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2년 앞으로

2005-12-21     글/ 이종철 기자
숨 가쁜 대권구도, ‘메이저 VS 마이너’ 최근 동향
3강 이명박 고건 박근혜 숨 가쁜 레이스, 대선 패배 3인방 동향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 고 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3강’(强) 구도가 점차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10월1일)과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여권의 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최근의 지지율 추이는 대선이 아직 2년 넘게 남은 데다 정치권에서 '새판 짜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계속 이어지리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향후 대권 레이스의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계기가 되리란 분석이다.

‘청계천 효과’를 등에 업은 이 시장에 한때 추월당하기도 했던 고 전 총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시 지지율 1위로 복귀했다.
고 전 총리는 한나라당 수요모임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9일 발표한 조사에서 23.3%를 기록, 이 시장(20.3%),박 대표(18.5%)를 제쳤다. 고 전 총리는 앞서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조사(7일 공개)에서도 26.4%의 지지율로 역시 이 시장(20.5%),박 대표(19.3%)를 앞섰다.
이 시장은 고 전 총리를 따돌리지는 못했지만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특히 리서치앤리서치가 11월 9일 발표한 조사에서 고 전 총리-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29.5%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고 전 총리(31.4%)에 1.9%포인트 차로 따라붙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동안 지지율 정체 국면을 맞았던 박 대표도 ‘재선거 압승’ 이후 2위 자리를 놓고 이 시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만큼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순위는 대부분 3위지만 이 시장과의 격차는 많아야 2%포인트 초반 정도다. 반면 여권 차기주자들은 한자리 숫자를 넘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정 통일부장관의 지지율은 8.8%(코리아리서치 조사),5.4%(한길리서치)에 불과했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각각 3.4%,3.5%에 그쳤다.


박근혜 대표 '자신감'+'여유'
6개월여 전 4·30 재보선 이후와 비교하면 10·26 재선거 이후 보이고 있는 박 대표 행보에서는 확실하게 여유로운 변화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평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 온 박 대표의 최근 행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신감'과 '여유'이다.
심지어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는다. 10·26 재선거 승리 이후 자신감을 단단히 회복한 것 같다. 이 같은 박 대표 변화는 사실 지난 4·30 재보선 이후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박 대표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승리를 만끽하지 못했다.
선거 종반부터 찾아든 '독감'은 박 대표를 거의 한 달여 동안 괴롭혔다. 선거 이후 곧바로 자택 칩거에 들어가 수차례 링거주사를 맞기도 했다. 또 당 내외 갖가지 잡음도 박 대표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선거승리 후 박근혜 대세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여의도연구소에서 유출된 사조직 문건 파동은 당을 내홍에 빠트렸다.
'친(親)박' 쪽은 문건유출 당사자로 '반(反)박' 쪽을 지목해 음모론 공방을 낳기도 했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세론'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심지어 강재섭 원내대표는 '시대착오적 용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아니다"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박 대표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 TV 오락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특강, 언론 인터뷰 등 보기 드문 강행군을 하고 있다.
10·26 재선에서 4대 0 압승을 거둔 재선거 승리가 직접적 원인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당 지지도 상승 등은 박 대표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자신감은 박 대표 발언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11월 8일 중앙위 포럼에서는 "내년 5월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했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실적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과거 7% 지지율까지 내려갔던 당을 살렸다"고 말하는 등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고건 인터넷 PR 나서
한편 유력 대권주자인 고건 전 총리가 최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렛츠고’ 사진첩을 대폭 개편했다. 행사 사진 중심의 기존 단일 목록 사진첩을 ▲삶 그리고 사랑 ▲나의 열정 나의 꿈 ▲우리 만남 ▲스포츠 투게더 등 4개 목록으로 세분화해 80여장의 사진을 새로 소개한 것.
우선 삶 그리고 사랑 편에는 중?고교 및 대학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 결혼식과 신혼여행 사진, 고등고시 합격동기들과 함께한 사진, 고아원?양로원 방문사진, 부인 조현숙 여사의 고교시절 사진 등이 게재돼 있다.
나의 열정 나의 꿈 편에는 지난 88~90년 서울시장 재직당시 착수시킨 서울지하철 5∼8호선 착공식 장면사진, 지하철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 등이 실려 있다. 이밖에 우리 만남 편에는 최근의 각종 행사 참석 사진들이, 스포츠 투게더 편에는 테니스 치는 모습 등 젊음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사진들이 각각 소개돼 있다. 고 전 총리가 어릴 적 사생활 사진 등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예상되는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앞두고 ‘자신 PR’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을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지하철 착수업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은 ‘청계천 특수’로 인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즉 현재 거미줄 망으로 이어진 서울지하철 착수업적 사진을 통해 자신도 ‘실적형 시장’이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 건 전 총리의 지인은 “고 건 총리에 대해서는 공직생활 이외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다양한 사진들을 미니홈피에 올리게 됐다”면서 “미니홈피 개편을 본격적인 대권행보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명박 몸 낮추기
이 시장은 청계천 특수를 업고 박 대표를 추월했고, 부동의 1위였던 고건 전 총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반면 이 시장에게 밀렸던 박 대표는 10ㆍ26 재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시장은 최근 임기말 치적으로 삼고자 했던 오페라하우스의 착공식을 시장 퇴임 이후인 내년 8월로 연기했다. 그가 “내 임기 중에 하려고 무리할 필요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또 자신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의 출판 기념회를 열자는 주위의 권유도 거절했다. 대신 5일 저자 사인회를 여는 것으로 갈음했다. 지지도가 오르자 몸을 낮추는 양상이다. 아울러 이 시장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자인 박 대표를 평가하면서 “아름다운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른바 ‘노가다 언어’를 구사하는 이 시장에게선 좀 체 들을 수 없었던 표현이다. 한 측근은 “그간 이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말을 순화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회창 정몽준 이인제, 그들도 돌아올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정몽준 의원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한때 용꿈을 꾸었다는 것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맞섰다가 처참하게 몰락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2002년 대선이 벌어지기 직전 노무현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어 패한 뒤 경선포기를 택했다. 정 의원은 노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룬 뒤 대선 하루 전 지지철회를 선언하는 해프닝을 연출했고, 이 전 총재는 대선에서 노 후보에게 패했다.
경선이나 단일화, 대선 모두 노 후보보다는 나머지 세 사람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던 싸움이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전 총재와 이 의원이 눈물을 흘리며 잊혀졌다면 정 의원은 희극을 연출한 뒤 사라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 노 대통령을 일컬어 “일 대 일로 맞붙는다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맞장정치의 대가”라고 명명했다.

정몽준 대권가도 본격 복귀
이들 노통삼적의 최근 행보가 주목된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정 의원이다. 신국환 의원과 함께 ‘유이’하게 무소속으로 활동하던 정 의원은 최근 신 의원이 국민중심당으로 입당하면서 사실상 혼자 남게 됐다.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무소속 의원 모임 역시 최근 해체됐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장면은 세 가지이다.
11월 3일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귀빈 소개가 한창 진행될 무렵 큰 키의 정 의원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던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직전까지 보여줬던 특유의 웃음을 과시하며 한나라당 인사들과 씩씩하게 악수를 나눴다.
11월 4일 정 의원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것도 정 의원이 먼저 청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정 의원에게 민주당 입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주말이 지나고 11월 7일, 이 날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방을 찾아가 꽤 오랜 시간 독대했다.
2002년 대선 이후 정치적 행보를 거의 하지 않던 정 의원이 이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종의 결심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 의원이 대권가도에 본격적으로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자신이 직접 대권레이스에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 하지 않겠냐는 논리이다.
정 의원측에서도 뭔가 변화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축구협회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어 정치활동을 좀더 활발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면서 “무소속이기 때문에 행보야 다른 정치인들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꿈을 갖고 있게 마련이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만나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인제 “꿈을 버릴 수 없다”
정 의원이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는 수준이라면 이인제 의원은 이미 재기를 위한 출발선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6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한결 홀가분해진 이 의원은 최근 국민중심당과 자민련의 통합과정에서 막후 조정능력을 발휘하는 등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심대평 충남지사의 국민중심당과 자민련은 통합논의를 진행하면서 자민련 의원들의 당적 문제와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구성인원의 규모와 당명 등을 놓고 서로 팽팽히 맞섰다. 양측의 견해 차이로 당분간 제 갈 길을 갈 것처럼 보였던 통합논의는 국민중심당측 정진석 의원과 이 의원이 긴밀히 협의한 끝에 11월 3일 밤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 의원은 “양측의 통합문제를 놓고 이인제 의원 등과 협의를 해왔다”면서 “이 의원과 김낙성 의원은 자민련 당적을 버리고 신당 창당에 합류하기로 했으며, 김학원 대표는 자민련이 신당에 통합 흡수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월 9일 KBS ‘열린토론’에 출연한 이 의원은 “현 정권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건을 가지고 나를 구속하고 정치적으로 매장하려 했다”면서 “이는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대통령에 대한 꿈을 아직 가지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정치하는 사람은 꿈을 버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최근 정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부쩍 잦아진 것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2년 대선 직후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던 이 전 총재가 10·26 재선거에 나선 유승민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구를 방문한 것도 그렇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때를 맞춰 이 전 총재의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은 전국을 돌며 이 전 총재 정계복귀촉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 전 총재측에서는 정계복귀 여부를 묻는 물음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은 “이 총재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정치복귀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정치복귀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의 적수로 나섰다가 쓰디쓴 패배를 맛본 채 물러났던 세 사람이 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맞아 자의든 타의든, 재기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물론 세 사람이 성공적으로 대권가도에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각각 ‘은퇴번복’ ‘경선불복’ ‘지지철회’의 치명적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기는 한다.


여론조사동향
이명박-박근혜, 고건 지지율 계속 잠식

차기 대선주자 7명의 지지도 조사결과 고건 전 총리는 주춤하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은 반등세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권 후보들은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일보가 11월 21일 보도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이하 KSOI)의 7월, 9월,10월에 걸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전 총리는 35.1%(7월)→27.9%(9월)→27.0%(10월), 이 시장은 15.1%→20.3%→21.6%, 박 대표는12.9%→15.9%→21.6%의 지지도 변화를 기록 중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7.6%→9.2%→4.9%의 지지도 변화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상반기에 계속 곤두박질치던 박 대표 지지율은 10·26 재선거 승리를 계기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비록 3위지만 2위와의 격차가 작아 2, 3위를 가르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지난해 12월 조사 때만 해도 박 대표와 여권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뒤지는 4위였으나 지난달 조사에서는 2위로 치고 올랐다.
국민일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청계천 복원 사업을 앞두고 실시한 9월 조사에서 고 전 총리와의 격차를 7.6% 포인트로 크게 좁힌 이 시장이 10월 조사에서 적은 수치지만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현 추세를 유지하거나, 역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두 사람이 상승세를 타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야권 후보 강세로 한나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반대로 야당 지지층에서 ‘고건 표’가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귀영 연구실장은 “고 전 총리의 정치적 노선과 지지기반이 분명하지 않은 게 지지도 강세를 이어가는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10% 안팎이던 정동영 장관의 지지도 급락은 개인 경쟁력보다는 정부·여당의 침체로 여권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때 8%대와 5%대에 육박했던 이해찬 총리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한나라당 내 ‘빅3’로 불리는 손학규 경기지사는 1%대의 낮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