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럭비공 행보, 사퇴로 막 내려

네거티브 전략으로 잡음 일으키다 의원직 하차

2012-03-16     지유석 기자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이슈메이커다. 강 의원이 처음으로 구설수에 오른 시점은 지난 2010년 7월이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그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는 한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퍼졌고, 급기야 소속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그를 제명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지난 해 11월 항소심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성이 있는 경멸적 표현을 했다”며 강 의원에게 모욕 및 무고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위기 뚫고 기사회생

성희롱 발언으로 최대 정치위기를 맞았던 강용석 의원은 1년 만에 기사회생했다. 2011년 8월31일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제명안이 찬성 111표, 반대 134표, 기권 6표, 무효 8표로 부결됐던 것에 적극 나선 것이 주효했다.
당시 김 전 의장은 강 의원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해가면서 제명부결을 호소했다. 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인척관계(사돈)란 점도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까스로 정치생명을 유지한 강용석 의원은 고소고발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대상은 개그맨 최효종이었다. 강 의원은 최효종이 KBS2TV ‘개그콘서트’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모욕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최효종은 해당 프로그램의 ‘사마귀유치원’ 코너에서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는 대사로 국회의원을 희화화했다. 그런데 강 의원은 바로 이 대목이 국회의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문제 삼고 나섰던 것이다.
강용석 의원의 다음 타겟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최효종을 고소한 시점은 2011년 11월17일이었다. 강 의원은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12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미경 서울대 의학과 교수 부부를 주민등록법 제37조 제3호 위반 혐의(위장전입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형사 고발했다. 그는 고발장을 통해 “안철수 부부는 지난 2011년 9월5일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맨션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모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저격수 자처한 강용석

강 의원의 의혹제기는 형사고발이 이뤄지기 전부터 시작된 바 있다. 11월30일 서울대학교가 안철수 원장과 부인 김미경 교수를 정교수로 임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12월2일에는 김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서울대로 이직하면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가 안철수 원장의 저격수로 나선 때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한 즈음이었다.
보궐선거를 5일 앞둔 10월21일 강 의원은 안철수연구소가 안 원장에게 2004년 11억 4,614만 원, 2005년과 2006년 14억 8,800만 원, 2007년 18억 6,000만 원,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4억 8,800만 원씩 현금으로 배당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안 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지분 1,001만주 중 37.15%(327만주)를 갖고 있으며 이 같은 배당금 규모는 안철수연구소의 총 당기순이익 921억 7,900만 원의 11.3%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는 안 교수가 상근도 하지 않는 회사에서 고액의 배당금을 챙기면서 사회를 위해 얼마나 기부하고 봉사했는지 의문”이라고 안 원장을 비난했다.
강 의원의 공세는 보궐선거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8일 국회 지식경제위는 안철수연구소에 배정된 정부 출연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강 의원이 이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예산은 안철수연구소 주축의 콘소시엄인 ‘모바일 악성프로그램 탐지 및 방어 솔루션 개발사업’에 배정된 14억 규모의 정부 출연금이었다.

당시 강 의원은 “안철수연구소의 기술력이 충분치 않고 연도별 예산집행률도 저조하다”며 삭감을 촉구했고, 지경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다음 날인 9일 번복됐다. 민주당이 안 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면서 예정에도 없던 전체회의가 다시 소집됐었던 것이다.
이를 요구한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마치 특정한 인물을 탄압하는 것처럼 비치는 모습은 국민에게 공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지경위의 재논의를 통해서라도 예산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지경위 위원장도 “지경위가 특정 회사, 특정인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비쳐 오해를 사면 안 된다”며 전체회의 재논의를 선언했고, 전날 14억 원을 삭감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했다. 강 의원으로선 체면을 단단히 구긴 일이었다.

고도로 전략적인 포석

표면적으로 볼 때, 강 의원의 고소고발 행보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행보는 치밀한 계산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최효종 고소건의 경우, 강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법 적용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최효종을 고소해서 집단모욕죄라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풀이하면 자신의 ‘다줘야’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면, 최효종의 발언 역시 전체 정치인을 싸잡아 매도한 모욕임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이야기다.
강 의원이 안철수 원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강 의원은 지난 해 11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초-중-고교 교과서 11종에 안 원장이 언급돼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정치 입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안 교수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결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교과서에 수록된 안 교수 관련 내용들은 검정위원회의 수시 검정에 의해 잠정적으로 삭제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즉 안 원장이 정치인이고 현재 유력 대권후보 물망에 올라 있어 그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강용석 의원의 행보는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안 원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나가고 있음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으로 사정권을 넓혀나갔다. 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시장과 곽 교육감의 아들들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면서 이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강 의원의 칼끝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는 1월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BBK 핵심 중의 핵심”이라면서 “내가 사돈에 팔촌까지 다 아는데 한나라당이 이곳(마포을)에 후보를 내면 이민 갈 각오로 BBK 등 모든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명박, 이상득, 박근혜에 대해서는 코어(핵심)의 코어까지 다 안다. 위키리크스 정도가 아니다”고 큰소리쳤다.

그의 폭탄발언이 한 일간지를 통해 전해지자 파문은 적지 않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듯 강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양한 얘기가 오갔고, 모든 대화는 비공개를 전제로 나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오갔던 얘기와 트위터, 해당기자의 희망사항이 섞인 기사가 나갔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어 “BBK와 관련해서는 박근혜나 정봉주나 말한 내용에 큰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일방적인 얘기만 나눴을 뿐”이라며 “BBK는 아무런 의혹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의 칼끝, 여권이라고 예외 없어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강 의원은 또 한 번 구설수에 휘말린다. 타겟은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경원은 출마하고 싶으면 미국 보낸 아들을 도로 데려와서 중구에 있는 중학교 집어넣어 왕따도 당하고 일진한테 맞기도 하고 학교가서 눈물도 흘려야 1억 원 피부과로 서울시장 넘겨준 죄값을 치를 것”이라며 나 전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강 의원의 글은 나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올라온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컸다.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급기야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에게로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도 역시 트위터가 진원지였다. 강 의원은 2월5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부모 잘 만나는 것”이라며 “정치 **게 해봐야 부모 잘 만난 박그네 못조차가”하는 글을 올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꼬았다. 강 의원은 또 “나는 홍준표가 **게 불쌍해. 나보다 더몬난 부모만나 세상 치열하게 살면 머해. 박그네가 잡으니까 공천 못받을거 가타”하며 홍 전 대표를 적나라하게 비방했다.

강 의원의 트윗글은 또 한 번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해당 글을 캡쳐해 퍼 날랐으며, 일부 매체는 이를 기사화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강용석 의원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강 의원의 트윗글은 맞춤법이 엉망인데다, 욕설이 여과 없이 적혀 있어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술에 취해 올린 글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곧 사실임이 드러났다.
강 의원은 파문이 커지자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쓴 것이 맞고, 취중에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지나친 표현들에 대해 조심스럽지 못했던 것을 인정하며 가능하면 이런 논란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파문에도 불구하고 강용석 의원의 행보는 가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가 된 취중 트윗글에 대해 해명은 했지만, 내용은 모두 진심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나약하고 무기력한 보수 세력과 내부분열 속에서 자기 희생만 강요하는 새누리당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답답하고 화가 났다”면서 “소박맞은 며느리로서 시댁의 기둥뿌리가 흔들리고 지붕이 내려앉는 상황을 밖에서나마 바라보면서 한 마디 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발언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새누리유치원 교사모집. 조건 전과 없고 농담 안하고 돈 안 먹고 담배 안 피고 트위터 잘하는(페북도 환영) 용모단정한 남녀”란 글을 올려 새누리당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강 의원은 파문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전에 자신의 ‘주적’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원장에게 화살을 돌린다. 강 의원은 2월6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자신의 팬클럽 회원 9명과 함께 곽노현 교육감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박원순 아들 박주신, 어제 사랑의교회 나와 의자 나르고 3층계단 뛰어 내려가는 동영상 확보. 오늘 오후 4시 Jtbc 뉴스 강용석 출연해서 동영상 최초 공개합니다”고 호언하는 한편, 해당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1주일 뒤인 2월14일 그는 내부고발자로부터 입수했다며 박주신 씨가 병무청에 제출했다는 MRI를 공개하고 체형 등으로 미뤄 박 씨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날인 2월13일 강 의원은 안 원장이 지난 2000년 10월 12일 장외가 3만~5만 원인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주당 1,710원에 인수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특경가법 배임)가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 서부지검에 제출했다.
강 의원은 서부지검에서 “안 교수가 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주식 186만주는 거래 당시 1/25의 가격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주식 저가인수를 통해 안 교수는 최소 400억 원에서 최대 700억 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궁극적인 정치생명은 유권자 손에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하던 강용석 의원은 결국 2월22일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날 이뤄진 MRI 판독결과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판독결과가 나오기 이틀 전인 20일 강 의원은 “공개 신검에서 4급이 나오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판독결과 그의 의혹제기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그는 치명타를 입었다. 
강용석 의원의 좌충우돌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와 조소 일색이다. 문제는 그가 보여준 모든 행동이 민의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강 의원은 취중트윗 파문 직후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아들들에 대한 병역의혹 보도자료를 뿌렸지만 기사화도 안 되고 여론형성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해서”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에 대해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명분은 공익 말고는 뚜렷하지 않다.

의원으로서 의제를 선정해 민의를 수렴하는 일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다. 하지만 의제가 의도대로 공론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홧김에 술을 마시고 막말을 동원해 화풀이하는 행위는 분명 적절치 않은 일이다.
또 공익이라는 명분이 수단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강 의원이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박주선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자료가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하는 한편, 박 씨의 여자친구의 실명을 거론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공익을 위한 감시활동이라 할지라도 분명 넘어선 안 되는 선이 있음에도 그는 이를 어겼다.

정치인들 사이엔 ‘자신의 부고 빼곤 모두 좋은 뉴스’라는 속설이 팽배해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론에 노출되면 정치인에게는 플러스요인이라는 뜻이다.
그는 일단 의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총선이 불과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의원직 사퇴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의 의원직 사퇴 발표 직후 박원순 시장은 그를 용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유권자의 심판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의 궁극적인 정치생명은 유권자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