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에서 듬직한 CEO로…이제는 해외시장 진출
수입품보다 우수한 품질의 Flux를 60%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
벽진산업은 김천시의 터줏대감이다. 이명자 대표의 시아버지가 1974년 설립한 영동화학을 모체로 해 4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전기용접봉피복제 및 연속 용접재료의 주원료인 Flux를 생산, 용접재료 회사에 공급하는 벽진산업. 이 대표는 이 회사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해외 수입에만 의존하던 Flux를 벽진산업이 수입대체하면서 대외 경쟁력을 높인 것은 물론 국가 산업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왔다”는 게 그녀가 갖는 자부심의 원천이다.
처음부터 그녀의 벽진산업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평범한 주부로 벽진산업의 수장이었던 남편의 내조를 하고 있던 그녀는 2000년 8월,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갑작스럽게 가업을 잇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처음 회사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IMF 직후여서 상당히 어려웠다. 그렇다고 가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남편이 남기고 간 회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위기를 이겨내야 했다”는 이 대표는 과거 남편과 함께 총무부서에서 5년 동안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회사를 조금씩 정상화시켜 나갔다. ‘사람이 제일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인원 감축을 하지 않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자연 감소인원 미충원’, ‘직원들의 급여삭감 협조’,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어려움을 차근차근 극복한 이 대표는 이 밖에도 보유 부동산 매각, 은행부채 상환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공정대비 시간별 체크 리스트 운영, 통계적 관리체제 도입, 사내 표준화 작업 추진 등으로 불량률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한 신제품 개발 및 설비투자에 주력하고 多성분계의 Flux를 개발해 상용화한 것이 자동차업계의 호황과 맞물려 매출이 크게 신장됐다.
대한민국 용접산업 발전과 함께 하는 벽진산업
용접산업분야는 철강, 기계, 자동차, 조선, 건축 등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된다. 용접기술의 발달 없이는 그 나라의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벽진산업은 우리나라 용접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
용접산업 초창기부터 1990년대까지는 사람이 수작업하는 피복 아-크 용접장식이 용접산업의 주류를 이루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로봇팔 등에 의해 자동 또는 연속용접이 가능한 FCW(Flux Cored Wire) 기술이 미국으로부터 도입, 용접산업의 획기적인 대변환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Core에 장입되는 Flux는 비싼 값을 치루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벽진산업에서는 FCW용 Flux의 개발에 착수했다.
2년 여의 연구기간, 6억 3,000만 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은 벽진산업은 완전히 새로운 다원계(多元系) Flux 개발에 성공해 수입품보다 우수한 품질의 Flux를 60%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같은 노력은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조선국가로 올라서는 데에도 크게 일조, 무한한 자긍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녀는 “벽진산업의 이러한 기술력은 거래처들로부터 인정받아 20∼30년 간 지속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벽진산업의 우수한 기술력은 당장 매출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 자동차업계의 호황으로 회사의 매출은 2000년 대비 5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용접산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것도 벽진산업의 경쟁력이다. 국내에 용접용 피복제 일부 품목을 부분적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몇 군데 있지만 벽진산업은 60여 종에 달하는 품목을 전문적이고 종합적으로 생산해 공급하기 때문에 우선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분말을 취급하는 업종이다 보니 공해산업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에 대한 강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관련 법 규정을 준수하면서 국가산업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오히려 환경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아무나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이 반대로 벽진산업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긍정적 사고로 벽진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벽진산업을 ‘더 나은 벽진산업’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용접기술의 발달로 인해 요구되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앞장서고 새로운 용접기술에 부응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품목을 개발하는 데에도 게을리 하지 않을 작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국내의 수요에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가격과 품질의 강한 경쟁력을 내세워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도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용접분야 이외의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 수요의 다변화를 꾀하는 것도 벽진산업의 목표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최고의 가치
기업의 1차 목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것이 1차 목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유일한 목적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상생’이야말로 기업이 추구해야 할 최상이자 최고의 가치라는 게 그녀의 신념이다.“기업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지역사회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대표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사회의 삶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덧붙인다. 이에 벽진산업은 현재 사회복지요양원 및 장애인 후원금 지원, 불우이웃돕기성금, 학생급식비 지원, 어버이날·노인체육대회 등 각종행사 협찬 지원, 지역농민 농산물 구입하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범위를 더욱 확대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지역의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도 그녀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 중 하나다.
앞으로도 이 대표는 벽진산업을 윤리경영을 실현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 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