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논평] 오해의 늪에 빠진 與野, 정신 차려라

선거는 정치인과 민심의 민낯을 볼 수 있는 민주주의의 정점

2012-03-27     정대근 주간 시사매거진 편집장

선거는 정치인과 이를 선택하는 민심의 민낯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민주주의의 정점이다.

정치인 혹은 정치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민심의 반응과 향방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다. 선거 기간 시시각각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후보자의 말 한마디와 행동거지 하나에 지지율은 춤을 추기 마련이다. 평소에는 다소 고압적인 자세와 목소리를 가진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유독 선거기간에 허리를 자주 숙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민들 역시 정치의 대상자나 수혜자가 아닌 선택자로서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간이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피는 한편 소속 정당이 내놓은 정책을 꼼꼼히 살펴 향후 4년 동안 유권자 자신의 권리와 정치적 운명 전반을 위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는 아무리 닳고 닳은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눈앞의 승부 때문에 진실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 정치판에 온갖 이합집산과 저급한 술수가 난무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선거기간에는 해당 정당과 후보의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권자 역시 마찬가지여서 보다 예민하고 예리한 눈으로 정치판을 지켜보게 된다. 유독 선거기간에 각종 비리와 거짓말이 파헤쳐지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진실되고 예민해져 있어야 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각자의 논리와 오해에 빠져 민심의 민낯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맹공을 펼치고 있는 야당들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회복시킬 대안은 자신들밖에 없다고 단정 짓고 있다.

이런 야권을 바라보는 민심의 눈빛은 싸늘하다. 최근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정당지지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초 새누리당을 크게 앞지르며 1위를 달리던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불과 50여 일만에 2위로 추락했으며, 기존의 격차를 그대로 복원시켜 놓았다. 이는 앞서 민주통합당 스스로 호언장담했던 공천혁명, 인적쇄신, 정책선거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수세에서 몰린 여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 정부를 배출해낸 집권여당의 처지를 애써 외면하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통렬한 자기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자신들의 정당에 아직 소속되어 있는 대통령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이는 참으로 쓴 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의 논리대로라면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 단독으로 국정운영을 했던 셈이다. 당정청의 소통통로는 전혀 없었으며,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야 할 것 없이 저마다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지금까지 국회를 중심으로 행해왔던 ‘그들만의 잔치’로 이번 선거를 치를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