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의 힘! 문재인 대세론 재점화 되나

문재인-非문재인 구도 양상속 ‘문재인 대세론’ 탄력

2012-09-03     김길수 편집국장

 

새누리당이 박근혜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확정한 가운데 민주통합당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지난 8월25일 제주에서 열린 첫 경선에서 문재인 대선경선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포문을 열었다. 이날 문 후보는 59.8%(1만 2,023표)를 득표해 20.7%(4,170표)를 거둔 손학규 후보를 8,000여 표 가까이 따돌리며 첫 승기를 잡았다.

문재인 1위, 충격에 빠진 비(非)문재인 주자들
제주에서의 압승은 문재인 대선경선후보 캠프 측조차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각 후보들이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탓에 과반 득표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문제는 조직력 부재였다. 선거인단을 통해 실시되는 지역경선의 경우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여론조사의 결과보다, 보이지 않는 조직력이 결과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번 제주경선의 1위를 통해 조직력을 뛰어넘는 선전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한편 비(非)문재인 후보들은 일시적인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인지도와 조직력 면에서 문 후보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손학규, 김두관 후보 측은 예상을 깨고 큰 표 차이로 1위를 빼앗기자 크게 낙심하는 분위기였다.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앞서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첫 경선지였던 제주에서의 승리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게 그들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지역이 12곳이나 남아있는 점을 거론하며 침통함에 빠진 캠프 내부를 수습하고 있었다. 손 후보는 강원과 충북에서 문 후보를 앞지르거나 최소한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후보도 다음 경선지인 울산에서 판세를 뒤집어 경선양상을 혼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제주경선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정세균 후보는 6차 경선지인 전북에서 판세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북은 정 후보의 정치적 근거지이자, 초반 4곳을 합친 것보다 많은 9만 9,000여 명의 선거인단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제주경선 이모저모

거의 모든 투표에서 문재인 대선경선후보의 지지율이 앞섰다. 특히 현장보다 투표자 수가 많은 모바일 투표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8월 23일부터 이틀 동안 민주통합당은 모바일 선거인단 3만 2,984명에 대해 모바일 투표를 치렀다. 투표자는 1만 9,345명이었으며 이 중 1만 1,701명이 문 후보를 선택했다. 이에 비해 손학규 후보는 3,963표, 김두관 후보는 2,739표, 정세균 후보는 942표를 얻었다.
이날 민주통합당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각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소투표를 진행했고, 합동연설회장에서 순회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소 투표에서 문 후보는 전체 608표 가운데 301표로 1위를 차지했고 손 후보는 155표로 2위를 기록했다.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171명 중 149명이 참가한 순회투표 결과는 달랐다. 김두관 후보가 절반에 가까운 71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손 후보가 52표, 문 후보는 21표를 받았고 정 후보는 5표를 얻었다.
제주경선은 민주통합당의 첫 대선경선지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호응이 뜨거웠던 것만큼 경선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도 있었다.
먼저 8월24일 진행된 제주지역 모바일 개표 도중 프로그램 오류가 발견됐다. 이미 사퇴한 박준영 후보를 포함시켜 개표한 탓에 집계오류가 발생했던 것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후보 측 관계자들이 이를 바로 잡아 재개표하고 차후 검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를 본 후 개표가 재개됐다.
경선 당일에는 문 후보가 12분 동안의 연설시간 중 약 47초를 남긴 상황에서 타이머가 오작동을 일으켜 연설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즉시 양해를 구했고 문 후보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추가적인 발언 없이 연설을 마쳤다. 손 후보는 연설종료 2분 전을 알리는 벨이 3분 전에 울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8월24일에는 당직자와 일부 취재기자를 태운 항공기가 제주공항의 기상문제로 수차례 착륙을 시도하다 광주로 회항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제주도 달궜던 후보들의 정견발표
제주시 오라동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각 후보들은 자신이 바로 대선의 필승주자임을 자신했다. 이러한 의지와 자신감은 정견발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손학규 후보는 “어설픈 대세론으로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없으며 판을 뒤집어야 한다”며 “판을 과감하게 흔드는 제주 손학규 태풍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손 후보는 ‘참여정부 실패론’을 고리 삼아 문재인 후보를 향해 집중 포화를 쏟았다. ”정권을 뺏긴데 책임 있는 세력은 제대로 반성하지 않다”며 “대북송금 특검도 잘한 일이라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사람, 참신성이라는 분장 속에 감춰진 무경험과 무능력, 무헌신과 무철학으로는 닥쳐올 국가 위기 헤쳐갈 수 없다”며 준비된 대통령을 자처했다.
김두관 후보는 “야당의 불모지인 영남에서 한 번도 좌절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싸워온 제가 가장 민주당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역전극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주 박근혜를 국민 아래 김두관이 확실하게 잡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특히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엉터리 큰 정부와 김두관의 국민에게 힘 되는 진짜 큰 정부의 한판 대결이며 재벌과 특권층에 둘러싸인 박 후보와 서민과 중산층 복지를 책임지는 저가 붙어야 승리할 수 있다”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징병제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종북으로 몰리더라도 모병제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표가 떨어져도 해야 할 일은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세균 후보는 민주당의 정통성과 국정운영, 실력을 갖춘 ‘3박자론’을 주장했다. “지금 당장 여론조사가 좀 앞선다고 그대로 따라간다면 민주당은 패배한다”며 “여론조사대로 한다면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없고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20년 민주당원으로 당이 요구할 때 마다 헌신해온 정세균보다 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누가 있냐”며 “가장 민주당다운 후보라야,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경쟁후보들의 공세에 문재인 후보는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문 후보는 “안철수를 꺾고 박근혜를 꺽을 유일한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후보는 “오늘 시작하는 경선은 넷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열이 되고 백이 되게 하는 자랑스러운 민주당 정부를 탄생할 강력한 통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후보들의 힘을 모으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해서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되 성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패의 경험, 좌절의 경험이 오히려 소중하다”며 “우리만이 민주정부 10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다”며 선두주자로서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문 후보는 “과거의 정치문화에 물들지 않았고, 재벌에게 신세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정치론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권력을 사유물처럼 여기는 정치와 정면으로 맞서고, 기득권과 정치와 재벌, 검찰의 유착, 그들의 특권 네트워크를 깨겠다”며 정치검찰 개혁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비문(非文) 주자들, 모바일 경선방식 문제제기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모바일 지지에 힘 입어 첫 경선지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모바일투표 방식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불거져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비문(非文) 후보 3인방은 모바일 투표가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실시됐다며 경선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제주경선 직후였던 8월26일 오전, 세 후보 측은 서울에서 회동을 갖고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 회복에 필요한 공동 입장을 마련 등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모바일 투표 방식 변경은 물론 제주지역 모바일 재투표 필요성에도 대체로 공감하며,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행후 진행예정인 경선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이 주로 문제를 삼은 부분은 대선후보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보다 투표율이 낮다는 점과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투표를 독려한 것에 비해 투표율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 등이다. 여기에 당 선관위가 특정 후보에게 표 집중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선룰을 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비문 후보들의 주장이다.
모바일 투표 결과를 보면 제주경선은 선거인단 3만 2,984명 중 1만 9,345명만이 참여해 58.6%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1월15일과 6월9일 전당대회 때는 각각 80.0%, 73.4%에 달했다. 또한 비문 후보들은 제주 경선의 모바일 투표 시 안내 코멘트를 끝까지 듣지 않은 채 투표를 하고 전화를 끊을 경우 이를 무효표로 처리키로 한 규정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역대 전대 때처럼 후보자 이름을 로테이션 식으로 번갈아 안내하지 않고 기호 순으로만 부른 것도 마지막 4번 순번인 문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손 후보 측은 8월24일 오후 6시경 후보 측 참관인이 모바일 투표 진행상황을 살펴봤는데 이미 2만 4,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런데 개표에서는 투표자가 2만 명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각 후보들의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이를 검토해 입장을 정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