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 오가는 시장이 아닌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인삼이 세계인을 불러들인다

2012-07-11     백홍기 기자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사회전반을 휩쓸고 있는 양극화로 빈부격차 등 각종 사회병리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푸념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러나 세상의 불공평은 오직 인간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모름지기 세상은 지극히 공평하다. 온 우주를 관통하는 자연법칙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법과 원칙보다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이다. 고로 삶이 불공평할 뿐 세상이 그러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조건도 매우 공평하다. 좁은 국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척박한 땅, 그나마도 70%가 산악지대이다. 자연으로부터 드넓은 평야와 진귀한 광물자원을 받지 못했지만, 그와 진배없는 소중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삼천리금수강산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인삼약초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생명의 장터

일찍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꿨던 진시황제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의 열망을 채워줄 신비의 약초를 찾아 신하들은 전 세계를 떠돌아 다녀야 했다. 그리고 결국 황제에게 진상된 것은 이 땅, 한반도에서 나는 인삼이었다.
“우리 고려인삼은 자그마치 1,5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이 내린 선물입니다. 또한 금산은 전국에서 경작하는 인삼의 80%가 금산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니, 이곳은 그야말로 신의 고장이라 할 만합니다.”
신이 내린 선물, 인삼과 늘 함께하는 사람이라 그랬을까.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 정승철 조합장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는 건강미가 넘쳐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금산은 국제 인삼의 종주지이다. 따라서 경작부터 제조, 검사, 유통 등 모든 분야에서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준의 관리를 자랑한다. 이는 1986년 설립된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에 의해 보다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유심히 볼 대목은 인삼뿐만 아니라 여러 약초들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제인삼시장은 수삼원료, 홍삼, 백삼, 건삼이 유통되는 전통시장입니다. 지난 2011년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현대화사업을 마쳤고 현재는 서비스교육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이 나날이 늘고 있어 고객들에게 편리함과 감동을 동시에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승철 조합장은 이 시장이 단순히 물건과 화폐가 교환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생명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통시장연합회를 중심으로 사물놀이, 노래자랑, 먹거리행사, 상품권 지급 등 다양한 문화행사 또한 정 조합장이 가지고 있는 의지의 연장선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금산이라는 지역이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이유도 이런 노력이 한 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금산에서 판매 및 유통되고 있는 인삼과 각종 약초들의 품질과 효과가 가장 중요한 이유겠지만 말이다.

인삼의 수도에서 국제인삼시장의 허브로

금산 일대를 둘러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고장이 국제적인 인삼의 메카라는 점에서 이상할 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다양한 피부색의 외국인들이 인삼을 만져보고 기꺼이 이를 구매하는 장면은 묘한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정 조합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세계인삼엑스포와 금산국제인삼축제 개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렇듯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 국제적 인지도와 관심은 인삼 관련 업계를 분주하게 만들어 놓았다. 더욱 많은 세계인들에게 금산의 인삼을 알리기 위해 꾸준한 품질개선을 도모하는 한편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라 할 만큼 이와 관련된 시장이 거대하게 형성되어 있다. 국제인삼시장은 물론이고 약령시장, 인삼쇼핑센터 등 인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다. 이에 금산국제인삼시장조합의 역할이 금산의 산업적 특성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조합은 금산인삼의 뿌리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각종 부대시설과 고객과 상인들을 위한 각종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인삼의 수도, 금산의 지위를 지킬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수입인삼과 외부인의 부정을 사전에 차단되도록 경찰이 수시로 관리하고, 상인들의 신고에 의한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포상금이 지급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 만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정승철 조합장에게 있어서 조합활동은 단순한 사업이 아닌 듯 보였다. 금산이 곧 그의 고장이고 인삼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고 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런 까닭에 정 조합장은 항상 금산과 인삼 산업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 해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는 스트레스가 아닌 긍정적인 자극이라고 했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조합의 실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저를 믿지 못했다면 조합장에 출마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조합원 모두가 서로를 믿고 따라주는 점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요즘 금산인삼의 보다 높은 도약을 위해 큰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약사법과 인삼산업법 개정에 관한 이야기다. 인삼산업법 제17조의 규정과 같은 각종 인삼 관련 규제와 불필요한 안정성 검사가 유통과정과 비용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게 사실이었다. 이와 함께 관련법을 일원화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률 정비를 통해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고 보다 효율적인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금산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다. 박동철 군수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이 농림수산식품부의 인삼산업법 개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인삼산업법은 현지 인삼재배 농민과 상인들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지만 현재 법률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연의 순리와 법칙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금산인삼시장의 활성화는 거대한 자본에 의한 마케팅의 결과물로 보기는 어렵다. 자연의 순리인 ‘성실’과 ‘정직’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빚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신으로부터 받은 이 소중한 땅에서 성실한 땀방울로 인삼을 재배했고, 정직하고 합리적인 유통시스템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그 ‘성실’과 ‘정직’이라는 지극히 자연적인 순리와 법칙에 따라 금산의 국제인삼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 셈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그들이 거두게 될  도약과 발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바다.
“앞으로 더욱 합심하여 명실 공히 금산과 인삼업계를 대표하는 조합이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소통이 잘 되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