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지에서 가장 교회다운 교회를 꿈꾼다
예루살렘 유대교회, 성지와 한국교회를 잇는 전도사
성지순례는 순례자 자신이 신의 은총을 구하기 위해 종교의 발상지나 거룩한 곳 본산(本山)을 찾아가는 영성의 길이다. 하지만 성지순례가 많아지고 일정이 상업화 되면서 참다운 순례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루살렘의 유대교회는 성지를 찾는 한인들에게 성지에서만이 가질 수 있는 예배, 성지에서만이 할 수 있는 기도, 성지에서만이 할 수 있는 순례를 제시한다.
그 예로 유대교회는 예루살렘-벧엘-실로-세겜-사마리아, 예루살렘-베들레헴-헤브론, 예루살렘-베다니-여리고로 연결되는 주요 성지를 직접 답사하고 보다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정보를 나눈다. 이들 지역들은 일반 순례자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거의 방문하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성지라고 말한다.
“이젠 성지도 나눔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돈만 있으며 차 렌트하고 현지 가이드를 대동해 다닐 수 있지만 너무 비싸죠”라고 말하는 이강근 목사는 “저렴한 숙소를 잡고 천천히 성지를 걸으며 느낄 수 있는 서민적인 성지의 나눔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전한다. 그는 관광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해주는 말만 들으며 차창 밖을 보는 순례에서 현장으로 나와 보자고 권한다.
성지를 찾아다니면서 드리는 예배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이스라엘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여러 이유로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한인들을 돕는다. 유대교회 교인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이강근 목사가 한인회장으로 있으면서 한인사회의 주요 어려움들을 기도제목으로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물론 같은 한국인이니까 돕는 것도 있습니다. 먼 성지까지 찾아온 이들이 언어와 정보에 어려움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들이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기도합니다”라는 이강근 목사. 유대인들이 유대인을 우선적으로 돕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을 돕는 것이다.
유대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예배와 기도’다. 예루살렘 감람산에서 토요일 하루 종일 예배하고 기도한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예배와 찬양을 하고, 예배를 마치면 감람산 정상의 세븐아치호텔의 한 세미나실로 이동한다. 예루살렘 최고의 전망대다. 이곳은 원래 요르단국왕이 예루살렘을 찾으면 묵는 거실로 하나님께서 한인기도처로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지의 평화, 한국교회, 북한, 세계열방을 놓고 중보기도한다.
유대교회는 광야에서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를 하기도 하고 예루살렘, 세겜, 헤브론, 갈릴리 등 주요 장소에서도 예배는 이루어진다. 특히 유대교회가 매주 예배를 드리는 감람산 승천교회는 성지로 평상시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전문 공연도 열릴 수 있는 교회이기에 한국교회에 예배의 장도 연결한다. 미국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폴 김 박사의 피아노 연주, 국악선교단체인 마라나타 국악공연, 송정미찬양집회 등이 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우순택 여사가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예루살렘에 있는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이 한국교회의 판박이입니다. 그러나 성지니까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지에 와서 성지의 현장을 활용한 예배말입니”라고 말하는 이강근 목사는 “예수님은 건물 안보다는 유대 땅 이곳저곳에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약성경의 복음서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예배하지 않은 성지의 곳곳에서 예배합니다”라는 말로 유대교회를 설명했다.
이스라엘 알리미, 유대교회 이강근 담임목사
이강근 목사는 목사로서뿐 아니라 한국에 이스라엘을 알리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학 2학년 때인 1989년 여름, 성지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방학 때마다 성지를 찾아 나선 그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시절인 1993년 1월,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1995년에는 국비장학생으로 뽑혀 다시 한 번 1년간의 유학기회가 주어진 그는 1999년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이스라엘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박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성지사진가로 카메라를 메고 성지 곳곳을 누볐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성지 사진전시회도 열고 화보집을 여러 권 출간했습니다. 각종 매체와 언론에도 왕성한 기고활동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한 이강근 목사는 2000년 이후에는 히브리대 정치학과에서 ‘종교와 정치’라는 주제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2007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히브리대를 졸업한 이강근 목사는 이후 히브리대 투루만연구소에서 2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거친 뒤 현재 동대학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며 유대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정치학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교회관련 일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스라엘 인사들을 만난다. 2007년에는 한글판으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정치사’를 펴냈고, 이후에는 이스라엘을 알고자 하는 한국의 주요 인사들도 만났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학자, 정치인, 문화인 등 양국 주요 인사들의 다리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2010년 6월에는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시몬페레스 대통령의 방문에 동행한 것이다. 당시 대통령방문단으로 함께 한국을 찾은 이스라엘 주요 기업인 60여 명에게 틈틈이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에후드 올메르트 前 총리의 방한에도 동행했다. 그의 정치적인 일정 외에 국가조찬기도회와 명성교회 수요예배 참석 및 한국 차세대 벤처 협의회의 젊은 벤처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양국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이강근 목사는 매년 이스라엘 대학생과 팔레스타인 대학생 10명씩 총 20명을 한국에 데려 왔다. 분쟁의 땅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평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일이다. 이 땅에서는 서로 만날 수 없는 미래의 양측 젊은이들을 한국에서 서로 알게 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이 ‘친구 만들어 주기’ 운동으로 지난 2009년 제4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