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美’와 ‘옛스러움’을 간직한 소중한 그 곳

자연 그대로의 삶, 고요하고 깨끗한 고택에서 느끼는 고향의 향수

2012-05-18     취재_공동취재단

굽이굽이 첩첩산중 한 호숫가에 다다르면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만날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 나라는 바로 지례예술촌이다. 자연 그대로의 삶, 한국인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체험하며 잃어버린 고향의 향수와 한국인의 원형질을 되찾게 해준다. 세계인이 찾아오는 이곳은 시끄럽고 어지러운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지례는 임하댐 건설로 수몰되어 없어진 경북 안동시 임동면의 작은 마을 이름이다. 임하댐 건설로 400여 년 동안 살아온 의성김씨 동족 마을인 지례가 없어질 때 거기 있던 지촌공파의 종택과 서당, 제청을 마을 뒷산으로 옮겨짓고 이 건물들로 예술인 창작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례예술촌은 국내에선 최초로 수몰지구의 문화재 건물을 이건해 개방과 활용을 통한 생산적 보존의 본보기가 되었다. 

세계인을 매료시킨 지례의 고요함과 아름다움

지례는 지리적으로 산속 호숫가에 고립된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조용하고 깨끗함 때문에 뜻있는 사람들이 드나든다. 지례에는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고요가 있다고 할 정도. 절간이 아무리 깊은 산 중에 있어도 신도들이 찾아가듯이 지례도 고요함과 아름다움에 이끌려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접근성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이곳은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안식처로 인정받고 있다. 지례의 이러한 매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미슐랭에서도 소개되며 극찬받았다.
“스님과 수녀들이 쉬러올 정도도 지례의 고요함과 깨끗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것 외엔 아무 불편이 없죠. 20년 전 비포장 길에 휴대폰이 터지지 않던 시절에도 찾는 발걸음이 많았습니다.”
지례는 1988년 개방을 시작해 24년 동안 6만여 명의 관광객이 숙박을 하고 국내·외의 저명한 예술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명사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한국형 낙원, 고택의 향기가 자리 잡은 ‘지례예술촌’

지례예술촌(http://www.jirye.com/김원길 촌장)은 지례만의 고요를 내세워 상품화한 곳이다. 고택을 관광자원화 시켜 탄생한 지례예술촌은 김원길 촌장이 수몰되는 고택으로 예술창작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문화재 10동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이다. 이 건물들은 예술촌 외에도 전통생활 체험, 수련원, 건강촌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 창호와 온돌의 목조주택, 자연 친화적인 주거환경에 대한 체험, 각종 학술회의 장소 제공, 기업연수, 유교연수원, 안동지방 제사 체험, 단체 공연 행사(탈춤공연, 국악공연 등), 외국인의 한국체험 프로그램 운영, 전통문화에 대한 맞춤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간 약 5,000명 정도가 다녀간다.

이 외에도 앞으로 예술촌 앞 임하호에 간이 선착장을 만들고 돛단배나 요트 같은 무동력선을 띄워서 관광객들이 선유를 할 수 있게 하고 오솔길, 숲길을 조성해 심신수양에 도움이 되는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천 장의 헌 기왓장에 와송을 재배, 항암 약재를 생산하고 종택 앞 잔디광장과 예술무대에서 전통혼례식이나 마당극 또는 대형 공연 등을 연례행사로 개최해서 고택이 지니고 있는 공간 미학 위에 공연예술도 펼쳐 보일 예정이다.
또 오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물들을 진열해 옛 선인들의 삶과 생활 문화를 되살펴 볼 수 있는 유물관을 건립하고 유명예술인 유치에도 적극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고택의 개방은 하나의 문화운동이다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뜻있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점에 고택관광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지례가 지향하는 것은 한국형 낙원의 건설이고 이것을 모델로 전국에 이와 유사한 낙원이 많이 생긴다면 이 또한 세상을 낙원화하는 거룩한 사업이 될 것입니다.”
김 촌장의 이 같은 생각은 단순한 관광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고택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04년부터는 김 촌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가 정식으로 전국의 고택을 관광자원화하기에 이른 것. 문화관광부는 지난 가을부터 고택 명품화 사업에 착수했으며 지난 4월 초에 1차 사업대상 고택들이 감독기관의 심사를 받았다.

“2004년 편의시설 지원에 이어 이번 명품화 사업은 우리 고택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앞으로 안동의 고택을 찾아오는 내외국 관광객들은 보다 품격 있게 단장된 고택의 모습을 볼 것입니다.”
실제 지례예술촌은 이 지역의 많은 고택이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고 문화재를 지키며 우리 전통생활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또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나오기 전에 태양열 시설과 계곡에 소형댐을 막아 에너지와 물 문제를 해결해 보이는 등 문화, 관광, 환경문제의 해법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는 게 김 촌장의 얘기다.

고택은 예술촌으로 운영하든 한옥체험업이 되든 개방하는 것 자체가 문화운동이라고 말하는 김 촌장. 그는 “고택은 지역사회의 자랑거리이자 애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고택의 개방은 문화재 보전과 전통문화의 보존, 그리고 계승 내지 세계화가 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윤은 부수적 차원이다. 우리에게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 선조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고향에 대한 사랑과 안동인의 긍지가 자신을 오늘까지 일하게 만들었다는 김 촌장. 그는 어려서 조부로부터 역대 선조의 인품과 행적에 대해 많이 듣고 자라면서 선조들의 정신이 자신의 속에 내재화된 듯하고 뒷날 책을 통해서 공자와 도연명, 룻소와 쏘로우 그리고 문학을 하면서 시인 서정주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전통 유가의 장손으로서 가문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집안 어르신들의 가르침을 이행해야 했는데 이렇게 집을 수몰로부터 옮겨 짓고 보존한 데는 17대조와 수몰 전 별세한 조부의 영향이 컸다. 또 이 두메에 혼자서 살게 된 것은 도연명과 그의 영향을 받은 조상들의 산림처사 지향과 문학을 하면서 자신에게 멀리 보는 눈을 갖게 해준 미당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