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의 현장 ‘ROAD FC 9-BEAT DOWN’을 가다

거친 사나이들의 불꽃타격 ‘로드FC’ … 세계적인 대회로 도약

2012-10-04     김길수 편집국장

종합격투기의 인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건강하고 강인한 육체 속에 꽃피는 격투 종목만의 쾌감을 전달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중이다. 그 중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대회로 꼽히는 로드FC(정문홍 대표)의 인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종합격투기 대회인 ‘로드FC’의 인기가 대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회 주최사나 외부요인의 개입을 배제한 상태에서 실력위주의 경기편성 속에 그려지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가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격투기 매니아,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
지난 9월15일(토) 강원도 원주시 치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ROAD FC 9-BEAT DOWN’은 사상 최고의 선수진들로 구성된 대진표가 발표되면서 일찌감치 종합격투기 팬들의 마음을 달구면서 역대 최고의 흥행을 예고했었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멜빈 마누프(36·네덜란드)와 미노와맨이 로드FC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접한 수많은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국내 격투팬들은 마누프의 상대로 누가 적합한지 투표를 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투표 결과 1위로는 김재영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로드FC는 결국 가라데 출신의 국내 최강 타격가 김재영과 96%의 KO율을 자랑하는 마누프의 대결을 성사시키면서 팬들의 오감을 극대화시켰다.
또한 준메인 이벤트로 펼쳐진 육진수와 미노와맨의 경기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일본 중소단체 CMA 챔피언인 육진수는 최근 방송 프로그램 ‘불멸의 국가대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슈퍼스타K 4’에 출연하며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상대인 미노와맨은 마니아들 사이에선 인기가 으뜸인 파이터. 그는 경기 전 비행기와 달리기 경주, 배드민턴, 막대기로 나무 찌르기, 건물 옥상에서 광합성하기 등을 하며 괴짜 이미지를 구축했고, 체급을 넘나드는 파이터 정신으로 많은 팬층을 확보했다. 그의 로드FC 상륙은 국내 올드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ROAD FC 9-BEAT DOWN’은 역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5일 기자가 찾은 치악실내체육관 현장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남녀 격투기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의상부터 액세서리까지 로드FC 관련 상품으로 무장한 팬들은 선수인지 팬인지 분간하기 어려웠고 미모의 젊은 여성이나 어린이 등 팬층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젊은 부부는 “이번 로드FC 경기관람을 위해 주말여행을 강원도 원주로 정했다”면서 “이번 대회이전의 경기도 모두 빼놓지 않고 함께 참석해 관람했다”고 말했다. 또 부산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김영식(27)씨는 “‘ROAD FC 9-BEAT DOWN’ 아홉번째 대회를 보기 위해 돈도 아꼈다”면서 “이번 대회는 기존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거물급 파이터들이 경기에 참가해 그 어느 때보다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역대 최고의 빅매치 “흥행대박 이유 있었네”
경기가 시작되고 영건스(5경기)의 경기가 치러진 후 본 대회가 이어졌다. 드디어 ‘사람잡는 타격가’로 알려진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인 멜빈 마누프와 로드FC의 간판 파이터인 ‘바람의 파이터’ 김재영이 장식하는 메인이벤트는 수많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지에 충분했다. 경기결과는 멜빈 맨호프가 ‘바람의 파이터’ 김재영을 누르고 대회 마지막을 장식했다. 맨호프는 미들급 원매치 메인이벤트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며 3라운드 종료 후 2-1 판정승을 거뒀다. KO율이 96%에 이르는 강력한 스트라이킹 능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맨호프는 김재영과 맞이해 살기등등한 펀치로 압박했고, 풀라운드 종료 후 심판진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렇지만, 김재영도 역시 녹록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1라운드 멜빈의 펀치를 피해 테이크다운에 성공, 서브미션을 시도하는 등 그랑운드 기량을 뽐냈고, 2∼3라운드에서도 멜빈과 피하지않는 타격전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비록 멜빈이 승리자가 됐지만 김재영 역시 만만치 않은 기량으로 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경기 후 맨호프는 “근소한 차이였다. 김재영은 맷집이 정말 좋은 선수”라며 “난 강한 헤비급 선수와 싸워 쓰러뜨렸는데 김재영은 내 공격을 버텨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굴 곳곳에 멍이 든 김재영도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멜빈이라는 좋은 친구가 한명 생긴 것 같다”고 웃으며 멜빈의 승리를 축하해줬다.
멜빈 마누프는 경기 후 “로드FC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현 로드FC 미들급 챔피언인 일본의 베테랑 파이터 ‘오야마 ㅤㅅㅠㄴ고’와 싸우고 싶다”고 밝혔다. 멜빈 마누프는 오야마 ㅤㅅㅠㄴ고와 2006년 K-1 히어로즈에서 두 차례 맞붙어 모두 TKO로 승리한 바 있다.

로드FC 대회에서도 ‘한·일전’은 최고의 이벤트
이번 로드FC 대회의 또 다른 관심사는 한·일전이었다. 6경기 중 3경기가 한·일전으로 치러져 격투기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라이트급 챔피언 ‘0순위’로 꼽히는 일본의 쿠메 타가스케와 한국의 ‘암바왕’ 김창현, 국내 라이트급의 최강자라 불리는 남의철과 일본의 토류 마사히로, 그리고 과거 일본의 프라이드에서 인기 몰이를 하던 ‘드림헐크’ 토너먼트 챔피언 출신인 미노와 맨과 한국의 육진수가 코-메인이벤트로 한·일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4강 진출자는 남의철, 이용재, 쿠메 타카스케, 뷰실 콜로사다.
우승후보 0순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쿠메 타카스케는 역시 강했다. 라이트급 토너먼트 8강전에서 김창현을 1라운드 3분 27초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꺾었다. 펀치를 턱에 적중시킨 후, 쓰러진 김창현의 등 뒤로 돌아가 목을 졸라 경기를 끝내면서 일본 라이트급 최강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또 한일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은 ‘울보파이터’ 육진수(35, 인천 팀맥스)와 일본 미노와맨(36)의 -85kg급 계약체급매치도 관심을 끌었다. 기대를 모았던 육진수는 프라이드와 드림에서 활동한 미노와맨 벽을 넘지 못했다. 육진수는 미노와맨의 기무라록을 버티지 못하고 1라운드 4분 59초에 기권패했다.
경기후 미노와맨은 “남자 대 남자로 싸우고 싶었다. 열심히 싸워준 육진수 선수에게 감사한다”며 “15번째 한국 방문이고 한국에서 3번째 경기다. 불러주시면 한국에서 자주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육진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내가 너무 밉다. 관중들에게 죄송하다”며 눈물을 뿌렸다. 이어 “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둘째 아이 지우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전했다.
라이트급 토너먼트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로드FC 10’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로드FC 10’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강원도 ‘원주’를 로드FC의 중심 개최지로
‘로드FC 009 BEAT DOWN’에서는 다소 색다른 모습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바로 영건스(5경기)가 치러진 후 본 대회가 이어지기 전 생긴 막간의 시간 동안 로드걸들의 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스태프 휴식 및 본대회 준비가 필요한 시간 동안 로드걸 중 한 명인 박시현은 진행을 보며 관중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재미있는 농담을 던지며 이에 호응하는 관중들에게는 한우세트와 T셔트 등 푸짐한 선물공세를 베풀었고(?) 나머지 3명의 로드걸들과 분위기를 뜨겁게 유지시켰다.
뿐만 아니라 주최측은 축하 공연을 준비해 원주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본 대회 직전에는 H-유진의 신나는 힙합무대와 로드FC의 부대표인 박상민의 화끈한 공연이 펼쳐졌다. ‘사랑경보’ ‘헤어졌어요’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힙합가수 H-유진은 ROAD FC의 매력에 빠져 홍보대사를 자처한 케이스이다.
H-유진은 “격투기 선수 서두원씨와의 친분으로 인연이 되어 1회부터 로드FC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며 “워낙에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매년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니 애정이 더 생기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로 홍보대사와 공연까지 맡게 되어 기쁘다”고 홍보대사를 맡게된 이유와 소감을 밝혔다.
반면, ‘나는 가수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가수 박상민은 종합격투기에 매력을 느껴 자진해 ROAD FC의 부대표가 된 경우. 종합격투기 매니아로 손꼽히던 박상민은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된 ROAD FC에 감명을 받고 ROAD FC의 정문홍 대표를 찾아가 지원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선수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시작한 대회가 자본에 의해 변질되는 것을 우려한 정문홍 대표의 철학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상민은 오히려 그런 정문홍 대표의 태도와 이야기에 더욱 진정성을 느끼고 삼고초려 한끝에 지금의 ROAD FC 의 부대표 자리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유명인사들은 이들외에도 개그맨 이승윤과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송대남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스턴건’ 김동현과 ’핏불’ 서두원 등 유명 선수들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면서 관중과 함께 호흡했다. 남희석과 김창희, 표인봉 등의 모습도 장내 전광판에 잡히자 곳곳에서 환호가 나왔다.
정문홍 대표는 “지난 8회 대회를 원주에서 열어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받았고, 이렇게 두 번 연속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세계로 나아가는 로드FC의 중심에 원주가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원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유럽에서도 로드FC에 호감 ‘세계진출 청신호’
이번 ‘로드FC 9-BEAT DOWN’ 대회는 국내 격투기 방송을 대표하는 ‘XTM’과 ‘수퍼액션’에서 중계하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XTM은 과거 프라이드와 K-1, 스피릿MC 등의 대회를 중계했고 현재는 로드FC의 메인방송사이기도 하다. 현재 UFC를 중계하는 수퍼액션 역시 K-1 히어로즈, 프라이드를 중계했다. 두 채널은 현재 CJ미디어로 통합돼 있는 상태다. 또한 현재 로드FC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로드FC의 대회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방송사 및 언론매체,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문홍 로드FC 대표는 “수개월 전부터 프랑스의 글로벌 방송사가 로드FC의 컨텐츠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미 계약서까지 받은 상태지만 국제적인 비즈니스인 만큼 신중히 처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로드FC 경기가 언제 유럽에 방송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최측은 로드FC 브랜드가 유럽에 알려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컨텐츠 구매 의사를 보이는 것은 로드FC의 국제적인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출범한 로드FC는 처음에는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는 많은 국내 파이터들이 소속돼 있으며, 해외 유명 파이터들도 점차 영입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아시아의 여러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활동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로드FC 사상 최고의 대진으로 평가받고 있는 9회 대회 BEAT DOWN의 경우 해외 언론사들도 관심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러디엘보를 비롯해 몇몇 미디어들이 멜빈 마누프와 김재영의 대결을 다루고 있으며, 취재 협조 요청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문홍 로드FC 대표는 “로드FC의 국제적 위상이 생긴 것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시기가 오는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서 세계시장에 진입하겠다. 이번 9회 대회는 로드FC가 세계로 나아가는 좋은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박스
♠로드FC 009. BEATDOWN(9월15일 원주 치악체육관/16시∼/승 ○ 패×)
△미들급매치-84㎏: ○멜빈 맨호프 vs. 김재영× 2-1 판정승
△-85㎏급 계약체급매치: ○미노와맨 vs. 육진수× 1R 기무라록
△라이트급 토너먼트 8강: ○남의철 vs. 토류 마사히로× 1R 파운딩에 의한 TKO
△라이트급 토너먼트 8강: ×김창현 vs. 쿠메 타카스케○ 1R 리어네이키드초크
△라이트급 토너먼트 8강: ×김석모 vs. 뷰실 콜로사○ 1R 펀치 및 파운딩 TKO
△라이트급 토너먼트 8강: ○이용재 vs. 김원기× 3R 미들킥 TKO

♠YOUNG GUNS 5
△페더급매치-65.5㎏: ○길영복 vs. 이정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
△페더급매치-65.5㎏: ○정영삼 vs. 진태호× 심판전원일치 판정승
△라이트급매치-70㎏: ○김휘규 vs. 이종화× 심판전원일치 판정승
△밴텀급매치-61.5㎏: ○곽명식 vs. 박광수× 1R 리어네이키드초크
△미들급매치-84㎏: ○박일철 vs. 유영우× 심판전원일치 판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