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건설시장의 현지화 개척, 새로운 한류 열풍
‘신뢰와 현지화’로 해외건설시장 개척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과거의 해외건설사업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기업들의 해외건설 진출 역사에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중동지역 전문건설업체인 봉경건설(주) 주봉노 사장(54)의 말이다. 주 사장은 지난 29년간 중동 현지에서 건설관련 업무에만 집념과 의지를 갖고 매달려온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글로벌 건설사업 분야의 개척자형 리더이다.
“최근의 이러한 중동 건설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능동적으로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 건설기업들에게는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주 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을 사우디 건설시장에서 보내며 현지화에 성공한 건설기업인으로서의 경륜과 노련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현지건설 경영전략의 핵심은 ‘신뢰와 현지화’
주 사장은 1982년 서울산업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사우디아라비아 공사현장에 근무하면서 중동지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어 1991년 MZ이스테블리시먼트 사의 GM으로 활동한 경험과 노하우, 현지 인맥관계 등을 바탕으로 2003년 봉경건설을 설립하면서 사우디 건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남들이 어렵다고 보따리 싸서 다 떠나갈 때, 저는 위기가 기회라고 판단했었습니다. 저는 그 동안 축적해온 신용을 바탕으로 사업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뛰면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런 점들이 발주처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신규 공사를 추가 수주하는 기회로 연결되더군요.” 중동지역 전문가답게 주 사장이 역설하는 현지건설 경영전략의 핵심은 ‘신뢰와 현지화’였다.
과거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해외진출전략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해 왔던 것 중에 하나가 현지화(Localization)였지만, 실질적 의미에서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 더욱이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크고 작은 공사들을 수행했지만 전부 국제입찰(International Tender)로 수주하여 공사를 한 것들이다. 현지입찰(Local Tender) 방식으로 정부공사 수주에 성공한 것은 현재까지 봉경건설이 유일하며 특히 주목할 것은 봉경건설이 사우디 현지 1군 건설면허를 취득한 유일한 건설업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봉경건설은 사우디에서 현지화 성공사례로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사우디 전 지역에서 건축, 토목 등 다양한 사업 수행
봉경건설은 사업초기 사우디 통신회사인 STC가 발주한 맨홀공사를 성공적으로 깔끔히 마무리하면서 당시 국내 건설업체 중 최초로 1998년 STC 협력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년 간 1,900~2,500만 달러의 수주한도(Budget)를 확보하고 또한 한국과 사우디 무역수출연결, 공사수주 연결로 주 사장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제34회 상공의 날’에 대통령으로부터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지난 2009년에는 사우디 제1의 상업 항구도시인 제다(Jeddah)에 건설되는 신공항건설공사 관련 범법자 추방시설 공사를 5,8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어 제다 소재의 킹 압둘 아지즈 대학교(King Abdul Aziz University) 과학관 건물(Science Building) 신축공사도 8,900만 달러에 연속 수주하는 큰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봉경건설은 현지법인 본부가 있는 제다는 물론, 사우디 동부지역의 쥬베일(Jubail)과 서남부 지역의 아브하(Abha) 등 사우디 전 지역에서 건축, 토목 등의 다양한 사업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해외경험과 현지 문화 및 사업 관례 등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건설사가 의욕만으로 중동지역에 진출할 경우 실패할 위험이 아주 큽니다. 특히 해외 현지에서 무성하게 회자되는 여러 사업정보들의 경우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검증하고 어떻게 사업을 조직화하여 추진하느냐가 성공의 주요 관건입니다”라고 주 사장은 힘주어 강조한다. 따라서 주 사장에 의하면 현지 진출을 계획하는 국내 건설사의 경우 현지에서 이미 성공을 체험하고 신뢰를 축적한 국내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win-win의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 이라고 조언한다. 즉, 대기업의 풍부한 자원(인재/자금)과 봉경건설의 현지화 노하우(Know-how)를 시너지(synergy)화 한다면 두려울 게 무어 있겠느냐는 것이다.
‘Vision 2020’, 국내 건설시장의 진출도 계획
사우디 현지 1군 건설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봉경건설은 현재 20억 달러 규모의 여러 신규 공사 수주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에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힌 주 사장은 “사우디 현지 사정에 익숙하고, 관련 정보와 인적네트워크도 풍부해 금년에 추가 수주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 동안 봉경건설의 사업 활동 내용과 실적이 우리 국내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거액의 계약 체결 성공을 목전에 두고도 선수금보증 및 이행보증 등과 같이 계약 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될 각종 보증(Bond) 확보에 중소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있어 늘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한다. 해외공사 수주의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화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호소를 담고 있는 말이다.국내 대기업들은 인재와 보증재원(bond facility)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자원 확보가 만만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니냐고 주 사장은 반문한다. 따라서 봉경건설은 이러한 제약요인을 극복하고자 한번 인연을 맺은 발주처들로 하여금 ‘계속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수십 년간 사우디에서 쌓아온 경험과 신용을 바탕으로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봉경건설이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아람코(Aramco), 유화 원료 및 제품 생산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사빅(SABIC), 우리나라의 ‘한국전력공사’에 해당하는 사우디 전력청(SCECO) 등에 현지건설 업체로 등록되어 있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노력의 결실이라고 하겠다.
주 사장은 “봉경건설이 지금까지 사우디 현지 건설시장에 뿌리를 내리는데 나름대로의 결실을 거두었다고 자부하지만, 인재나 기술, 자금 등의 경영자원 면에서는 국내의 유수한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봉경건설도 ‘Vision 2020’이라는 중장기적인 기업 경영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경영과제들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다. 해외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국내 건설시장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으며, 사업지역의 다변화, 사업 분야의 다각화도 전략 중에 하나라고 한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주 사장의 확신에 찬 면모에서 봉경건설의 더 큰 미래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