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거닐던 안철수 ‘대권 장정’ 본격화
두 달 남은 대통령선거 朴-文-安 3파전 구도 굳어져
안철수 후보의 첫 주말은 ‘혁신행보’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주말 힘 있는 대선행보를 이어갔다. 9월22일 토요일에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혁신경제론을 알렸으며, 일요일이었던 23일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정책네트워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해당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했거나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들이었다.
이는 19일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제시한 혁신경제모델을 강조하는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개최된 정책네트워크는 기존의 정책포럼, 싱크탱크 등과 비슷하지만 참여 인원이 모두 후보 캠프 소속이 아니며, 참여 방법도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의 첫 번째 주제 역시 혁신이었다. 안 후보는 이날 각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공약의 청사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책네트워크에는 연구과학분야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IT융합분야의 정지훈 관동대 의대 교수, 소셜벤쳐분야의 이은애 사단법인시즈 사장, 청년창업혁신분야의 호창성 VIKI 대표, 경제과학혁신분야의 곽재훈 한양대 석좌교수, 시민활동분야에서 양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 경제교육분야의 조영달 서울대 교수 등이 각 분야 혁신 전문가 대표로 참석했다.
안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열쇠말이 혁신이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운 경제혁신, 혁신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혁신의 방법론으로는 융합적 접근법이 필요하며 지금은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들만 사회에 남아 있다”고 밝히고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분야의, 어떤 전문가의, 어떤 도구들이 필요한지 살펴서 푸는 게 융합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후보 캠프는 경제멘토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향한 진보진영의 공격에 맞닥뜨리며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의 첫 시험대를 맞이했다. 지난 9월21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열린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자본주의와 복지국가 모델 토론회’에서 “실패를 가져온 과거의 정책을 깨끗이 정리해야 하는데, 이런 정책의 주 설계자인 이 전 부총리가 정계에 다시 등장해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강연에서는 “이 전 부총리의 정계 진출을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도입해 이 지경을 만든 그가 아무런 사과 없이 다시 나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복지제도 없는 불안한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직후인데 이런 체제를 만든 사람이 이 전 부총리”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 전 부총리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한 인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이력 탓에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평가와 ‘신자유주의 신봉자’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이에 안 후보 측은 “이 전 부총리의 역할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이 전 부총리도 그 중의 한 분으로서 자신의 지위와 경륜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안 후보 측은 앞으로 이 전 부총리와 같은 경제관료 출신들뿐만 아니라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정책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지면 좌우 균형이 잡힌 정책 전문가그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캠프, 대선자금은
소속 정당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안 원장의 대선자금 마련 방안에 대한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올해 대통령 후보자는 최대 559억 7,700만 원을 선거비용으로 쓸 수 있다. 이는 정당과 상관없이 총인구에 950원을 곱해 산출하는 숫자다.
후보자가 후원회로 모금할 수 있는 돈은 총액의 5%인 약 28억 원인데, 안 후보가 이를 모두 채운다 해도 법정 한도액까지 531억여 원이 더 필요하다. 이에 안 후보의 개인재산이 첫 번째 자금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가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안랩 주식은 372만 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안 후보는 보유 주식의 절반인 186만 주를 안철수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남은 지분은 186만 주로 9월20일 종가인 11만 7,3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181억 원 가량이 나온다. 안 후보가 자신의 보유 주식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법정 한도액을 조달하고도 남는 액수다. 하지만 이미 지분 절반을 안철수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데 이어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당선 후 나머지 지분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선거비용으로 충당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담이 따르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보였던 시민펀드 방식을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때 사용한 모든 금액 중 법정 선거비용에 해당하는 금액 합계를 보전 받을 수 있다. 유효투표 중 득표율이 10~15%이면 선거비용의 50%, 득표율 15% 이상이면 전액 돌려받게 된다. 우선 펀드로 자금을 모집하고 대선을 완주한 후 일정 득표율을 달성하면 국고를 받아 펀드 가입자에게 상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는 3일 동안 ‘박원순 펀드’를 개설한 후 약정액을 입금하면 원금과 CD 연금리 3.58%의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모금했다. 한때 홈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불과 47시간 만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비용 한도액인 38억 8,500만 원을 모두 채웠다. 펀드 총가입자는 5,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후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법정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아 펀드 가입자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했다. 모금액이 컸던 만큼 지급한 이자만 900여만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안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게 패해 본선에 진출할 수 없다면 국고 보조금으로 펀드 모금액을 돌려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쓰지 않고 남은 모금액은 그대로 돌려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 기간 지출한 금액만큼은 안 후보 개인이 충당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 단일화가 얼마나 진척되느냐에 따라 모금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민주통합당은 법정 한도액 가운데 4분기 경상보조금으로 38억 원을 받을 수 있고, 오는 11월 25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대선후보 등록 직후 선거보조금으로 152억 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펀드 모금을 검토 중이지만 적어도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보다는 유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석이 민주통합당보다 많은 새누리당은 국고보조금 규모가 훨씬 더 크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후원회 계좌를 개설했고, ARS 방식으로 후원금을 걷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안 원장 측은 선거비용 조달 방법과 시민펀드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의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받은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가 좋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엄마 아빠 중 누가 좋으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이는 농담 섞인 답변이었지만 박 시장의 고민이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 시장이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시점에서 그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그러나 50%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던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성공한 후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선거운동 기간 박 시장이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릴 때 안 후보는 시민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편지를 공개석상에서 읽어 지지율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박 시장의 당선 뒤에는 안 원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안 원장도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둔 9월13일 박 시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짐으로써 그와의 남다른 인연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 입장에서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의 관계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지난해 보궐선거 당시 함께 유세차에 타고 시민에게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또한 박영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비롯해 등 야권 인사 전체가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뛰었다. 이러한 이유로 박 시장은 당선 후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 58조에 따라 서울시장은 선거운동은 물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물론 안 원장과 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할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박 시장은 대선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원장의 출마회견에 대해서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도 “문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도 공감됐다”고 간략하게 덧붙였을 뿐이었다. 또한 그는 단일화 전망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어디 편들기가 쉽진 않다”며 “선의의 경쟁이 두 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安-文 단일화 신경전
이번 대선정국의 최대 이슈는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다.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양측 모두 단일화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각자 독자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향후 필연적으로 진행될 단일화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세다.
이런 맥락에서 안 후보 캠프 측에서는 혁신과 변화를 화두로 민주통합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안 후보 측 핵심인사인 금태섭 변호사는 9월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 조건과 입당 조건이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언뜻 듣기에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안 후보 측의 설명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인 것에 가깝다. 이는 후보 단일화든, 입당이든,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국민적 동의가 없이는 손을 맞잡기가 힘들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당의 쇄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이 단순히 안 원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당 내부의 주도적인 결정에 따라 쇄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대선 캠프 대변인은 “쇄신은 애초부터 우리의 몫이었다”며 “우리의 문제의식은 안철수 현상을 통해본 정치현실을 깊이 반성하고 수용해내자는 것이지, 안 후보의 공을 넘겨받아 쇄신하자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그러나 안 후보가 “현 시점에서 단일화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문 후보 측 입장에서는 단일화 문제를 공론화하기보다 무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문 후보는 9월20일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조기단일화도, 협상을 통한 단일화도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과거와 다른 아름다운 경쟁을 하면 되고 경쟁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리가 우위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