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성질과 흡사한 전기회로 제작 원천기술 개발

몸의 일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어, 언제어디서나 환자의 건강정보 확인 가능

2012-09-11     취재_조서연 기자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생체의공학과 이상훈 교수는 지난 2012년 6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한 장본인으로, 줄기세포와 바이오 인공장기에 활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 확보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의공학계의 권위자로서 피부처럼 늘어나고 쉽게 구겨지는 전기회로 개발에 성공, 각종 의료기기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 Agreement) 체결로 인해 정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었던 많은 내수형 산업들이 이제는 첨단 기술로 무장하여 디자인, 판매 등에 있어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진검 승부를 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생체의공학과 이상훈 교수는 “한국전쟁의 폐허와 외환 위기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이겨낸 한국은, 지난 1970~1980년대 팝송과 할리우드 영화가 장악했던 문화계를 현재 K-POP과 국내영화시장으로 장악시켰으며 불과 30년 전, 존재감조차 미비했던 국내기업들이 해외에서 전자, 자동차, 조선 산업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차 및 정유 산업 등은 지금의 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전형적인 고부가, 노동 집약형 및 환경 친화형 산업인 의료기기, 의약품 및 바이오 기술 등에 있어서는 국내 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 중 의료기기의 경우 IT 및 기계 기술 등이 많이 사용되어, 강세를 보이는 기존 국내산업과 융합에 성공하게 되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피부처럼 늘어나거나 구겨도 되는 전기회로 개발

“첨단의료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관련법이 만들어 져야할 것이다”라고 강조하는 고려대학교 이상훈 교수는 이번 연구를 주도하여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공공복지 안전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의 핵심적인 지원으로 탄성과 유연성이 우수한 재질 위에 마이크로 굵기의 전선을 만들어, 전기회로 제작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납땜 방식을 사용해 전자 부품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는 영예를 얻었다.
“그간 탄성과 유연성이 좋은 도체에 관한 연구들은 많이 진행되었지만 실제 부품을 납땜으로 붙여 회로를 만드는 것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에 다공성 표면을 갖는 유연성이 있는 기판의 대량 생산과 니켈 전기 도금 방식을 이용해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전하는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기술을 이용하여 64개의 LED를 동시에 연결한 전기회로를 제작하고, 늘이거나 굽혔을 때 LED가 영향을 받지 않아 누구나 쉽게 전자 부품을 올려 유연한 전기회로를 제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측면에서 수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으로 활용하여 1주일 이상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때 전극의 성능은 현재 임상에 사용되는 것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료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제안된 기술로 제작한 뇌파 전극을 쥐의 두개골에 붙여 뇌로부터 나오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할 수 있으며, 생체 내에 약 두 달 동안은 문제없이 이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본 연구를 통하여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원천기술은 전선을 늘려도 끊어지지 않고 전기전도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다공성 물질을  구현하여 큰 의의들 두고 있으며, 전기회로는 피부 위에 장기간 부착 가능해 스마트 기기를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U-Health 등의 필수 기술로 응용될 것이다”라고 피력, 의료산업 분야와 보건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피부에 부착하여 사용하면 팔, 다리와 같이 자유롭게 움직이더라도 전도성이 유지되어 재활기기 등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피부처럼 늘어나고 구겨지는 전기회로는 수년 전 까지만 해도 상용화되는 것에 걸림돌이 많았다. 이번 연구 성과를 세계적인 학술지를 통해 공인받은 부분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 생각한다”고 전하며 이러한 연구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의료기기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 했다.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와 기업간 네트워크 강화 필요

현재 성공한 ‘피부처럼 늘어나고 구겨지는 전기회로 연구’ 외에도 지난 10여년 간 거미가 거미줄을 생산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마이크로 유체 칩(Microfluidics Chip)인 극세사 생산 연구에도 열의를 다해, 최근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 넘는 획기적인 기능성 극세사 생산기술을 개발한 이상훈 교수는 지난 6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네이처 머티어리얼즈(Nature Materials)와 Stem Cells 등 영향력 있는 SCI(E) 저널에 1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여 재료 및 바이오 장비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교수. 그가 발표한 논문들의 총 피인용 횟수는 1,000회 이상으로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땅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에서 세계무대에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인적자원 덕분이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첨단 의료기기는 시설이나 자금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이며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필요하며, 각 단지들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기업과의 긴밀한 협의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기업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