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사찰파문 파장 놓고 고심
보수층 결집 효과 조심스럽게 기대
KBS새노조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개입의혹을 폭로하면서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 사건이 4.11총선판세에 미칠 파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핵안보 정상회담에 힘입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반등한 상황에서, 상승세를 살리지 못한데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넷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2.4%p 상승한 39.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2.8% 포인트 하락한 30.5%에 그쳤다. 이러던 것이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주 후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이 정권심판의 성격을 띠는 양상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이루면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추월할 기세다.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응도 새누리당에겐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1일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은 불법사찰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발언은 즉각 여론의 반발을 초래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전 정권을 이용한 물타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KBS새노조와 조선, 중앙, 동아를 제외한 다수의 매체들이 확인한 결과, 사찰관련 문건 2,619건 가운데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문건은 2,356건으로 이는 모두 경찰의 통상적인 보고 문건이었다. 반면 86건이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이고 이것들은 모두가 이명박 정부에서 만든 것임이 드러났다.
박 위원장의 발언은 즉각 야권의 결집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장의 강력한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후보, 한명숙 민주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비롯 최재천 후보, 신기남 의원 등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박 위원장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문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찰문건속의 참여정부시기 기록이 조사심의관실 자료가 아니라 당시 김경찰관이 근무했던 경찰청의 자료이고,내용도 불법사찰이 아닌 것이 확인됐다"면서 "참여정부 조사심의관실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한 최금락 홍보수석과 박근혜 위원장의사과를 요구한다"며 이례적으로 청와대와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 파문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한미FTA, 제주 강정 해군기지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해 전정권에서 시작된 과업임을 부각시키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하는 한편, 보수층 유권자의 결집을 유도해왔다. 이번 민간인 사찰 파문 역시 보수층 결집효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2일 이명박 정부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불법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치는 불법사찰 파문에 대해 정면돌파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포석이 불법사찰 파문으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에는 다소 벅차 보인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