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화된 ‘증세론’ 빅3 모두 ‘공감 모드’
김종인 ‘증세 가능성’ ··· 文·安 캠프도 증세 논의 필요
여·야 대선캠프에서 ‘증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미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증세’를 제안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복지를 위한 무조건적인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부가가치세 인상 등 증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대선 후보들은 복지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표심을 자극하면서도 정작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논의는 애써 미뤄왔다. 그러나 포퓰리즘 논란을 낳았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1년 만에 철회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복지공약 실천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데 ‘빅3’ 후보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16일 MBC라디오에 출연, “1975년 종합소득세 도입 이후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박 후보가 당선되면 예산 구조와 함께 누더기처럼 복잡하게 돼 있는 세제 개혁을 반드시 이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가세도 도입 이후 35년 가까이 지났는데 10% 세율이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며 “세율을 조정하고 (이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19%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과거 감세하지 않을 때는 21%까지 갔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갈 수 있지 않느냐”며 “이를 통해 새롭게 들어올 수 있는 세수가 30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를 복지 재원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부자 증세’를 공식화한 상태다. 누진세(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것) 구조인 소득세·법인세가 타깃이다. 소득세는 최고세율(38%)을 적용하는 과표 구간(연 8800만원 초과~3억원 이하)의 상단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춰 더 많은 고소득자가 높은 세 부담을 지도록 한다는 쪽으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역시 현 정부 들어 22%로 낮아진 것을 감세 이전인 25%로 원상복귀 시키는 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조금씩 세 부담을 더 져야 한다”며 ‘보편적 증세론’을 들고 나왔다. 소득세율을 상향 조정하고,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증세론과 관련해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의 현실화 여부는 극도로 신중해야 하지만, 복지를 확대하자면서 재원을 논의하지 않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며 “표를 의식해 저마다 복지만 외치는 상황에서 이제 소요재원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