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자중지란 ‘위기의 새누리’ 내홍 격화
노선·계파 간 갈등 심각 … 朴 지지율 뒤처진 게 결정적
인적쇄신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최경환 의원이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당내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의원이 비서실장직을 사퇴하며 당내 단결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에도 쇄신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는 상황. 최근 박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데도 반전 계기를 못만들고 있는 배경에는 현 지도부의 전략부재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친박 측근 중심 지도부가 선거 대응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非)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최 의원의 사퇴는 인적쇄신의 출발”이라며 “당이 야권의 후보단일화 이슈에 끌려가고 있는데 대선판을 이렇게 끌고 온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추석 연휴 직후 제기됐던 건 ‘친박계 2선 퇴진론’이었다. 측근 비리 의혹과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에 대한 부실한 대응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런 목소리는 지난 4일 열린 경제민주화 의총에서 ‘친박계 및 당 지도부 퇴진론’으로 확대 분출되면서 정점에 달했다. 동시에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노선 정리를 원했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자신의 요구가 또 다시 관철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경제민주화 노선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 후보가 대통합을 기치로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하자, 검사 시절 그를 구속시켰던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은 8일 “박 후보의 쇄신 취지와 맞지 않다” 조건부 사퇴의 배수진을 쳤다.
‘새판짜기’를 요구하고 있는 재선 중심의 쇄신파 의원들은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로는 부족하다”며 황우여 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등을 겨냥한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또 김무성 전 원내 대표는 남경필 김세연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등 쇄신파와 친박계 구주류의 전현직 의원들을 만나 지도부 퇴진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이 같은 다 갈래 갈등 전선이 형성된 것은 여러 요인이 복잡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근본적으론 박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게 뒤쳐진 데 따른 측면이 크다. 박 후보의 대세론이 유지됐다면 이 같은 불만들은 표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 안팎에선 내홍의 주요 요인으로 당내 신주류와 비주류 간 권력 투쟁을 꼽는다. 비서실장에서 사퇴한 최경환 의원과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으로 대표되는 친박계 신주류에게 불만을 품었던 비주류 연합이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고리 삼아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에 나선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느슨한 비주류 연합에는 쇄신파와 친박계 구주류, 김종인·안대희 위원장, 비박 진영 인사 등이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친박계 구주류인 유승민 의원이 4일 의총에서 친박계 및 지도부 퇴진론을 들고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한동안 당무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쇄신파와 비박 진영에서 연일 강도 높은 쇄신을 외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선대위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갈등의 기저에 깔려 있다. 박 후보는 선대위 인사를 비롯해 외부 인사 영입, 정책 수립까지 모든 것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당내 위기 상황에 대한 불만도 사실은 박 후보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