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입중단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였다"

'정부 약속 파기 논란' 관련한 정부의 군색한 해명

2012-04-26     정대근 기자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 26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2008년 총리담화 전문을 보면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광우병 관련 대국민 약속파기 논란’에 대해 언론사들의 ‘왜곡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박 대변인의 주장에 따르면 언론이 총리담화의 일부만 발췌해 잘못 보도한 탓에 인터넷상에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월2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품종은 젖소다. 이에 박 대변인은 “우리는 젖소를 들여오지 않으며, SRM이 포함되거나 30개월령 이상은 수입되지 않는다”며 “언론과 인터넷 여론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2008년 5월 8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공동명의로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바에 대해서는 “광고 게재 이후 2008년 9월경 여야 합의에 따라 가축전염병예방법이 다시 국회에 심의됐으므로, 이를 검토해 달라”는 말로 해명했다.

박 대변인이 언급한 ‘개정 가축전염병예방법 제32조 2항’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위생조건이 이미 고시되어 있는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쇠고기 또는 그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중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렇듯 청와대는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상의 ‘중단한다’가 아닌 ‘중단할 수 있다’의 표기를 내세우며 ‘수입중단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5월 7일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한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차원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심지어 정 前 장관은 “(수입중단 조치로) 통상 마찰이 발생해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광우병 발생 사실은 트위터 등 국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 중이다. 4년 전, 가까스로 진화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이 재현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정부는 법률문안 등 군색한 해명자료로 얼버무리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