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상호발전 추구하는 곤충분자생물학의 선두주자
곤충의 유용유전자원 발굴해 의학, 산업적 발전을 열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이루다
현대 분류학에서 동물군의 70%를 차지하는 곤충은 3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紀)에 출현해 인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선사시대부터 정착 생활, 농경생활에 이르기까지 농작물 재배와 저장 과정에서 곤충과 필연적인 경쟁 관계에 돌입했지만, 한편으로 인간은 곤충에게서 꿀과 비단실 등을 얻어 생활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과학의 발달과 함께 유전학, 면역학, 생리학, 행동학 등 각종 학문 발전에 기여해왔다. 곤충과 인간 삶의 다양한 상관관계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왔고, 곤충의 구조적 특성과 감각기관 특이성은 농업, 의학, 법의학 등 과학 각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이시혁 교수는 분자생물학을 포함한 생명공학 기술들을 활용하여 해충의 방제와 유용곤충자원 탐색 등 응용곤충학의 주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해충 저항성 관리 기술 개발
1958년 세계보건기구는 해충의 약제저항성을 '정상적인 곤충 집단의 대다수를 죽일 수 있는 약량에 대하여 견디는 능력이 그 곤충집단의 계통 중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약제저항성은 해충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동일한 약제에 저항성이 강한 개체군이 생기게 된다. 이는 농약 사용량 및 횟수를 증가시켜 약제저항성의 광범위한 확산을 유발하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한다. 이에 곤충분자생물학 및 독성학 전공인 이시혁 교수는 해충의 살충제 저항성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는 분자 독성학 연구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2004년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권덕호 연구원과의 협력 연구로 배추좀나방의 병합 DNA 샘플을 이용해 간편하고 정확한 저항성 대립유전자 빈도 추정이 가능한 rtPASA(real-time PCR Amplification of Specific Allele) 프로토콜을 개발, 해충의 저항성과 연관된 돌연변이의 진단과 개체군 저항성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한 이시혁 교수는 병해충의 DNA 기반 저항성 모니터링 기술로 응애, 진딧물, 가루이, 배추 좀나방 등의 농업해충과 모기
바퀴, 이, 빈대 등 위생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선진 해충군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식량, 건강 등 인간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들 해충의 살충제 저항성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단백질 변형을 조사하여 이를 활용한 분자진단법 및 저항성을 신속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을 개발하고 있고, 잔류접촉법에 의한 살충제 저항성 진단키트를 개발해 특허(특허등록 10-0916894)를 획득했다. 작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외래 해충 담배가루이 중 국내에 널리 서식하는 것은 B-type과 Q-type인데 현재 피해를 가장 많이 주는 유형은 B-type이다. 이시혁 교수는 이 두 type 간 핵 유전자의 인트론 변이를 진단할 수 있는 프라이머 서열을 고안하여 이를 이용한 바이오타입 진단 방법을 개발, 특허를 획득(출원번호 10-2010-0023978)하고 등록을 진행중이다. 또한 RNAi(RNA interference/RNA 간섭)기술로 곤충세포 내에 존재하는 리보핵산(RNA)의 제어를 통해 작물 스스로 저항성을 가지는 작물을 개발하여 화학합성살충제의 사용량 저하 및 비표적 곤충과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적 해충방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곤충의 특성 활용해 학계 전반적 발전의 초석을 놓다
20세기 초 미국의 발생학자 모건은 초파리 연구를 통해 ‘유전자는 염색체 위에 선상배열하고 있으며 이들이 유전적 특징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본격적인 유전학 발전의 시대를 열었다. 병원균의 매개체나 독성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던 곤충은 이제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곤충을 이용한 분자의학적 연구나 생활주기, 종류를 통해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법의학 분야 등 과학계 전반에서 곤충은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시혁 교수는 이러한 곤충의 유용유전자원을 발굴해 의학, 산업적 발전 요소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여 벌의 독액, 포식성 곤충의 타액에서 신경독성 단백질, 근육독성 단백질, 펩타이드 항생제 등의 유용 물질을 발굴해냈다. 이미 줄무늬감탕벌 독액에서 발굴한 펩타이드 항생제 1종에 대해서는 특허를 등록하고 애호리병벌 독액에서 추출한 항생펩타이드 3종과 이를 코딩하는 유전자 또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최근 생물다양성협약과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대한 국제규범 채택이 가시화되면서 이에 대비하여 동남아지역 생물자원에서 유용유전자원을 탐색하는 사업에 참여한 이 교수는 흰개미 소화기관에서 셀룰로오즈를 분해하는 강한 셀룰라제를 발굴해 셀룰로오즈가 주성분인 바이오매스(biomass)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생산 효율 제고 가능성과 곤충의 천연자원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환경과 생태계에 가해지는 위해요소를 분자수준에서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별늑대거미 생체 내 특정 단백질의 발현 정도를 조사하여 환경 내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특허를 등록(특허등록 10-0735731)하는 한편,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해충저항성 LMO(유전자변형유기체) 작물이 생태계 및 비표적곤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유전자변형작물이 먹이사슬을 통해 비표적해충인 천적(무당벌레, 기생봉)에 노출될 때 위해성이 없다는 것을 규명하였다. 또한 최근 국내 산림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소나무재선충의 EST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소나무재선충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적 진단법을 개발하였다.
현재 이 교수는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 21사업과 아젠다 사업, 미국 보건성(NIH),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개발과제를 수주하여 학위과정 학생들의 등록금 및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인건비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연구 활동에 힘을 쏟고, 활발한 학생 연수를 통해 국가 기관 및 연구소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후학 양성 체계를 갖추고 있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생태계의 일부로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곤충과 그 특성에 생명공학을 접목시켜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이시혁 교수는 곤충을 통해 생태계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삶과 과학 전반적 분야의 발달에 초석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