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의 생 레이먼드 카버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단편소설 작가 레이먼드 카버 연대기
흡사 세밀화처럼 카버의 생애를 그려내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 북서부 워싱턴 주의 야키마에서 가난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자란 예민한 감성의 뚱보, 레이먼드 카버의 성장기를 생생하게 재구성해내고 있다.
레이는 열아홉 살 때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어온 두 살 아래의 메리앤 버크와 결혼했다. 동네 의사가 사무실 청소를 조건으로 빌려준 지하 아파트에서 결혼 전에 임신했던 첫애를 기르면서(이때 둘째 밴스는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레이가 작가가 될 것이라고 ‘결정’했다.
저자는 이 두 사람의 격정적이고 몹시 불안정했던 결혼생활과 카버의 작가 이력이 뒤얽혀가며 만들어간 역사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카버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소규모 잡지들’과의 인연, 메이저 문학잡지들의 기약 없는 외면, 문학적 스승 존 가드너 및 그 유명한 편집자 고든 리시와의 만남, 기적 같은 『에스콰이어』의 응답, 두 번의 경제적 파산과 거의 죽음 직전까지 그를 데려갔던 중증의 알코올중독 등 문단에 진입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기와 사건들을 통해 묘사한다.
또한 카버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인연들과, 리처드 포드, 토바이어스 울프, 조이 윌리엄스 등에 이르는 작가들과의 따뜻한 우정을 그려냈다.
자신이 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카버는 1988년 폐암으로 인해 죽음에 직면한 상황에서 친구들에게 말한다. “나를 위해 울지 마.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야.”
이 전기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술에 취해 있던 복잡하고 나약한, 그러나 끊임없이 작가로서 자신을 발명해나간 모순투성이의 한 인간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생생하게 복원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