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기증 논란
2005-12-06 글/이현지 기자
난자기증 ‘보상’ 시인 의미와 파장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결국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채취 과정에서 보상금을 지급한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그동안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해 온 황우석 교수팀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아직까지 황우석 교수의 공식적인 발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난자채취를 주도 했던 노 이사장이 난자기증에 따른 보상금을 줬다고 공식 시인한 만큼 앞으로 황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부정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황우석 교수 ‘보상급 지급’ 정말 몰랐나
노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목적이 난치병 치료의 돌파구를 여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자 채취는 의사의 책임 하에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황 교수는 전혀 모르는 사실 이었다"면서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황 교수도 지난해 네이처지와 생명윤리학회, 시민단체 등에서 난자채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황 교수는 "이 같은 윤리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노 이사장과 황 교수의 얘기를 종합하면 황 교수는 노 이사장이 보상금을 주고 난자를 채취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황 교수는 지난 11월 8일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 때도 매매된 난자가 인공수정 시술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노성일 이사장이 인정한 것과 관련,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불임시술에 그런 일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연구용 목적으로 사용된 난자는 모두 윤리적 검증을 거쳤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기자회견 말미에서 "황 교수가 처음 논문(2004년 2월)이 나올 때까지는 (보상금 지급사실을) 몰랐었다. 이후 황 교수에게 언제 알렸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 기자회견 시작 때는 황 교수와의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가 나중에는 "어제와 그제 황 교수와 만나 모든 사항을 다 얘기했다. 지금 심정이 의사를 은퇴하고 싶을 정도라는 얘기를 황 교수에게 전했다"면서 황 교수와의 만났던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결국 황 교수가 2004년 2월 사이언스지에 게재할 때부터 `보상금 지급'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황 교수 자신이 밝혀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황 교수팀 연구원 난자기증 있었나, 없었나
황 교수팀 연구원의 난자기증 여부는 이번에 불거진 윤리문제의 핵심이다. 섀튼 교수가 결별선언을 한 것도 이 때문이며 네이처지와 윤리학회 등에서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네이처 기사에 따르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학생인 K씨는 "(본인을 포함한) 연구실 여성 2명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해와 "나쁜 영어 실력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며 난자를 기증한 사실은 없다"면서 처음의 인터뷰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당시 황우석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실 직원 중 누구도 난자를 기증하지 않았다"면서 "네이처 기자가 실험실에 취재를 왔지만 연구원 중 누구도 이처럼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었다. 또 난자기증자로 지목된 연구원도 "그런 일이 없다"면서 부인해 왔다.
당시 미즈메디병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맡았던 한양대 윤현수 교수도 "불임치료용 난자가 매매됐는지 여부는 임상의사들이 담당했던 일이어서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경우는 모두 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에 출처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노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만 보면 그의 답변은 `노코멘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의사는 진료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이나 신원을 밝히는 게 금지돼 있다"면서 "의사의 윤리규정과 현행법을 어길 수 없는 만큼 그들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발표내용대로라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사안 또한 궁금증만 더욱 키운 채 황 교수의 공식 발표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엔 지장 없어야
황 교수가 소속 연구원의 난자채취를 시인함으로 윤리적 문제점이 인정되고 있지만 법적 잣대만 놓고 보면 `하자'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은 난자 매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제13조 3항은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또는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 15조 1항은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정자 또는 난자를 채취할 때는 정자 제공자, 난자 제공자, 인공수태시술 대상자 및 그 배우자(동의권자)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법이 발효된 것은 올 1월 1일이다. 지금까지 황 교수팀에 제기된 난자취득 과정의 의혹은 모두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벌어진 것들이다.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한 난자가 황 교수팀의 여성 연구원이 기증한 것이라는 외국 전문지들의 의혹도 이미 2004년 2월에 제기된 것이고, 황 교수팀 연구를 도운 모 병원장의 난자매매 연루 의혹도 지난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이사장도 이 부분에 대해 "기증자가 매일 주사 맞으러 다니고 일과를 희생한 데 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 뿐"이라며 "명시화된 생명윤리법이나 윤리규정도 없었던 당시 상황을 연구 후에 만들어진 지침으로 단죄하거나 비윤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일로 황 교수팀의 연구가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일이 법 제정 전에 이뤄진 일이고, 법 제정 이후에 문제가 없었다면 과도한 문제제기가 자칫 연구 분위기에 해를 줄 수 있다"면서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가 위축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의사윤리상 밝힐 수 없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소속 연구원의 난자기증 여부는 의사 윤리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 교수팀이 난자 기증자에게 보상금을 준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해 “(황 교수가) 모르게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황 교수팀 소속 연구원들이 난자기증에 참여 했나
의사는 진료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이나 신원을 밝히는 게 금지돼 있다. 이는 히프크라테스 선서에도 있다. 현행법에서도 환자의 신원이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밝히면 처벌을 받게 돼 있다. 나는 과학자이기에 앞서 의사다. 아무리 과학적 흥미가 있더라도 연구 대상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사로서 연구에 깊숙이 참여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밝히지 못한 것은 의사의 윤리규정과 현행법을 어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난자 기증자에게 보상금을 준 사실을 알았나, 몰랐나
난자를 채취할 때 난자를 함부로 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줄기세포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국민도 없었다. 기증자를 찾는 게 어려웠다. 연구목적이 난치병 치료의 돌파구를 여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난자 채취는 의사의 책임 하에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황 교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적정한 기증자를 찾는 것이었다. 보상금이라는 게 희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기증자가 매일 주사 맞으러 다니고 일과를 희생한 데 대한 비용을 지불한 것뿐이다. 만약 2천만 원을 줬다면 돈이 탐나서 기증했다고 할 수 있지만 150만원 정도면 그렇게 볼 수 없다.
▲최근 황 교수가 불법 매매된 난자가 연구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까지도 황 교수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나
저는 남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오늘 발표에 대해서도 몰랐다는 말인가
어제와 그제 황 교수와 만나 모든 사항을 다 얘기했다. 지금 심정이 의사를 은퇴하고 싶을 정도라는 얘기를 황 교수에게 전했다.
▲몇 명으로부터 총 몇 개의 난자를 채취했나
초기에 법률이 없고 윤리규정이 없었던 상황에서 과정상의 미숙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난자 제공자는 모두 20여명이다. 자세한 난자 숫자는 기억하지 못하겠다.
▲20여명 모두에게 보상금이 지급됐나
20명은 보상금을 지급한 기증자들이다. 이외에 순수 기증자도 더 있었다. (난자가) 연구에 사용된다는 동의서를 받은 후 그 사람에게 과정을 설명한 후 난자를 채취해서 황 교수팀에게 넘겼다. 순수기증자와 보상금을 받은 사람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기증자들은 모두 자발적 이었나
기증자에게도 남모르는 아픈 사연이 있을 수 있다. 이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의사로서 기증자의 아픈 마음을 헤집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의 신상이나 이력에 대해서는 물을 수도 없었다. 정중하게 대하는 게 최선이었다. 기증자 가운데 섭섭하게 느낀 사람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한다.
▲2004년 연구에 사용된 난자는 모두 미즈메디병원에서 채취 됐나
대부분이 미즈메디병원에서 채취됐다. 하지만 황 교수가 여러 곳에 부탁했었기 때문에 모두 우리가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황 교수가 100% 대가가 없는 환자를 소개한 적도 있다.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를 어떻게 통과 했나
IRB는 조금 미진한 부분이 있다. 우리가 아직 완전히 성숙한 연구규정을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황 교수가 한양대 IRB를 거쳤다고 해서 통과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차상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지만, 과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의 보도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허위보도가 너무 많다. 현재 언론의 취재는 `당신 배꼽 옆에 빨간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인해주지 않으면 빨간점이 있는 것으로 알겠다'는 것과 같다.
▲황 교수에 대해 말한다면
황 교수가 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도 있다. 그분은 수의사, 나는 의사다. 입장이 다르다. 우리는 하나하나 연구과제마다 신중함과 인권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밖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황 교수나 나나 마음을 비웠다. 인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꿈은 성취됐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보시기에 부끄러운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