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건강지키기
2005-12-13 글/ 이현지 기자
간질환, 뇌기능 저하 등 우려, 철저한 사전준비로 피해 예방해야
12월이 또다시 찾아왔다. 우리나라는 한해 술 소비량의 3분의 1이 연말 시즌에 몰려있다고 할 정도로 연말에 술자리가 많아진다. 한 해 동안의 시름을 술로 달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 과음은 마음을 달래기에 앞서 몸을 먼저 축내기 십상이다. 벌써 몇 번의 연말모임을 거치며 몸이 피로해져서 남아있는 망년회가 두려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술 마신 후 반복적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몸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송년회 후 몸이 말해주는 숙취 증상을 통해 몸 상태를 진단하고 건강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술이 가장 영향을 미치는 인체 장기는 ‘간’이다. 하지만 간을 알고 술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나름의 음주 병법을 찾아 기분 좋게 술을 마시면 어떨까.
간 질환은 대부분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모르다가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간이 간염과 간경변으로 발전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간은 알코올의 과다섭취로 인해 생긴다. 알코올을 과다섭취하게 되면 알코올이 간에서 지방의 합성을 촉진하고 간세포에 손상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2주 정도면 완전 회복된다. 하지만 지방간이 급성간염으로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구토, 피로감, 복부 불쾌감, 황달과 함께 배에 물이 차는 복수 현상까지도 나타나며, 회복에는 1∼6개월이나 걸린다. 급성간염도 초기에 금주를 하면 간기능이 완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치료에 의한 일시적인 회복을 믿고 다시 술을 가까이 하게 되면 간염이 반복적으로 생기며 그때부터는 금주를 해도 간기능이 회복되기 어렵다. 알코올성 간경변은 전신 피로감과 함께 가슴이나 팔에 빨간색의 혈관종이 나타난다.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간경변은 술을 끊어도 간경변증이 남게 되므로 정상적인 간으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간은 5000가지 이상의 일을 수행하는 인체의 거대한 화학공장이다. 한의학에서는 간장혈, 간주소설(肝主疏泄)이라 하여 간장이 우리 몸의 모든 영양물질에 대한 대사와 해독, 노폐물 배설을 주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해독 작용을 비롯한 모든 대사기능 저하로 소화 흡수가 잘 되지 않거나 항상 피곤해진다. 또 담즙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방의 소화가 제대로 안 되고 대변에서 심한 냄새가 날 수 있다. 또 피가 탁해져 어혈과 담으로 몸이 여기저기 결리게 되고 뒷목이 뻐근해진다.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로 인한 지방간과 고지혈증, 중풍, 만성간염, 간경화, 담석증 등의 질환도 바로 간장의 청혈해독 기능 저하가 원인이다.
종류별로 다른 전략을 세워라
맥주와 같이 알코올 함유량이 낮은(7% 이하) 저 알코올 주류는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높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맥주를 마시면 살이 찐다고 한다. 그러나 안주를 현명하게 선택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흔히 맥주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땅콩, 감자 튀김, 버터 오징어구이 등은 금물. 칼로리가 높기도 하지만 짭짤한 안주는 갈증을 돋워 술을 더욱 많이 마시게 한다. 대신 비타민이 듬뿍 든 싱싱한 야채를 선택해 보자. 살이 찔 염려도 없고 술 깨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알코올 농도 20%가 넘으면 독주로 분류한다. 알코올 농도 25% 안팎인 소주는 위장에 부담을 주기 쉽다. 보호막 없이 곧바로 위 점막을 자극할 경우에는 위염이나 가벼운 출혈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소주를 마시기 전에는 위를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 좋으며 안주를 곁들여 마시는 것이 상책이다. 되도록 천천히, 조금씩 마셔야 한다.
청주는 데워 마시는 술이다. 따뜻하게 데우면 향이 진해져 향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마시게 된다. 덕분에 과음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청주를 데우면 입안에서부터 알코올이 분해되기 때문에 차게 해서 마시는 것보다 더 쓰게 느껴진다. 그래서 청주를 차게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경우 마시기 쉬운 탓으로 자연스레 과음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청주를 차게 마시면 비장과 위장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크다. 위스키를 비롯한 대부분 양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이다. 독주를 마시면 위장의 맨 아랫부분(유문)이 경련을 일으켜 장으로 내려가는 출구가 순간적으로 막혀 버린다. 따라서 알코올이 위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만큼 위 점막이 손상될 가능성도 커진다. 아울러 다른 음식물 소화도 어렵게 한다. 독한 술을 급히 마셨을 때 구토를 하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양주를 마실 때 얼음이나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철저한 준비와 마무리가 관건
숙취 해소를 돕는 기능성 음료를 미리 마셔 두면 좋다. 음료에 포함된 성분 중 ‘글루메’는 위 점막을 보호하고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을 줄여준다. 술자리 30분 전에 마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틈틈이 자리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가며 즐겁게 마시는 것이 좋다. 술자리에서 놀이나 대화에 열중하다 보면 술도 덜 마시게 돼 만취하는 경우도 드물다.
술을 마신 뒤에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하고 수분과 당분(꿀물, 사과·포도주스, 스포츠 음료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콩나물국, 미역국, 북어국, 유자차, 칡차, 인삼차, 생강차, 비타민이 풍부한 주스나 과일 등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반면 사우나나 커피는 절대 금물이다. 지나치게 땀을 흘리는 것은 가뜩이나 부족한 수분과 전해질을 더욱 부족하게 하고 커피 역시 순간적인 각성작용은 있지만 이뇨작용이 있어 탈수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후 상태로 건강 알아보기
술 마신 후 두통 방치하면 뇌기능 저하-술 마신 후 유난히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건강한 사람도 전날 과음을 했다면 일시적으로 두통이 나타난다. 하지만 평소 고혈압이나 뇌혈관 질환 위험군이라면 두통이 좀더 심할 수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75㎎/dl 이상이면 뇌혈관이 수축되는데 혈관질환 위험군이라면 뇌혈관 수축으로 인해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뇌 기능 저하, 뇌졸중, 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고혈압 환자는 술 마신 당일보다 다음날 혈압이 상승하며 두통이 올 수 있으므로 음주 후 혈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 고혈압이나 뇌혈관 질환이 없는데도 두통이 심하다면 내장기관의 출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체질적으로 술이 잘 안 맞는 사람이 과음할 경우 위장 출혈이 생기고, 이것이 결국 빈혈로 이어지면서 두통이 올 수 있다.
술 냄새 오래가면 간질환 등 의심-치주염, 설염 등과 같은 치과적인 질병이 있는 사람이 과음을 하게 되면 다음날 입에서 술 냄새가 날 수 있다. 만약 치과적 질환이 없는데도 입이나 몸에서 술 냄새가 오래 남아있다면 알코올성 간질환, 고지혈증, 당뇨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량의 알코올은 코티졸, 카테콜라민 등의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혈당증가, 동공확장, 혈압상승 등을 일으킨다. 이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알코올 성분은 체내 지방세포 분해를 촉진시킨다. 하지만 지방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불완전 연소돼 몸에 축적된다. 불완전 연소된 지방은 혈액을 통해 몸 속을 돌게 되고, 이것이 많이 쌓일수록 몸에서 술 냄새와 구취가 오래가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불완전 연소된 지방이 일정 시간 흐르면 분해되고 소변으로 빠져나가 냄새가 사라진다. 반면 간 질환 등으로 몸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불완전 연소된 지방을 분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혈액순환도 느려져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하는 양에도 한계가 온다.
복통, 지방간·췌장염 등 우려-술 마신 다음날 특히 윗배에 팽만감이 느껴지면서 속이 더부룩하다면 지방간, 알코올성 지방간염, 만성 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간 질환의 경우 환자의 자각 증상이 없는 탓에 자신이 현재 간 질환 고위험군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간 질환자는 평소에도 간의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라 간이 부어 있다. 이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간이 더욱 심하게 부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뿐만 아니라 염증까지 유발한다. 따라서 술 마신 다음날 만성적으로 윗배가 더부룩하게 되므로 이 때는 간기능 검사가 필요하다. 술 마신 다음날 심한 복통이 느껴진다면 췌장염, 췌도관 폐쇄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알코올 성분은 췌장을 자극해 췌액 분비를 증가시키고, 사람에 따라서는 췌도관 폐쇄까지 가져올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합병증을 불러 궤사성 췌장염, 출혈성 췌장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는 환자가 복통뿐 아니라 발열, 구역질과 함께 몸 전신에 염증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술 마신 다음 날 심한 복통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설사땐 따뜻한 음료·기름기 적은 식사를-구역질과 속 쓰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위, 십이지장 이상으로 오는 소화계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알코올은 다른 영양분과 달리 위에서 흡수되는 탓에 위를 가장 많이 자극한다. 과음을 한 뒤에 전혀 통증이 없는 경우에도 위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위가 건강해서가 아니라 위 내에 알코올 농도가 20% 이상 넘어가면서 위산 분비가 억제돼 오히려 통증을 못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술 마신 뒤 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알코올이 일시적으로 지방을 분해하는 담즙의 분비를 감소시켜, 흡수되지 못한 지방질이 설사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 때는 다음날 따뜻한 음료와 기름기 적은 식사를 해야 한다. 만약 이런 설사와 함께 두통, 몸살, 열이 동반된다면 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알코올 의존증 조심할 것!
알코올 의존증은 상습적 음주로 인해 술을 안마시면 못 견디는 정신적 의존에서 술기운이 떨어지면 손이 떨리고 환청·환각 증세까지 나타나는 신체적 의존에 이르는 증상을 가리키는 고질병을 말한다.
알코올 의존자 자신의 건강, 행복, 안전 및 생명은 물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주게 되는 알코올 의존증은 일반적으로 다음 4단계를 따른다.
‘초기단계의 사람’은 긴장을 감소시키기 위해 혹은 골치 아픈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술을 끊겠다고 약속하지만 지키기가 어렵고, 예전과 동일한 알코올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이 마셔야만 한다. 술자리에서 한잔만 마시고 떠나기도 어렵다.
‘중기단계의 사람’은 음주사실을 부인하고, 숨어서 몰래 마신다. 아침에 해장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술없이 보내기 힘들다. 또 마신 양과는 상관없이 좋은 느낌을 예전만큼 느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후기단계의 사람’은 술을 마시기 위해 살며, 어떤 것보다 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을 피하거나 믿지 못하고 모든 꿈을 잃고, 어떤 책무도 처리할 수 없고, 자주 결근한다. 또한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한 것처럼 보이고, 영양실조로 인한 신체질환, 떨림 증상을 보인다.
‘말기단계의 사람’은 삶의 밑바닥에 도달하여 신체적 장애와 같은 고통스럽고 해로운 결과들이 발생되어도 계속해서 술을 마시게 된다.
◇연말연시 음주 십계명
1. 공복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2. 혼자서는 마시지 않는다.
3. 가능한 한 안주를 많이 먹되 기름진 안주는 피한다.
4. 한번 술을 마신 후에는 최소 3일은 쉰다.
5. 가능한 한 천천히 마신다.
6. 물을 많이 마신다.
7.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8. 다음날 해장술을 하지 않는다.
9. 음주 후에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
10. 술자리에서는 즐거운 화제거리를 택한다.
Tip2 공복에는 술 피하세요
술 마신 뒤 찾아오는 건강 이상은 물론 당장 숙취로 덜 고생하기 위해서는 ‘절제’가 최고의 방법이다. 몸무게 60㎏인 성인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알코올 양은 하루 80g 정도로 소주 2홉들이 1병, 맥주 2,000 포도주 600㎖ 기준 1병, 양주 750㎖ 기준 4분의 1병에 해당한다. 술 마시는 횟수는 1주일에 2회를 넘지 않아야 간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공복에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고 안주는 우유, 치즈, 달걀, 생선, 고기 등 고단백 음식을 선택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고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마시는 속도 역시 너무 빠르지 않도록 한다.
술은 또 섞어 마시면 좋지 않다. 특히 폭탄주는 술끼리 상승작용을 일으켜 간에 큰 부담을 주게 되고 술의 향과 색을 내기 위한 각종 화학 첨가물들이 서로 반응하여 두통 등 숙취가 더욱 심해진다. 만약 2종류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될 경우에는 약한 것부터 시작해 점차 독한 술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 순서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주로 짠 스낵류는 먹지 않는 게 좋은데, 갈증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안주는 담백하면서도 간이 약하거나 단 음식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