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마신다는 것은 역사를 음미하는 것

십자군 전쟁 참여했던 가톨릭 수사들에 의해 유럽에 전파

2012-04-06     김득훈 부장

12년, 17년, 21년, 30년의 역사를 마시는 일. 과연 가능할까. 걱정하지 말라. 오랜 세월만큼의 묵직함과 깊고 진한 스코틀랜드의 풍미를 지닌 위스키를 마시는 행위는 역사를 마시는 것과 같다. 맥아 및 기타 곡류를 발효시킨 1차주를 다시 증류해서 만든 위스키. 증류한 후에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키기 때문에 역사와 풍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위스키의 역사는 동방의 증류기술이 중세 십자군 전쟁을 통해 서양에 전래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후에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전파되었다. 많은 연금술사들의 노력에 의해 생명의 물이 발견되엇고,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가톨릭 수사들에 의해 그 비법이 유럽에 전해져 증류주를 만들게 되었다.

위스키 밀조에서 제조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1707년 스코틀랜드를 합병시킨 영국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위스키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래서 제조자들은 스코틀랜드 북부지방의 산속에 숨어 달빛 아래서 몰래 위스키를 밀조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밀주 생산업자들을 문 샤이너, 그리고 밀주를 문 샤인(Moon Shine)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1831년에 세계 최초로 제조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등장했다. 조지 스미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면허를 취득할 당시만 해도 스페이스강 상류 계곡의 글렌리벳이 밀조의 중심지로 200여개 가량의 무면허 증류소가 있었지만 1831년에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네스 코페이가 ‘코페이식 연속 증류기’를 완성해 특허를 취득하게 된 것이다. 이 지역은 오늘날에도 좋은 위스키 생산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위스키는 폭동도 겪었다. 1792년과 1794년에 미국에서 주조세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1791년 미국 초대내각 재무장관인 A.해밀턴은 재정과 중앙 행정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소비세를 신설했고, 위스키 1갤런에 대해 25센트를 과세했다. 이것은 위스키 양조가 유일한 수입원인 펜실베이니아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되어 정세관리에 대한 위협, 습격 등 폭동이 발생한 것이었다. 해밀턴은 중앙정부 위신을 세운다는 견지에서 많은 군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이를 진압했다. 이것이 바로 ‘위스키 폭동’이다.

우연히 얻게 된 위스키의 브라운색

15세기의 위스키는 무색투명했다. 지금의 위스키 색깔을 가지게 된 것은 18세기 말부터다. 스코틀랜드 양조업자들이 잉글랜드의 가혹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오크통에 위스키를 넣어 산속에 보관하다가 우연히 옅은 브라운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한 것. 그런데 색이 변했을 뿐 아니라 맛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훨씬 부드럽고 풍미가 좋아진 것을 알게 된 양조업자들은 그 후 오크통에 넣어두는 것을 단순히 저장의 차원을 넘어 숙성 과정이라고 여기게 됐다. 이렇듯 초창기 위스키는 증류액에 불과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의 향과 맛을 얻게 되었다.

위스키를 만드는데 있어 꼭 필요한 성분이 바로 피트(Peat)다.
위스키는 피트로 훈연을 하기 때문에 특유의 스모키한 향이 난다. 이 피트는 헤더라는 관목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탕화된 토탄의 일종으로, 이것을 사용해 맥아를 훈연하기 때문에 그윽한 위스키의 향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된다. 주로 스코틀랜드 지방의 땅에 자연적으로 널려있고 스코틀랜드 북부 아일레이 섬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이탄의 향이 가장 강하고 자극적인 위스키로 유명하다.

쉐리오크통에서 만들어지는 깊은 향

위스키의 향을 만드는 또 하나는 쉐리오크통이다. 스코틀랜드 왕국의 정신을 이어가는 깔끔한 위스키 ‘킹덤’은 에드링턴 그룹만의 독특한 기법인 후숙성 공법을 적용해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 이때 특별한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시켜 그 향이 더욱 짙고 다채롭다. 킹덤은 일반 오크통이 아닌 쉐리와인을 담았던 ‘쉐리오크통(Sherry Oak Cask)’을 사용해 와인의 향이 위스키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달콤한 과일 향이 나게 된다.

킹덤의 맛을 최고치로 이끌어내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다시 숙성시키는 메링(Marring) 과정, 즉 후숙성은 그 과정을 통해 원액의 모든 성분을 자연스럽게 블렌딩, 한층 더 부드럽고 성숙한 맛을 완성시킨다.
위스키는 원료에 의한 분류로 몰트 위스키, 그래인 위스키, 블랜디드 위스키로 나뉜다. 몰트 위스키는 피트 탄 냄새가 나는 대맥맥아만을 원료로 해 단식 증류기에 두 차례 증류 후 오크배럴에 장시간 숙성시킨다. 그래인 위스키는 옥수수 80%와 대맥맥아 20%를 섞어 연속식 증류기로 제조한 위스키며, 블랜디드 위스키는 말 그대로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한 위스키다.
생산지에 따라 나뉘기도 한다.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지고, 아이리시 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다. 이 두 위스키의 주원료는 보리다. 아메리칸 위스키의 주산지는 버번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위스키다. 캐네디안 위스키는 밀, 옥수수, 호밀을 주원료로 해 캐나다 온더리오호 주변에서 주로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