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끊임없는 도전, 의지로 일군 화학업계 선두
성공을 만들어내는 ‘페어분트’ 공식으로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완벽한 이행
업계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면서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에만 신경 쓰다보면 그 외의 것들에 냉혹해지거나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세계 1위의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50여 년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업계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내·외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기업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바스프는 1865년 프리드리히 엥겔호른(Friedrich Engelhorn)이 독일 만하임에 세운 주식회사 바디셰 아닐린 & 소다-파브릭(Badische Anilin & Soda-Fabrik)에서 출발했다.
당시 조명가스 회사 사장이었던 프리드리히 엥겔호른은 회사의 부산물이던 콜타르로 염료를 생산했다. 그러다가 세 명의 동료와 바스프의 모태가 되는 회사를 세우게 된 것. 이 회사는 붉은색의 알리자린 염료를 합성하는데 성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됐으며, 콜타르 염료인 메틸렌 블루는 독일에서 최초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청바지에 쓰이는 염료를 개발하는 등 염료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급속한 성장세를 탄 회사는 세계 최대의 화학업체로 부상하면서 1913년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합성 공장을 운영해 질소 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50∼60년대에는 플라스틱 부문이 큰 성장을 이뤘다. 특히 1951년 개발한 발포폴리스티렌 제품 ‘스티로폴(Styropol)’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바스프의 명성을 쌓아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
과거와 미래의 틀을 짜는 페어분트
1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바스프는 ‘페어분트(Verbund)’라는 독특한 네트워크 전략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바스프 본사가 자리한 루드빅스하펜 공장은 7.1㎢이 넘는 총면적에 2,000㎞ 이상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으로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유럽 제2의 공장은 더욱 진보된 개념의 페어분트 전형으로 중국 난징공장에 그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페어분트는 오늘날 바스프 기업 철학의 핵심부분을 이루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 운영되는 노하우 페어분트 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의 고객, 전략적 파트너, 지역사회와의 페어분트를 통해 다양한 활동의 기틀을 마련한다. 바스프의 최고집행이사회 의장인 위르겐 F. 슈투루베 박사는 “우리 회사가 보유한 강점의 하나가 페어분트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스프의 페어분트는 매우 독특하다. 이는 바스프의 성공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공식처럼 미국, 유럽,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완벽한 이행을 계속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페어분트는 1865년 프리드리히 엥겔호른이 바스프를 설립하는 동시에 시작됐다. 그는 염료 연구와 생산을 한 곳으로 통합하고 싶어 했다. 이렇게 되면 각 생산 설비는 다른 공장과 연결되어 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과 남은 원자재가 다음 공정의 원자재로 사용된다. 이러한 페어분트 덕분에 독일 루드빅스하펜에 세워진 최초의 공장은 오늘날 세계 최대의 화학제품 생산 단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바스프의 350여 개의 공장은 최소한 한 개 품목이나 공정 단계로 다른 공장과 모두 연결된다. 이러한 통합 생산단지는 네트워크는 경제적일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한 단계 발전된 기업전략 ‘We create chemistry’
바스프는 2007년에 독일의 경제잡지인 매니저 매거진(Manager Magazin)과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딜로이트(Deloitte), 컨설팅업체인 키르히호프 컨설트(Kirchhoff Consult)가 공동 선정한 ‘좋은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익성과 효과적 경영을 갖춘 기업 중에서 일관된 인사관리정책과 환경 및 사회에 관한 미래지향적 의지를 성공적으로 접목한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 이 순위에서 바스프는 유럽에서 CSR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바스프는 2000년대 초반부터는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화학기업 1위’에 꼬박꼬박 꼽히고 있다. 이 밖에도 다보스에서 발표한 글로벌 100대 기업에도 2년 연속 포함되는 등 바스프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변함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29일 쿠르트 복 회장과 마틴 브루더뮐러 부회장, 한스 울리히 엥겔 CFO는 새로운 기업전략인 ‘We create chemistry’를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쿠르트 복 회장은 “과거 성공적인 기업전력 덕분에 세계 1위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자원을 보존하고, 양질의 식품과 영양을 보장하며 삶의 질의 개선하는데 기여할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바스프가 기업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한 마디로 요약해 기업 목표에 담은 것이 바로 ‘We create chemistry’라고 설명했다.
이 날 바스프는 2020년에 세계 화학생산이 GDP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시기에는 세계 경제가 한해 평균 3% 성장해 과거 10년에 비해 훨씬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화학 생산은 1년에 평균 4%씩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스프는 글로벌 화학 업계보다 2% 이상 성장해 2020년까지 한해 평균 6%의 매출 증가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종합해보면 바스프는 2020년에 약 1,150억 유로의 매출과 230억 유로의 상각전이익(EBITDA)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의 성장은 매력적인 기회”
바스프는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1990년대부터 2005년까지는 중국 난징과 상하이,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다. 이 기간 동안 바스프가 아시아 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약 56억 유로에 달한다.
지난 2009년 바스프는 ‘2020 아태지역 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까지 아태지역의 화학 시장 성장률보다 평균 2%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기업 목표 ‘We create chemistry’와도 상통한다.
바스프 아태지역 총괄 회장인 마틴 브루더뮐러 박사는 “그 동안 바스프가 아태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화학회사로 성장해 온 만큼 앞으로도 아시아의 성장은 매력적인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바스프의 2020 비전 실현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의 장기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바스프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0억 유로를 투자해 70%의 매출을 아태 지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 하에 이를 실행하고 있다. 이 금액은 2009년 7월에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중국 난징에 설립하기로 한 합작 화학 회사에 대한 투자 금액 14억 중 바스프의 지분 50%를 포함한 것이다. 한편, 중국 충징에서는 연간 40만 톤 규모로 폴리우레탄의 재료인 MDI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유치, 2013년까지 기계 공사를 완료하고 2014년 초부터 사업을 시작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스프는 아태지역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자동차, 건설, 포장, 페인트와 코팅, 제약 산업 등 주요 산업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월에는 이 계획을 약간 손봤다. 2015년까지 아태 지역에서 23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힌 것. 이는 기존 투자계획에서 15% 상향 조정한 것으로 이와 관련해 바스프는 화학 생산시설 증설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말레이시아에서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와 함께 특수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 약 10억 유로에 달하는 합작 투자를 검토 중이며, 중국에선 국영 시노펙과 합작 투자를 통해 난징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지역에서 2020년까지 직원 수를 5000명 더 뽑기로 했다.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추가하는 등 아태 지역 R&D 인력도 현 500명에서 2020년 800명으로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코그니스 인수로 비용 시너지 창출 기대
미래를 위해 비스프는 2010년에 31억 유로를 들여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정밀화학기업 코그니스(Cognis)를 인수하기도 했다. 코그니스는 건강 및 영양 제품, 화장품, 세제, 광업, 윤활유, 코팅, 농업 분야 등에 원료를 공급하는 화학기업으로 33개국에 생산기지 및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인수 당시 바스프는 “이번 통합으로 세전이익이 2억 7,500만 유로(2009년 코그니스 순매출의 10.6%) 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성장 시너지 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2015년까지 약 1억 3,500만 유로(약 2,100억 원)의 추가 세전이익과 2013년 말까지 약 1억 4,000만 유로(약 2,200억 원)의 비용 시너지 또한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바스프 그룹의 퍼포먼스 제품 사업부문 총괄이자 코그니스 통합을 책임졌던 존 펠트만(John Feldmann) 박사는 “통합 시 퍼포먼스 제품 사업부문에서 수익 잠재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이번 인수로 퍼스널 케어 및 생활용품, 건강 영양제품, 코팅 첨가제 및 채광화학 등의 주요 성장 시장에서 바스프 비즈니스를 강화했으며, 사업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상호보완 관계를 이뤄 재생 및 석유기반 화학 산업의 바스프 고객들에게 더욱 포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솔루션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0년 6월 코그니스 인수 계획을 발표한 바스프는 그해 12월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주식 매입가격은 7억 유로. 기업 가치는 순금융 부채 및 연금채무 포함해 약 31억 유로였다.
코그니스를 인수한 2010년은 바스프에게 기록적인 한 해였다. 2010년 12월, 바스프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에 도달했으며, 2010년 한 해 동안 무려 37% 이상 상승했다. 특히 화학사업 부문에서 경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전 세계에서 두 자리 수 매출 성장을 올린 바스프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639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세전영업이익 또한 68% 증가한 81억 유로를 기록했다.
최근 바스프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주요 대학과 공동으로 신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JONAS(Joint Research Network on Advanced Materials and Systems)’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박사후과정 연구생 20여 명을 선발해 복합소재부터 생분해성 폴리머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150년 역사의 바스프. 그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