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총선 승자예측

2006-01-07     글/ 김영권 기자
강금실, 서울시장 변수로 작용할까.
호감도 높고 ‘강단있는 여성지도자’ 이미지 상승작용
서울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대권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시장출마를 선언한 야당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는 ‘강효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메이커(652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을 뽑는다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15.1%로 단연 1위로 나왔다. 강 전 장관은 2위 후보군과 두 배 가까운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여유 있는 1위를 기록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강 전 장관의 높은 지지율은 재임 시절 일관된 검찰개혁을 추진했고 ‘강단 있는 여성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을 이유로 분석한다.
강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오세훈 한나라당 전 의원이 7.8%, 맹형규 의원이 7.3%, 홍준표 의원이 6.9%로 2~4위를 차지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4.9%),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4.5%), 이해찬 총리(3.7%)가 그 뒤를 이었다. 노회찬 민노당 의원(3.1%)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2.2%) 박계동(2.2%)·이재오 한나라당 의원(0.6%)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받았다.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6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유독 서울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서울은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건곤일척의 한판승부가 벌어질 대선으로 가는 최대 거점이기 때문이다.
뉴스메이커는 우리당의 한 관계자가 “서울·경기만 이긴다면 사실상 지방선거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얼마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이해찬 총리,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장관, 김한길 의원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된 쟁쟁한 ‘서울시장 후보’들도 선뜻 “차기 서울시장은 나요”라고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한나라 후보들 일단 경계
박진 의원은 최근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사람이라면 미리 시정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국민적 지지도가 높다고 등 떼밀려 나오는 것은 서울시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박 의원측에서 가장 꺼리는 ‘파트너’ 역시 강 전 장관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법무부장관 재직시절 대과없이 검찰조직을 이끌어왔고 나중에 깨끗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준 점, 그리고 현 정부에서 장관직을 수행했으면서도 비교적 열린우리당 색채가 엷다는 점 등이 박 의원측에서 꼽은 강 전 장관의 강점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신비감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폭발력도 지니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메이커에 따르면 박 의원 측근은 “이해찬 총리나 김한길, 김영춘 의원 등 정치인 후보가 나오면 선거는 정치인 대결구도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백전백승”이라면서 “강 전 장관 등 비정치인 후보가 나올 경우 우리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책으로 대결한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박계동 의원도 열린우리당 후보 가운데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 강 전 장관을 꼽았다. 박 의원은 “지방선거라는 것이 어차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현재의 지지도나 인지도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그래도 강 전 장관의 색깔이 열린우리당 후보 가운데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맹형규 의원 측은 강 전 장관의 출마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당의 선택은 ‘CEO형 후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치인 대 정치인’ 구도로는 승산이 없으니 ‘CEO출신 대 정치인’ 구도로 몰아가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스메이커에 따르면 맹 의원측 관계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명박 시장의 후광과 서울시민의 요구를 겨냥해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회장이나 현대 출신의 이계안 의원, 진대제 정통부장관 등의 출마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맹 의원은 “아직 열린우리당에서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어서 누구를 더 경계한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중 유일하게 강 전 장관이 나오면 자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홍 의원은 “강 전 장관은 무척 영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약 나온다면 나로서는 오히려 환영”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가 까다롭게 생각하는 여권의 주자는 바로 이해찬 총리. 선거판을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로 몰아갈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현재 정당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하고 있지만 선거전이 이 구도로 전개되면 한나라당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홍 의원의 설명이다. 정치권은 홍 의원이 아직까지 거론되지 않고 있는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을 강력한 경쟁자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여성 서울시장 나올까
현 16개 광역단체 중 여성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다. 지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5년부터 3회 실시해온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김옥선·황산성씨를 제외하고는 여성 후보자조차 한 명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여성 정치인들에게 지방선거가 얼마나 불모지인가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선 과연 여성 광역단체장 1호가 탄생할 수 있을까. 희망적이게도 지방선거를 반 년 정도 앞둔 지금 여성 후보군의 이름은 꽤나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추미애 전의원, 한나라당에서 경기지사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전재희?김영선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본인의 경쟁력과 정치사회적 상황 때문에 1호 여성광역단체장 탄생을 나름대로 기대해볼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적합한 인물군이 부상하고 있는데다 정치사회적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여성 후보들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몇 번 해봤는데 여성 후보에 대한 ‘심리적인 벽’은 많이 사라졌더라”면서 “‘여성은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없어졌고 조사상으로는 오히려 여성 후보 출현에 굉장히 높은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참보좌관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여성 정치인들의 성과가 눈에 많이 띄는 것이 국민 인식을 변하게 만들었다”면서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여당 내에서는 금산법 논란을 이끈 박영선 의원, 가장 보수적인 관료사회에서 당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강금실 전 장관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아무리 심리적인 벽이 없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적당한 인물군이 없으면 그것은 또 문제가 된다. 여성 장관은 있어도 그 바로 밑인 차관급의 여성 인물군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약 여성정치인 풀이 대선주자급만 있고 3, 4선급의 정치인이 없으면 여성단체장 탄생의 조건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군에 한정한다면 그 조건도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는 느낌이다. 한 실장은 “지금까지 여성의 경우 대선주자 급으로는 기대가 어느 정도 있고, 또 국회의원은 비례대표라든지 제도적인 게 있었지만. 광역단체장만 공백이었던 것은 여성 인물군이 탄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금실과 추미애 서울시장 카드는 어느 쪽이 가능해지든 현재의 여당에게는 거의 최상의 카드로 취급된다. 강금실 전 장관의 경우에는 높은 인기도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승산이 있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라면, 추미애 전의원의 경우에는 호남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괜찮은 카드라는 인식이 여당 내에 퍼져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고전이 예상되지만 어떻게든 서울 경기 중 하나는 잡겠다는 것이 여당의 현재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낮은 정당 지지도를 돌파할 수 있는 국민적 인지도와 인기를 갖춘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 강금실과 추미애는 바로 그 지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카드라고 보고 당에서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이 누가 되더라도 이들에 대한 구애 손길은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이야 당 지지도가 너무 떨어진 상태여서 그들을 담을 그릇이 흔들리는 형국이라면 내년 전대 이후에는 말을 꺼내도 좋을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천이 가장 큰 벽’
한나라당은 여당에 비해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여당에선 별다른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 여성 후보를 전략공천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우위가 예상되는 만큼 많은 남성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재희,김영선 의원은 아직 후보군 중의 한 명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성후보로 거론되는 전재희,김영선 의원 두 사람 다 본인의 경쟁력 측면에선 다른 남성 후보들에게 달릴 것은 별로 없다”면서도 “그러나 내부 공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부근 미디어리서치 고문도 “여성 단체장 출현 가능성을 지금 예상해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여당은 강금실과 추미애에 대적할 별다른 후보군이 없지만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공천이라는 관문이 큰 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금실과 맞대결, 1%이내 초박빙 접전
그런가 하면 최근 내년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맹형규 의원이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로 홍준표 의원을 앞서 홍 의원과 맹 의원 간 처음으로 순위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리서치앤리서치(R&R)에 따르면,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호후보 순위는 6일 현재 맹형규 의원이 21.6%의 지지를 얻어 홍준표 의원(21.2%)을 0.4%포인트 앞선 가운데, 이어 박 진(12.8%), 박계동(7.3%), 이재오(3.5%)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양자대결에서는 맹 의원 36.4%, 홍 의원 34.0%로 그 격차(2.4%)가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존 주요 조사에서 나타난 홍 의원 우위를 처음으로 뒤집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한나라당 지지자 대상 5자대결에서는 맹 의원 29.8%, 홍 의원 22.4%, 양자대결에서는 맹 의원 45.9%, 홍 의원 34.1%로 맹형규 의원의 지지율 증가폭이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장 가상대결 결과 강금실 전 장관은 맹형규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 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이해찬 총리는 두 의원 모두에게 뒤져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 전 장관과 맹 의원의 가상대결에서 강 전 장관(34.7%)이 맹 의원(34.2%)을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앞섰고, 강 전 장관과 홍 의원의 가상대결에서는 강 전 장관(39.2%)이 홍 의원(32.6%)을 6.6% 앞섰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와 맹 의원의 가상대결에서는 맹 의원이 43.7%로 29.6%의 지지를 받은 이 총리를 가볍게 따돌렸다. 홍 의원도 이 총리와의 가상대결에서는 44.2%의 지지로, 28.9%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친 이 총리를 크게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주)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12월6일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00%이다.

*박스기사
대권주자 8명의 이미지 분석

▲고건=안정적 관리자와 구세대 정치인이라는 이질적 이미지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 관리자의 이미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사 효과로 생겨난 것이다. 반대파들은 그에게서 이회창의 전철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명박=일 잘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CEO로 ‘뭔가 해내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확고하다. ‘불도저’ 이미지는 자산임에 분명하지만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에게서 개발독재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박근혜=노무현 대통령이 갖고 있지 않은 이미지의 종합선물세트. 노 대통령이 ‘잡초 같은 영업팀장’ 이미지라면 박 대표는 ‘우아한 공주’ 이미지. 노 대통령에 대한 혐오가 클수록 박 대표에 대한 호감이 커진다. 고건 전 총리가 가진 긍정적 이미지가 가장 위협적.
▲정동영=전문적이고 깨끗한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의 이미지. 그러나 정치 입문 10년이 넘은 당 대표급 인물임에도 여전히 신인처럼 느껴지는 것이 한계. 이미지 정치로 부상했지만 지금은 그 덫에 걸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근태=노 대통령의 아류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지지층에선 ‘사회 참여 성직자’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으나, 일반 대중들에겐 분명한 이미지가 없다. 현실적 영웅의 이미지를 가미해야 한다.
▲손학규=경제를 중시하고 행정과 경영능력을 갖춘 CEO형 정치인으로 어필하려다 보니 과거의 민주화 운동 이미지를 다 잃어 버렸다. 일은 잘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은 있지만 결정자가 아니라 조정자라는 느낌.
▲이해찬=지지층은 완벽을 지향하는 ‘강박적 전문가’로, 반대층은 보스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행동대장’의 이미지로 본다. 일을 잘 하고도 대중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은 포용력과 인간적 이미지가 부족하기 때문.
▲강금실=‘한국형 힐러리’의 이미지. 그만의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인기에 연연치 않고 자기 색깔을 지키는 이미지가 확실하다. 권력에 관심 없는, 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분석해낸 대권주자 8명의 이미지다. 황 교수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할 때 작동하는 심리는 결국 후보들의 이미지라고 판단하고, 사람들이 마음속에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85개 항목의 질문을 뽑았고, 이 질문지를 들고 정치인 1명당 평균 15명을 심층 면접했다. 전체 모집단은 88명(모두 20대 대학생).
황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상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은 사회”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는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정치 신인이 혜성처럼 등장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지나온 우리 역사가 보여주듯이 과도한 기대는 종종 잘못된 선택으로 연결되고 만다. 황 교수는 지나친 이상주의를 버리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고르듯이, 백화점에서 쇼핑하듯이 대통령을 선택하라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