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제전망

2005-12-07     글/신혜영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부, 씀씀이 줄여라”
KDI, 현대경제연구소 등… ‘2006 경제전망’ 발표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대해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으려고 세율을 올리면 투자나 근로 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부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의 지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내수 침체 고비는 넘긴 듯”
KDI는 11월 13일 발표한 ‘200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 적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KDI 신인석(辛仁錫) 연구위원은 “세수 부족이 생겼다고 해서 세율을 올리면 투자나 노동력 공급 등 경제 주체의 경제활동 의욕을 꺾을 수 있다”며 “세수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의 탈루 소득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징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중기(中期) 재정운용계획이 적자 누적을 예정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재정을 조심스럽게 운용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안팎의 재정 적자가 발생한다. KDI의 주장은 세수가 줄면 정부 지출도 줄여야 하며 세제를 개편하려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각종 국책사업과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당초 의도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복지정책의 핵심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수급 대상자(148만여 명) 가운데 정확한 소득을 알 수 있는 사업장 취업자가 1,350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면담 등을 통해 소득을 파악하고 있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KDI는 내년 경기가 민간소비 증가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0%로 올해 추정치(3.9%)보다 1.1%포인트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0.5%에서 올해는 3.5%, 내년에는 4.6%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4.6%, 내년에는 8.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부진했던 운수 장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투자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따른 주택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 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또한 상품 수출(물량 기준)은 세계경제 호조로 10.6% 늘어 올해(9.7% 추정)보다 증가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 실업률은 3.7%로 예측했다.
신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르고, 세계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각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2009년까지 5년간 나라살림이 좀더 빡빡해질 전망이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의 예상 치에 못 미칠 것으로 보여 수입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균형을 회복할 것으로 보였던 재정수지는 2009년 이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의 나라살림 규모를 가늠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1년 만에 수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 부진 전망
현대경제연구소도 2006년 주요산업경기전망과 트렌드 변화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6년 국내 산업 경기는 IT와 기계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자동차, 물류, 조선, 해운산업의 경기는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소폭 둔화되고, 건설업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경기회복 업종인 IT산업은 2005년에 국내 경기 침체,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반도체 시장 위축과 정보통신 부문의 수익석이 악화되었다. 그러나 2006년에는 세계 IT경기의 완만한 회복, 국내 DMB실시 등으로 PC부문을 제외한 반도체, TFT-LCD, 이동총신과 같은 국내 주요 IT산업들의 경기회복이 기대된다. 다음으로 기계 산업은 국내 경기 회복에 따르는 국내 수요 증대 및 세계 경제의 성장세 유지에 따르는 수출 증가세가 예상되나, 국내 경제의 부품 또는 반제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입 증가율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물류산업은 2006년 국내 물류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1.6% 증가한 89.4조원이 되고 위탁 물류시장 규모도 35.7조원으로 전년대비 14.2% 증가할 것으로 보여, 산업경기가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05년 수출 호황을 누렸던 자동차 산업은 내수 부문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수출경기마저 미국 및 서유럽의 자동차 수요가 정체됨에 따라 소폭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조선 산업은 이미 3년 이상의 건조 물량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출부문에 있어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나 해운 경기 둔화가 예고되고 있어 수주물량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해운산업은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등에 따르는 세계 물동량 증가세 둔화와 신규 선박 공급 확대의 영향으로 해상 운송 운임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06년에도 이어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나, 인도 브라질 등 신규시장이 부상하고 있어 전반적인 해운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006년 가장 우려되는 부문인 건설 산업은 8.31 부동산 대책 및 고유가,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우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산업 경기가 하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2006년 대부분의 국내 산업이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애로 요인으로는 내수 회복세의 미흡, 수출 경기 불투명, 비용 상승 등으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점을 들 수 있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도 내수 시장은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고 해외시장의 경우에도 신흥 공업국들의 시장 진입에 따르는 글로벌 경쟁 심화, 고유가 시대에 의한 비용 상승으로 더 이상 단가경쟁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단기적으로 채산성 악화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급격한 금리상승이나 환율하락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기술 개발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였거나 더 이상 고성장이 어려운 성숙산업에 대해서는 투자 규제 및 출자 규제 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여 고부가가치 신기술 신산업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에 편중된 수출대상 지역을 중국 이외의 BRICs 등 새로운 시장으로 다변화 할 수 있도록 기업정부간 정보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지역화 추세에 대응하여 주요 경제권과의 FTA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소의 주장이다.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한편 정부가 발표한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 총수입은 올해 4.3%, 내년 5.9% 증가하는 데 이어 2007년 7.6%, 2008년과 2009년 각각 7.5% 늘어 연평균 7.2%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2004~200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전망한 평균 7.4%의 증가율뿐 아니라 내년부터 2009년까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인 7.3~7.5%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계획은 내년부터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의 세율이 72%에서 90%로 상향조정되고 LNG 세율도 ㎏당 40원에서 60원으로 오른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수입증가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입이 줄어드는 원인은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 정부는 올해 3.8% 수준의 성장에 이어 2006년에는 5%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2007년 이후에는 4%대 후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5년간 ‘5%대의 성장’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총지출은 올해 6.4%에 이어 내년과 내후년 각각 6.1% 증가하고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6.4% 늘어 연평균 6.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계획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9.2%), 보건(9.8%) 분야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데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9.2%), 교육(7.1%) 등 분야의 지출도 줄이기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2008년까지 균형을 회복할 것으로 발표된 재정수지가 올해 GDP 대비 -1.5%에서 2006년 -1.3%, 2007년 -1.1%, 2008년 -1.0%, 2009년 -0.9% 등으로 적자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 '2006 보고서' 발표
한편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믹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인터넷에 공개한 ‘월드 인 2006’ 보고서에서 미래 세계경제 판도를 “앞으로 20년 동안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浮上)이 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을 구매력으로 환산했을 때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17년쯤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GDP 규모만으로 보면 20년 뒤인 2026년에도 미국은 1위를 고수할 것이다.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2위인 중국의 2배에 이른다. 하지만 구매력 대비 수치(PPP)로 환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PPP란 각국 물가를 감안해 실질구매력을 반영한 지표로, 현실적인 경제 규모의 비교가 가능한 방법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중국은 2017년쯤 미국을 앞지르게 된다.
2026년 인도는 미국에는 뒤지지만 일본보다는 훨씬 앞선 3대 경제 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다. 또 이때쯤이면 노령화가 시작된 중국보다 경제활동 인구가 젊은 인도의 성장이 훨씬 더 빠를 것이다. 유럽은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상대적 쇠퇴의 길을 면치 못한다. EU 25개 회원국들은 2006년 세계 GDP 비중 31%에서 2026년 24%로 떨어질 것이다. PPP로 환산해도 21%에서 16%로 감소한다.
미국에서 중간 선거가 있는 내년은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6년째로 노쇠화가 시작되는 시기. 그로서는 내년이 국내외적으로 고비다. 보수 기반으로 회귀하겠지만 보수층 내부도 균열이 감지된다. 부시의 최대 약점은 이라크가 될 것이다. 한편 미국 내 중국 공포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조에서부터 대만문제를 우려하는 국가 안보 관련 인사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분노하는 기독교 근본주의계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반(反)중국 연대는 폭넓다.
내년 중국의 주된 고민거리는 어떻게 고도성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점점 더 소란스러운 사회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고수할 것이냐는 것. 당의 권력 유지가 세계무대에서 힘을 과시하는 것보다 선결 과제다. 불균형 발전은 성장과 함께 점증하는 불안의 원인이며, 내년에 성장이 늦춰지면서 더 악화될 수 있다. 금융개혁이 중요 과제가 될 것이다.
올해 프랑스·네덜란드에서 EU 헌법안 국민투표 부결 사태를 낳았던 불안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유럽 전반의 동요는 궁극적으로 10년간 계속된 저성장과 고실업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개혁 방안을 놓고 합의를 못 이루고 있다. 영국·중유럽 국가들은 자유화·탈규제·경쟁을 강조하는 반면 프랑스·독일은 이견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