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마이스터고 지정, ‘가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
인성교육을 바탕, 양질의 기술기능교육과 진로 직업 교육 제공
여수전자화학고등학교(이하 여수전자화학고)는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목표로 1999년 화공계열 전문계고등학교로 개교했다. 하지만 이후 설립 취지와는 달리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 정책 부재와 졸업생의 진로 불투명 문제 등으로 학교 위상이 추락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이에 학교를 거쳐 간 여러 학교장들이 학과개편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힘써보기도 했지만 학생생활지도와 신입생 정원 확보에 전전긍긍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1년 3월 취임한 서석재 교장은 부임과 동시에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학교발전을 위해 어떤 방안을 모색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여수교육을 걱정하는 지역인사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힘들지만 마이스터고 유치에 한 번 도전해보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됐다. 이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협조를 얻어 여수국가산단 49업체와 취업 약정 협약을 이끌어냈으며, 지난 1월30일 제6차 마이스터고에 응모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석유화학’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받게 됐다.
위기의 학교, 진학하고 싶은 학교로 변화
현재 여수전자화학고의 가장 큰 변화는 ‘위기의 학교’에서 전국유일의 석유화학분야 마이스터고로 전환된 점이다. 전남에서는 한국항만물류고에 이어 전남생명과학고와 여수전자화학고가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아 2013년 3월 개교될 예정이다.지역주민들과 교육수요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했던 여수전자화학고가 한 번의 응모를 통해 석유화학 분야의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여수국가산단이라는 유망석유화학업체가 집단으로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이스터고로 전환되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들이 육성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교과부는 여수전자화학고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인정, 마이스터고로 지정했다. 특히 여수국가산단업체 대표로 KCC공장장협의회 부회장, GS칼텍스, 한화케미컬 인사팀이 실사에 참여해 여수전자화학고가 마이스터고로 지정될 경우 교육과정 참여와 지원협조 인재육성의 선발에 참여하겠다는 확신을 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처럼 여수전자화학고는 여수국가산단이 승용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의 근로자는 급료가 높고 직장이 안정적이어서 젊은이들이 꼽는 ‘들어가고 싶은 직장’ 순위 상위에 랭크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서 교장은 무엇보다 석유산업의 성장이 학교 성장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석유화학산업은 2020년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이 가능하고 세계에 우리의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전하는 서 교장은 뿐만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퇴직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여수전자화학고가 제대로 된 인재만 배출한다면 전국 35개 마이스터고 가운데 매우 성공적인 학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 이 지역의 중학생들이 가장 진학하고 싶은 학교가 되지 않을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자 믿음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지역의 명품학교
서 교장은 “학교는 항상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마이스터고 지정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학교의 품격이 한층 높아지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기술기능교육과 진로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서 교장은 산학협약을 통해 산업체 인사담당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원만한 대인관계와 풍부한 의사소통 능력으로 자신에게 임무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기술교육보다는 성실한 인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인성교육은 교사 외에도 학부모, 지역사회, 지자체를 비롯한 관계기관 등 모두가 나서 관심과 지도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1등만 살아남는 시대가 되다보니 현재의 교육은 목적과 과정은 도외시하고 오직 수단과 방법이 우선되는 교육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그러나 성과위주의 교육은 일시적이고 소수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패배를 맛보는 교육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실패를 했을 때 쉽게 포기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의 요인을 분석하고 다시 용기를 얻어 도전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이 더욱 주목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어 그는 최근 학벌사회로 인해 자신의 능력과 적성과는 무관하게 우선 대학에 진학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반면 대졸자의 실업난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교과부가 특성화고의 대학진학을 억제하고 취업률 제고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이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
“우리 학교의 경우, 최근 3년의 졸업생 진로를 보면 대학진학률은 70% 내외에서 40% 내외로 점점 낮아지고 취업률은 10% 내외에서 30% 내외로 높아지고 있다”고 밝히는 서 교장은 “이 같은 변화는 고졸취업의 확대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와 교과부의 일관된 직업교육 정책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진로교육을 할 때 학생들에게 ‘고졸 공채로 취업되지 않으면 대학진학 후 취업은 더욱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학교에서는 多자격 취득 등 기술 기능 교육은 물론 공중도덕과 질서를 존중하는 의식과 산업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력을 갖춘 인재육성에 교육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서 교장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 시설 등의 하드웨어적인 것보다는 ‘그곳에 특화된 교육 과정으로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여수전자화학고는 앞으로 좋은 조건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지역의 명품학교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