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총선 승리, 박 위원장의 역량에 힘입어

박 위원장, 차기 여권 대선주자 입지 굳혀

2012-04-12     지유석 기자

이번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127석을 얻었다. 야권연대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은 13석을 확보했다. 이에 비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152석을 차지해 원내 제1당 지위를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총선 전 판세는 야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였다. 각종 권력형 비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당의 승리였다. 온갖 악재에도 여당이 승리를 거둔 요인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우위를 점했다. 48개 선거구가 걸린 서울의 경우 민주통합당은 30석을 차지해 16석에 그친 새누리당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경기지역 52개 선거구에서도 민주통합당은 29석을 확보해 새누리당(21석)에 비해 우세를 점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도 강세를 보였다.민주당은 광주·전남지역 19개 선거구 가운데 16석을, 그리고 전북지역 11개 선거구 가운데 9석을 차지해 사실상 이 지역을 독식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민주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지역은 새누리당의 철옹성이었음이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대구의 12개 지역구, 경북의 15개 선거구에서 압승을 거뒀다.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워 대구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의 김부겸 후보는 40.4%의 지지율로 선전했지만 지역주의를 깨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산·경남 지역 역시 새누리당의 기반은 견고했다. 사실 총선 전 부산 지역은 승부처로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김정길, 조경태, 문성근, 김영춘, 최인호 등 야권의 대표주자들을 내세워 새누리당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 없다. 문재인, 조경태만 국회입성에 성공했을 뿐 나머지 후보들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무엇보다 문재인 후보는 승리를 거뒀음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문재인 후보(55%)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43.8%)의 지지율 차이는 11%. 손 후보가 27세의 무명 정치신인임을 감안해 볼 때, 문 후보의 승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경북, 부산·경남은 물론 충청, 강원지역을 석권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강원지역 9개를 모두 싹쓸이했다. 전통적으로 강원도는 야당 강세 지역이었기에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민주당은 충청권에서도 대전 3곳, 충북 3곳, 충남 3곳, 세종시 등 10곳에서 승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선거의 여왕, 선거의 여신으로 격상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는 야권의 우세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했었다. 총선을 즈음해서 온갖 권력형 비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기 때문이었다. 특히 KBS노조가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폭로하면서 민심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초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있었다. 박 위원장은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당의 간판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이어 총선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까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박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선거 운동과정에서도 박 위원장은 주도면밀하게 움직였다. 특히 부산을 집중 방문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다분히 문재인 후보를 의식한 행보였다. 문 후보는 박 위원장의 집중적인 지원유세에 막혀 전국적인 행보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부산발 야풍 바람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만 것이다.

한미FTA, 제주 강정 해군기지 등 이번 총선에서 민감하게 다뤄진 이슈도 박 위원장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우선 한미FTA의 경우 협상 개시는 노무현 前 대통령 집권시절 시작해 현 이명박 대통령에서 마무리됐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가지 사안이 쟁점으로 떠올라도 박 위원장으로서는 손해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박 위원장은 민감한 사안을 지지층을 결집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야당을 향해 “국익을 위해 시작한 일을 선거를 이유로 말을 바꾼다”고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이어 지지층을 향해서는 “미국과의 동맹 및 국가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한미FTA와 해군기지 사업을 국민적 여망에 맞도록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엇보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박 위원장의 호소는 큰 힘을 발휘했다.

요컨대 새누리당의 승리는 박 위원장의 승리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선긋기에 성공했다.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현 정권과의 선긋기로 정권 심판론을 비켜갔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의 역량에 힘입어 원내 제1당 자리를 수성했다.

이번 총선 승리에 힘입어 박 위원장은 12월 치러질 대선에서 여권의 유력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향후 박 위원장이 대선 행보에서 또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