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연합뉴스 파업, 장기화로 치달아

정부의 그릇된 언론정책이 원인, 결자해지의 자세로 풀어야

2012-06-01     지유석 기자


KBS, MBC, YTN 등 방송3사와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5월31일 현재 MBC노조의 파업은 122일차를 맞이했다. KBS, YTN, 연합뉴스 노조는 각각 파업 87일차, 41일차, 77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MBC노조와 KBS새노조는 5월11일 공동으로 여의도광장에서 '희망 캠프'를 열고 대국민 홍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냉담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사측은 무차별 징계를 남발하고 있어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언론사 파업의 단초를 제공해 준 주인공은 MBC기자회였다. MBC기자회는 지난 1월25일 전면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친정부 일변도의 보도 태도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이들은 제작거부에 돌입하면서 뉴스 신뢰도 회복을 위한 전면적 인사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MBC기자회의 제작거부는 전면파업으로 비화됐다.

MBC노조는 1월30일 오전 6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원들은 69.4%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파업안을 가결했다. MBC노조의 파업은 파업 도미노로 이어졌다. MBC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26일째를 맞은 2월24일 KBS새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에 따르면 2월17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재적 1,064명 가운데 90.5%인 963명이 참여해 88.6%인 853명이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의에 따라 KBS새노조는 3월6일 파업에 나섰다.

곧이어 YTN과 연합뉴스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YTN은 3월8일, 연합뉴스는 3월15일을 기해 파업에 나섰다. 특히 연합뉴스가 파업에 돌입한 건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연합뉴스의 경우 매체 특성상 각 언론사의 기사 의존도가 높아 파급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사장 퇴진, 보도 공정성 확립이 제일 목표 

방송 3사와 연합뉴스 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은 대동소이하다. 각 언론사 내부사정에 따라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 노조는 한결같이 사장 퇴진과 언론의 비판기능 회복을 내세웠다.

가장 먼저 파업에 나선 MBC노조의 경우 파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불공정 보도 논란이었다. 실제 MBC는 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이 뉴스 아이템 선정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노조 측은 사측이 2011년 6월25일 '왜관철교 붕괴, 4대강 공사영향'과 10월10일 '내곡동 사저 다운계약서 의혹' 관련 리포트를 삭제했거나 누락시켰다고 주장한다. 보도 누락의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1월24일 'FTA 집회, 경찰 물대포 진압', 12월 5일 'BBK 판결문 입수 특종', 12월28일 '김문수 지사 119 전화 논란' 보도를 누락시키는 한편 4월22 '강원도지사 선거, 엄기영 후보 불법선거 운동'은 축소 보도했다면서 사측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은 폐지되거나 핵심 제작인력들이 한직으로 밀려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비판적인 논조를 취했던 '후 플러스'와 'W'는 폐지 당했다. 무엇보다 MBC의 간판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이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PD수첩은 2008년 4월29일과 5월13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보수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은데 이어 제작진이 사법 조치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보도 누락과 관련해 박성호 MBC기자회 회장은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의혹과 한미FTA 보도에 이어 김문수 지사의 119전화 보도에 이르기까지 불공정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지난 해 연말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재철 MBC사장은 "지난 한 해 뉴스가 잘 나갔고 시청률이 소폭이지만 상승했다"면서 불공정 보도 주장을 일축했다. 이 같은 태도는 노조를 격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노조는 "공영방송 MBC의 구성원으로 마땅히 해야 할 도리가 아직 남아 있다"면서 "MBC를 정권의 선전도구가 아닌 국민의 여론장으로 반드시 돌려놓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KBS새노조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노조는 지난 2010년 7월 공정방송 조항이 담긴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약 한 달간 파업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러자 사측은 엄경철 당시 KBS본부장에 대해 정직 6개월 등 모두 13명의 노조 집행부에 대해 중징계를 취했다. 불법파업, 이사회 방해, 노보에 의한 명예훼손 등이 징계사유였다.

사측의 인사조치도 파업에 불을 댕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보도본부장의 인선이었다.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올해 2월 KBS 양대 노동조합이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투표 참여 인원 대비 84.4%의 불신을 받았고, 이에 스스로 사임을 표명했다. 사측은 고 본부장의 후임으로 이화섭 부산총국장을 기용했다.

그는 2010년 5월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문 이중 게재 보도를 9시 뉴스에서 누락시킨데 이어 12월 '추적60분' 4대강 편을 2주간 결방시키는데 앞장선 전력이 있었다. 그의 행태는 KBS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하지만 그는 다음해 1월 부산 총국장으로 발령 받은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2월 보도본부장으로 영전됐다.

이 같은 인사는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었다. 노조 측은 징계철회와 김인규 사장 퇴진을 외치며 파업을 단행했다. 노조 측은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싸움이며 이를 계기로 김인규를 몰아내고 KBS를 재건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YTN과 연합뉴스 노조의 파업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뤄진 일이었다. YTN노조는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배석규 현 사장의 연임 반대와 해고자 복직을, 연합뉴스 노조는 현 박정찬 사장의 연임 저지와 노동조건 개선,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밀어붙이기식 방송장악이 근본 원인

방송 3사와 연합뉴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현 사장의 퇴진과 공정보도 시스템 구축이다.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등 방송 3사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다. 더구나 김인규 사장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 후보의 특보를 지냈던 인사다.

사실 그의 권력 지향성은 KBS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농후했다. 해직 언론인이 주축이 돼 만드는 대안언론 '뉴스타파'는 김 사장의 리포트 영상을 방영했다. 그의 리포트는 언론인의 직업윤리를 의심케 할 만큼 정권 친화적인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재철 사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MBC노조는 "김재철이 울산 MBC 사장이던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경선주자 시절부터 캠프 사무실을 수시로 출입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일정까지 수행했다"고 폭로했다. 그가 수시로 출입했던 곳은 '안국포럼'으로 알려져 있다. MBC노조에 따르면 안국포럼은 대통령이 서울시장에서 퇴임한 직후인 2006년 7월 발족해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까지 유지되면서 친이계 인사들의 핵심 근거지였다고 한다.

언론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하지만 김인규-김재철의 사장 임명은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높았다. 실제 두 사람의 공영방송 입성은 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 방송사 노조는 취임 초부터 두 사람의 인선을 낙하산 사장 임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장 선임을 밀어붙였다. 정부의 강경자세는 방송장악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런 의혹의 중심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자리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은 최시중 씨가 맡았다. 그는 이 후보 대선 캠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6인회' 멤버였으며 이 후보의 정치적 멘토를 자처했던 인물이었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 방송사 사장 물갈이 작업에 착수했다. 그 첫 번째 목표가 바로 KBS였다. 최 위원장은 2008년 5월 정연주 당시 사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고발에 앞서 "정연주 사장 때문에 정치 못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즈음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의혹과 이에 따른 쇠고기 수입 반발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시점이었다. MBC PD수첩이 광우병 관련 보도를 내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KBS 역시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대해 비판적 논조로 보도했다.

그는 KBS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정 사장을 전방위로 압박해 나가기 시작했다. 감사원과 검찰이 최 위원장을 거들었다. 감사원은 6월 감사를 시작했고 검찰은 8월 정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정연주 사장 해임 프로젝트의 마침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찍었다. 이 대통령은 8월11일 정 사장을 해임했다.

이 대통령의 해임 조치는 적법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법 50조2항에 따르면 "KBS사장은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정 사장은 해임요구 무효확인 소송을 청구했다. 정 사장 측은 소장에서 "방송법상 대통령과 이사회는 KBS 사장 '임명'을 결정할 수 있을 뿐, '해임'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정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정 전 사장에게 제기된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최종 확정한 것이다. 하지만 KBS의 공정성은 훼손될 만큼 훼손돼 있었다. 정 전 사장의 해임 이후 임명된 이병순 사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기자와 PD 50여 명을 한직으로 발령 냈다. 또 시사 전문 프로그램인 '시사투나잇'과 미디어비평을 주제로 한 '미디어 포커스'도 폐지시켰다. 현 김인규 사장은 이 사장이 사전 정지작업을 마친 KBS를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재철 사장의 선임 과정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의 MBC 사장 선임에 정권이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폭로됐기 때문이었다. 폭로의 진원지는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었다. 김 이사장은 2010년 4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한테 얼마나 휘둘렸는데. 큰 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의 '큰 집 조인트' 발언은 김재철 사장의 인선에 청와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었다.

4.11총선, 방송장악 효과 선명히 드러내

방송장악의 직접적인 영향은 지난 4.11총선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방송사들은 반값등록금, 양극화 해소, 사회 안전망 확보 등 복지문제, 한미FTA,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 및 4대강 사업 부실시공 의혹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의제들을 소홀하게 취급했다. 반면 야권이 부담스러워할 쟁점은 집중 부각시켰다. 이 같은 편파성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도는 지역·이념·세대에 따라 대립구도가 선명하게 부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이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라면 호남 지역은 야당, 이 가운데서도 특히 민주통합당의 오랜 지역기반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또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보수 성향을 띠는데 비해 20~40대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식채를 드러낸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돌발변수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갖가지 변수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여야, 진보·보수 대결구도가 선명한 상황 하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전체적인 선거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에 여야는 돌발변수가 미칠 파장을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 때 언론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변수들을 어떻게 의제화 시키느냐에 따라 전체 판세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 당시 쟁점이 됐던 사안들을 살펴보자.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문대성 후보(부산 사하갑)의 논문표절, 김형태 후보(포항 남구·울릉군)의 제수씨 성추행 의혹,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 위원장과 손수조 후보의 카퍼레이드 행위의 위법성 논란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의 경우 관악을 야권단일화 후보 경선 부정 의혹과 김용민 후보(민주통합당, 노원 갑)의 막말 파문이 불거져 나왔다.

방송사는 이 같은 쟁점에 대해 여당 편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보도 건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거의 노골적인 수준이다. 언론개혁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3월9일부터 4월 11일까지 KBS, MBC, SBS의 선거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문대성 후보의 논문표절 논란에 대해 KBS는 1차례, MBC 1차례, SBS 2차례 다루는데 그쳤다. 또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왔던 박근혜-손수조 후보의 카퍼레이드는 방송 3사 모두 다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형태 후보의 제수 성폭행 미수 사건 역시 방송 3사의 뉴스에서 볼 수 없었다.

반면 방송 3사는 야권에 불리한 쟁점에 대해서는 집중 보도했다. 관악을 야권단일화 후보 경선 부정 의혹과 관련, KBS는 5차례, MBC 4차례, SBS 3차례 보도했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의 경우엔 더 많은 전파가 할애됐다. KBS, MBC가 각각 5차례에 걸쳐 보도를 했고 SBS는 7차례 보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송사들은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을 집중 부각시켰다. 결국 김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고, 민주당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사를 주관한 민언련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으로 'MB정권 나팔수'로 몰락한 KBS와 MBC는 노골적인 박근혜 띄우기·새누리당 감싸기 보도행태를 남발했다"면서 "4.11총선 관련 방송3사의 선거보도는 부실·편파보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언론장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방송 3사 노조의 파업은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방송사 노조의 파업은 사실상 정부의 그릇된 언론정책이 빚은 결과다. 이와 관련, 영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3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주류 방송사 소속 기자들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면서 "언론인들의 불만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계철 현 방송통신위 위원장은 지난 3월5일 인사청문회에서 "방송사 파업은 그 내부의 문제"라며 "후보자 입장에서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실질적인 수장인 박근혜 위원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한구 의원은 "방송사 파업에 정치권이 개입해선 안 된다"면서 방송사의 파업을 불법·정치파업으로 폄하하기까지 했다.

정부·여당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총선 당시 방송장악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입은 새누리당이 대선 때까지 현 언론 체제를 유지하려는 저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상황이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습성이 있다. 특히 권력자들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독재를 꿈꾸는 권력자들은 가장 먼저 언로(言路)부터 차단했다. 하지만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권력에 부역하는 언론은 부패의 일등 공신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방송장악 효과에 도취돼 파업사태를 방관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오산이다.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있어도 진실마저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 노사, 한치 양보 없이 대립.... 파업 신풍속도 등장
'Reset KBS뉴스', '제대로 뉴스데스크' 등 자체 제작 뉴스로 불편한 진실 폭로

방송사 노조의 파업에 대해 사측은 요지부동이다. 4.11총선 이후 사측은 오히려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김인규 KBS사장은 총선 다음날인 4월12일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본부노조는 출범 이후 줄곧 대화의 상대방을 향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무분별한 공세를 계속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에 노골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영방송인의 자세를 스스로 저버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행태였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파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향후 노조에 대해 강경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방침은 곧 현실화됐다. KBS는 지난 4월20일 새노조 소속인 최경영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MB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MBC 사측은 노조 집행부에 대해 30억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가하는 한편 16명 전원을 상대로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6월1일엔 '시용기자' 채용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했다. 경찰의 수사압박도 현실화됐다. 경찰이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 김민식 부위원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등 노조간부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BS새노조와 MBC노조는 각각 'Reset KBS뉴스'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자체 제작해 그동안 사측의 압력으로 방영하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폭로해 나가고 있다. 특히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재일무용가 정명자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조와 사측의 대립은 평행선을 긋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자 시민사회와 야당인 민주당은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뒷짐을 지고 있어 사태해결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