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VS ‘무능야권심판론’ 어느 쪽이 승리할까

“심판을 행하는 당사자는 이를 외치는 정치인이 아닌 이 땅의 민초다”

2012-04-02     김길수 편집국장

3월23일 후보등록 마감을 시작으로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본선이 시작됐다. 예선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예년과는 달리 예비후보 등록시점부터 과열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천혁명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못했다. 공천을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 탓에 감동은커녕 큰 실망만 안게 됐다.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주목됐던 야권연대 역시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일찌감치 야권연대 협상을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 지역구별 경선과정에서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급기야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진보통합당의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 역시 경선과정에서 촉발된 일이다. 이 대표 측 캠프의 보좌관이 유권자들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경선조작 의혹으로 비화된 것이었다.
여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 비대위 역시 공천혁신을 약속한 바 있다. 10여 차례에 걸쳐 발표된 공천자 명단에서 현역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 낙천한 친이계 인사 다수가 극렬히 반발했다. 탈당을 결행한 인사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비박(非朴)인사로 알려진 전여옥 의원은 공천결과에 불복해 탈당한 후 신생 정당인 국민생각으로 당적을 옮겨 대변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나마 낙천한 김무성 의원이 공천결과에 승복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 것이 전부다.
이렇듯 4.11 총선의 초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한 수레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야 모두 감동을 주지 못한 탓이 크다. 뉴스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거의 모든 뉴스는 예비후보의 비리나 경선과정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이다. 도무지 볼 만한 뉴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전선(戰線)이 명확하게 그어지지 않은 것도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야 모두 심판론을 앞세워 선거 초반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태세다. 야권은 정권을 심판하겠다 하고, 여권은 야권의 무능을 심판하겠단다.

서로가 서로를 심판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니 정책이 보일리 없다. 상대진영이 잘못한 것만 찾아내겠다고 혈안이 된 꼴이다. 지난해 10.26 재보선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한 ‘복지국가’ 아젠다 역시 여야의 변별력을 크게 떨어뜨려 놓았다. 두 진영 모두 비슷비슷한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구호만 봐서는 정당을 구분조차 할 수 없다.
시사잡지사를 운영하는 발행인이자, 편집국장의 입장에서 봐도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선거다. 유권자들 역시 비슷한 혼란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는 꼴이 됐다. 이렇게 본선이 치러진다면 선거 때마다 염원했던 ‘정책선거’의 뒤꽁무니나 따라갈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 그저 공성전을 치르는 것 마냥 깃발 빼앗기식 선거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막 본선의 막이 올랐다는 것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심판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예선 과정에서 숱하게 들은 ‘정권심판’, ‘야당심판’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는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번 선거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 ‘심판’을 행하는 당사자는 해당 정당이나, 그에 소속된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이는 이 땅을 살아가는 힘없는 민초들이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적 힘이다. 그 준엄한 민심이 누구를 어떻게 심판해낼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이는 이번 선거의 유일한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