둔 중인 중북부지역보다 안전하다고 판단되지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민병대원들의 산발적인 테러 등 불안한 현지 정세를 감안할 때 강도 높은 사전 대비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은 모술 등 이라크 북부지역을 맡고 있는 미101공중강습사단을 내년 2월 중 다국적군과 교대한다는 계획은 이미 발표했다.
바그다드 북쪽 400km에 있는 모술에 주둔 중인 101공중강습사단은 모두 3500여명으로 아파치 공격헬기 70여대, UH-60 블랙호크 헬기 등 200여대의 헬기를 비롯해 105mm곡사포,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군의 준비 기간을 감안, 정부는 쿠웨이트 주둔 미 중부 군사령부 전쟁지휘부와 수시로 접촉해 늦어도 1월말이나 2월초에는 현지 파병을 개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세인 정권 핵심들 다수 은신

한국인이 추가 파병될 이라크 내 주둔지로 바그다드 북쪽 400km 지점의 무술이 거론되고 있다.
니나와주의 주도인 모술은 대구모 유전과 터키행 송유관 등이 있는 북부 바스라에 이어 이라크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1939년 북부 교외에서 유전에 발견된 후 석유개발 기지 및 터키 시리아 등으로 이어지는 교통요지로 발달했다.
인구도 빠르게 늘어 1987년 66만 5000명에서 지난해에는 174만명으로 추산된다. 터키와 갈등 관계인 쿠르족이 원주민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사담후세인이 줄곧 아랍족 수니파를 이곳으로 이주시켜 지금은 아랍족이 과반수다. 따라서 후세인으로서는 고향 티크리트에 이어 든든한 ‘기댈곳’이다
이 때문에 후세인 치하 핵심 인문들이 전후 이곳에 많이 숨었다. 7월 후세인의 두 아들이 이곳에서 사살됐고, 타하 야신 라마단 전 부통령, 하심 아흐마드 알 자부리 전 국방장관 등이 이곳에서 미군에 잡혔다. 이슬람 테러조직 ‘인사르 알 이슬람’ 간부 오소 하우레리도 후세인 잔당의 보호 속에 숨어 있다가 14일 이곳에서 붙잡혔다.
1일에는 수백명의 실직자 시위대가 모술시청 앞에서 시위 도중 후세인지지 구호를 외쳤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런 이유로 모술에서는 전후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미군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가장 많은 곳은 수도 바그다드 지역으로 56명(이하 7일기준)이며 모술은 10명이다.
모술에서는 9월 25일 이라크인들의 공격으로 미군 7명이 부상했으며 전날에는 ‘선정적인 영화“를 상영한 극장에 대한 공격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10월 1일의 시위 이후 모술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10월 이후 미군에 대한 공격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외신은 거의 없다. 9일 한국을 찾은 알리 알라의 이라크 과도정부 총상장관은 “모술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한국군이 교전을 치를 상황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5월초부터 세 달간 모술의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에서 활약GOT던 정용칠 외교통상부 아중동심의관은 “5월만 해도 모술은 어수선했지만 지금은 안정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이라크에서 과도 통치위원회 안보위원을 만났다”며 “‘이라크인들은 미군과 영국군을 점령군이라고 인식하지만 한국은 좋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은 이라크 인프라 건설에 이바지한 나라’라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 등 이미 이라크에 조직원을 잠입시킨 테러조직들은 미국 영국군이외의 외국군에 대해서도 공격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 인들의 민심변화에 따라 외국 주둔이 감당해야 할 위험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유엔사무소가 5월 15일부터 9월 24일까지 미군 영국군과 유엔 등 국제기관, 이라크 경찰 등에 대한 공격 횟수를 조사한 결과 5월에는 501건(이하 하루평균, 6월 9건, 7월 9.8건, 8월 7.7건이었으나 9월에는 23건으로 폭증했다.

위험수당 1인 月200만~320만원 사단급 파병땐 총비용 年5000억
이라크 추가 파병에 따라 한국이 부담해야 할 파병 비용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가 파병되는 한국군은 유엔의 승인을 얻은 다국적군의 일원인 만큼 모든 비용은 한국 정부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파병 규모에 따라 적게는 연간 2000억원, 많게는 5000억원 이상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1개 여단 3000여 명 규모의 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연간 20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가 ‘폴란드형 사단(Polish Division)'을 준용해 3000여 명의 경보병(light infantry)을 보낼 경우의 예상비용이다.
그러나 독자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한 부대로 6000~7000명, 또는 사단급으로 1만~1만2000명을 파병할 경우 그 비용은 4000억~5000억원대로 급상승 한다.
파병 장병들에겐 월 200만~320만원에 이르는 위험수당 등을 포함해 1인당 연간 5000만~7000만원의 인건비가 소요되고, 현지 작전을 위해선 부대 규모에 걸맞은 각종 전투 및 지원 장비들이 대거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까지 대규모 군수 물자를 계속 보금해야 하는 데다 현지 작전 반경이 넓은 만큼 임무 수행 과정에서 적지않은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군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파병에 따른 국민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독자적인 작전을 펼 수 있는 규모의 부대를 파병할 경우 수천억원의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군-14만명 영국군-1만1000명 주둔
美-英 外 20여개국 1만2000여명 파견


미국과 영국이 각각 약 14만명, 1만1000명을 이라크에 파견하고 있다. 그 외 20여개국 1만2000여명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추산.
이탈리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스페인 등이 비교적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탈리아가 3000명, 폴란드 2350명, 우크라이나 1650명, 스페인 1400명 등이다.
미군이 지난달 3일 폴란드가 지휘하는 다국적군에 이라크 중서부 지역 통제권을 넘김으로써 폴란드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이라크내 점령군으로서 공식적인 책임을 지는 세번째 나라가 됐다.
폴란드가 이끄는 다국적군에는 폴란드 병력 외에 불가리아군 50명등이 포함돼 있다. 스패인이 지휘하는 다국적군에는 온두라스군 360명 도미니카군 300명, 엘살바도르군 380명, 티카라과군 100명이 배속돼 있다.
다국적군은 지역을 나눠 맡고 있다. 영국군은 바스라 무타나 등 남부, 폴란드 다국적군은 카라발라와 바빌 등 중남부, 우크라이나군은 와지트 지역, 스페인 주도의 다국적군(스페인어권의 남미 병력 포함)은 나자프와 알카디시야 지역을 맡고 있다.
슬로바키야(80명) 헝가리(140명) 루마니아(50명) 몽골(160명) 필리핀(80명) 등은 비전투병만을 파병한 상태. 한국은 서희부대 381명, 제마부대 85명으로 구성된 2진 일부가 15일 이라크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